돛과 닻
돛과 닻
  • 승인 2019.05.26 2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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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사윤 시인
또 사고다. 이번에는 가족이 보는 앞에서 참극이 벌어졌다. 지난 5월 24일 오전 10시 경남 창원시 진해구 진해 해군기지사령부 부두에서 발생한 사고다. 6개월간의 소말리아 파병을 마치고 귀국한 해군 청해부대 최영함 입항 환영행사 도중 홋줄이 끊어져 5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전역을 한 달 앞둔 병장 1명이 숨지고 4명이 크게 다친 것이다. 장병들이 차례로 하선해서 가족들과 반가움을 나누는 자리였다. 행사가 시작되고 약 15분이 경과하자, 갑판에서 ‘펑’소리가 들리고 그 자리에서 장병들이 쓰러졌다. 부두와 배를 연결해주는 홋줄이 터져버리면서 순식간에 장병들을 강타한 것이다. 홋줄은 계류색(繫留索)이라고도 하는데, 배가 정박하면 배가 바다로 떠내려가지 말라고 묶는 밧줄을 일컫는다. 홋줄의 중요함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태풍예보가 있으면 뭍의 말뚝에 단단히 묶어야하는 것이 바로 이 홋줄이다. 선체의 무게와 바다와의 장력이 상당하기 때문에 홋줄은 ‘끊어진다.’는 표현보다 ‘터진다.’는 표현이 더 적절할 만큼 위험하다. 이날 귀국 환영 행사에 참석한 가족들이 사고를 현장에서 목격함으로써 안타까움을 더해주었다. 숨진 최종근(22)병장은 현장에서 군의관의 신속한 응급조치를 받고, 병원으로 옮겼으나 끝내 숨을 거두고 말았다. 주한 미해군으로 근무했던 아버지의 영향을 받은 최병장은 함정근무와 해외 파견을 지원했다고 한다. 사고 당일에도 입항 후 홋줄 마무리 작업을 수행하다 변을 당하고 말았던 것이다. 상병 3명과 중사 1명도 사고를 당했으나, 다행히 생명에는 지장이 없다고 한다. 해군은 최병장이 청해부대 파병 임무 수행 중 사고를 당한 점을 고려해 24일 오후 해군본부 전공상심의위원회를 통해 순직으로 의결했고, 해군작전사령부 주관 추서진급심사위원회와 해군참모총장의 승인을 거쳐 병장에서 하사로 일계급 추서진급을 최종 결정했다고 한다.

같은 날, 청와대 국민청원게시판에 ‘축구클럽에 축구한다고 차량에 태워 보낸 아이가 돌아오지 않았습니다.’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청원인은 “유난히 운전기사가 자주 바뀌어도, 차를 타는 시간이 비합리적으로 길어도, 책임 묻지 않았습니다. 그렇지만 생명은 지켜줬어야죠. (중략)대한축구협회, 국회의원, 교육청, 연수구, 인천시, 경찰청은 어른이 잘못했다고 문상만 오시면 끝나는 것인가요? 일주일 동안 무엇을 바꾸셨습니까? 아이 사체를 사진 찍어두었는데 허리와 배에 안전벨트 자국이 선명하게 남아 있었습니다. 끝까지 엄마 말 잘 들었더라고요.(중략) 출산율 저하라면서 8년 동안 잘 길러 놓은 아이 하나 지키지 못한 정부에 그 아이를 가슴에 묻고 울고 있는 세상에서 가장 원통하고 슬픈 엄마들이 묻습니다.(이하생략)”라고 애통한 마음을 올렸다.

인천 송도국제도시에서 축구교실 차량이 승합차와 충돌해 8살 초등학생 2명이 숨지고 6명이 다쳤다. 운전자 A씨는 이달 15일 오후 7시 58분쯤 신호를 위반하고 제한속도도 어겼다. 제한속도가 30km인 주택가에서 85km로 달렸다. 아동보호와 관련된 수많은 법규들의 제정도 중요하지만, 기존의 법을 잘 지켜내는 것이 우선이다. 아이를 앞서 보낸 부모의 비통한 심정은 무엇으로 위로할 수 있겠는가. 어린 생명들을 태우고 과속과 신호위반을 일삼는 운전자의 부도덕이 돌이킬 수 없는 비극을 불러온 사건이다. 해군의 사고와 본 차량 사고는 모두 미연에 방지할 수 있는 인재(人災)였다. 선박을 움직이는데 필요한 동력과 기관에 관한 점검은 수시로 이루어졌겠지만, 홋줄은 가벼운 점검에 그쳤을 가능성도 높다. 차량사고도 마찬가지다. 안전속도와 신호만 잘 지켰다면 일어날 수 없었던 사고였다. 사소한 점검과 이행이 이루어지지 않아서 벌어진 참사였다.

한편, 여야 4당의 패스트트랙을 무효화하고, 현 정권의 사과를 요구하는 자유한국당의 장외투쟁이 마무리국면으로 접어들었나 보다. 국익과 국민들의 안전에 관한 난제(難題)들이 산재해있는데, 여야의원들은 여전히 설전으로 정쟁을 일삼고 있다. 민생현안을 위한 투쟁을 하고 있다는 제1야당이나 무조건 국회로 돌아오라는 여당이나 내년에 있을 총선 ‘잿밥’에만 관심이 있는 듯 보인다. 총선 선거운동인지 장외투쟁인지 구분이 가지 않는 당이나, 말 한마디마다 고소와 고발을 난발하는 당이나 불만스럽기는 매한가지다. 여당의 원내대표가 바뀌면서 소통을 기대했지만, 아직은 때가 이른가보다. 국민들이 승선한 배, 대한민국의 민심이 점점 그들로부터 멀어지고 있다. 국회는 국민들의 뜻에 따라 닻을 내릴지, 돛을 올릴지 분명히 해야 한다. 닻은 배의 정박용으로만 사용되는 것이 아니라, 브레이크용으로 사용되기도 한다.

다만, 전속력으로 항해를 하는 과정에서 닻을 내리면 암초에 걸려 난파될 수도 있다. 집권당이 잘못하는 부분이 있으면 당연히 야당은 닻을 내려 점검을 해야 한다. 별 이상이 없으면 국민들의 민심을 파악하고 돛을 올리는데 협조해야 한다. 속도를 내야할 때는 닻을 거두고 돛을 펼쳐야 한다. 그리고 우리는 함께 열심히 노를 저어 나아가야 한다. 한 방향을 바라보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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