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석 좋고 사람도 좋다는 기관으로 평가되길”
“분석 좋고 사람도 좋다는 기관으로 평가되길”
  • 김종현
  • 승인 2019.05.27 21: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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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달 현직 떠나는 김선숙 대구시 보건환경연구원장
창설 당시부터 33년 ‘한 우물’
페놀사태 가장 기억에 남아
한 달 동안 책상에서 잠들어
생소한 감염질환 증가 대비해
9천 항목 5천800건 검사 계획
바이러스 검사·정도관리 부분
전국적으로 인정받는 기술력
대기질·악취오염 조사도 만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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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숙 대구시 보건환경연구원장




지난 1987년 대구보건환경연구원(당시 대구직할시 보건연구소) 창설 당시부터 시작해 33년 동안 보건환경업무에만 종사하다 다음달 공로연수와 함께 연구원을 떠나는 인물이 있다. 현 대구보건환경연구원 김선숙 원장이 그 주인공이다. 연구원의 역사를 함께 한 김원장에게 33년의 소회와 제언을 들어봤다.



-그동안 연가도 잘 가지 않을 정도로 일했고 2014년에는 원인도 없이 뇌출혈로 쓰러져 34일 동안의 기억을 하지 못하는 일도 있었다고 들었다. 떠나는 심정이 어떤가.

◇33년의 세월이 오래된 것 같지 않다. 나가는데 섭섭하지도 않고 후회도 없다. 페놀사태 때는 한달 동안 책상에서 잠을 자기도 했고 나름 열심히 일한 것이 후회를 남기지 않는 이유인 것 같다. 1987년 대구시 보건연구소가 만들어질 때 24명으로 시작한 조직이 현재 정규직 115명 등 148명의 기구로 발전했다. 박사 20명을 포함한 대부분 석사 이상의 고급인력이 전국에서 인정받고 있어 보람을 느낀다.

-그동안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은

◇역시 페놀사태다. 92년 3월 당시 수질과 연구사로 있었다. 달성군청 내 휴게소에 들렀는데 커피를 마시던 손님들이 이구동성으로 ‘커피맛이 이상하다’고 해 나도 마셔보니 역시 이상했다. 직감적으로 바로 연구원으로 전화를 하니 담당 과장님이 ‘왜 이제야 전화를 하느냐’ 크게 화를 내며 당장 들어오라고 했다. 당시는 휴대폰도 삐삐도 잘 없던 시절이라 사고 소식을 빨리 알 수도 없었고 연락도 잘 안되던 시절이다. 뭔가 큰 일이 터졌다고 생각하고 곧바로 들어가 한 달 동안 수질분석에 매달렸다. 시민들은 잘 모르시겠지만 당시 사고가 터지자 마자 ‘페놀’이라고 알아 낸 것은 분석전문가들로 볼 때는 대단한 일이다. 물속에 있는 성분은 셀수 없는데 사고 당일 바로 페놀로 확정했다.

이는 당시 영남대에 계시던 박영규, 이철희 교수님이 페놀이 염소와 반응하면 냄새가 많이 난다는 사실을 알고 바로 페놀 검사를 했기 때문이었다. 초등학생도 분석은 할 수 있지만 그 성분이 무엇인지 찾아내는 것은 고난도의 일이다. 지금도 환경관련 정부 부서에서는 곧바로 페놀로 확인한 대구사례가 회자되고 있다.

2차 페놀사태도 있었다. 구미에서 나온 페놀이 강정취수장에 언제 도착할지 계속 분석하고 도착할 즈음 취수중단을 요청하고 대구를 빠져 나가는 시점에 다내려갔다고 통보하기위해 수시로 분석을 하며 강행군했다. 15분만에 페놀 함유량을 찾아낼 수 있도록 분석을 위한 새로운 기법도 찾아내고 모든 직원들이 최선을 다한 시간이었다.

-지금 연구원 건물이 33년 전 그 자리 아닌가. 전국의 보건환경연구원 가운데 환경이 가장 열악하다고 들었는데.

◇지산지 못위에 지어진 건물이다. 33년전에는 다른 시도에서 선진지 견학을 올 정도로 새건물이었는데 지금은 다른 곳이 다 새로 지었고 우리는 포화상태가 됐다. 원래 2층이던 본관에 3층을 얹었는데 건물이 무게를 견디지 못할 것 같아 3층 천정 위에는 아무것도 둘 수 없다. 2층 옆에 하중을 버틸 수 있는 구조물을 박아 겨우 3층을 만들었다.

시청이 옮겨가면 시청 부지에 같이 연구원이 있는 것이 가장 좋은데 어떻게 될 지 모르겠다. 연구원 민원인의 70~80%가 공무원이기 때문에 시청에 들리면서 연구원에 오면 효율적이다. 신축 비용으로 300억 원 정도가 들 것 같은데 올해 내 결론을 내기 위해 노력 중이다.

-몇 년 전부터 생소한 감염질환이 많이 생기고 미세먼지도 심해지고 있어 연구원의 진단감시 능력도 계속 업그레이드 되야 할 것 같다. 이에 대한 대비는.

◇지난해 9천 항목에 5천700건의 검사를 했고 올해는 9천 항목에 5천800건의 검사를 할 계획이다. 메르스, AI, 뎅기열에 결핵까지 신종감염병과 해외유입감염병에 대비해 생물안전 3등급연구시설을 상시 운영하고 있다. 대기질 관리를 위해 대기오염 측정망 16개소, 대기중금속 측정망 4개소, 대기오염 이동측정차량 년 200일 이상 운영, 도로 재비산먼지 이동측정차량을 대구시 전역에 운영하고 있다. 상리음식물처리장과 서대구산단, 염색산단 주변 악취오염도 정밀조사도 수시로 하고 있다.

전국적으로 바이러스 검사부분에서 인정받는 박영덕 과장을 비롯해 ‘정도관리(임상 검사의 측정치가 항상 일정한 정확도와 정밀도를 유지하게끔 검사의 각 과정을 기술적ㆍ통계적으로 관리하는 일련의 작업)’에도 우리 연구원이 기술력을 인정받고 있다. 시민건강과 환경보호 등 대구시 정책에 도움이 될 수 있도록 검증업무도 많이 하는 한편 한약재 금속성 이물질 시험, 대구시 수영장의 수질평가방법 개선 연구, 신축공동주택의 라돈농도 분포 연구 등 자체 연구조사사업도 충실히 할 계획이다.

-마지막으로 후배 연구원들에게 할 말이 있다면.

◇일본은 시험법을 개발하기 위해 5년간 같은 실험을 반복한다. 없는 시험법을 개발하지는 못하더라도 다른 시도 보건환경연구원보다 앞서가는 잘한다는 말을 듣는 기관이 됐으면 좋겠다. 분석기술도 좋고 사람들도 좋다는 평가를 받는다면 나는 퇴직하더라도 행복할 것 같다. 박사라서 다 뛰어난 것은 아니다. 능력을 발휘하려면 시간과 장비, 시험법 등 조건이 맞아야 한다. 연구사업을 할 수 있는 인력 충원, 새로운 시설이 늦기전에 충족되기를 기대한다.


김종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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