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산나무 제거’ 몇년째 손 놓은 대구시
‘일본산나무 제거’ 몇년째 손 놓은 대구시
  • 정은빈
  • 승인 2019.05.30 2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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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이즈카향나무 등 4천그루
유족 반대·예산 부담 이유로
45그루 뽑고 4년 전 철거 중단
市 “제거나 교체 계획 없어”
가이즈카향나무2
전국적으로 일제 잔재를 청산하기 위한 다양한 노력들이 계속되는 가운데 2015년 중단된 일제 식민지를 상징하는 나무로 알려진 ‘가이즈카 향나무’를 제거해야 한다고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사진은 대구 중구 달성공원에 식재된 ‘가이즈카 향나무’ 모습. 전영호기자

내달 1일 ‘호국보훈의 달’ 첫날이자 ‘의병의 날’을 맞는 가운데 대구 전역에 일제강점기 유입된 일본산 나무가 4천여그루 남은 것으로 조사됐다. 전국적으로 일제 잔재 청산 활동이 활발하지만 대구시는 계획이 없어 소극적이라는 지적이 제기된다.

30일 대구시에 따르면 대구지역 일본산 나무 철거 작업은 지난 2015년 중단됐다. 대구시는 앞서 일본산 나무 실태조사를 벌인 이후 9개월 동안 가이즈카향나무 398그루 중 45그루(11.3%)를 제거했다. 나머지 353그루가 대구 곳곳에 남아 있는 셈이다.

대구에는 4천그루가 넘는 일본산 나무가 남은 것으로 파악된다. 대구시 실태조사위원회가 지난 2014년 9~11월 동구 국립신암선열공원과 중구 달성공원, 동구 효목동 망우공원 등 대구지역 내 현충시설 24곳을 조사한 결과 가이즈카향나무·영산홍·칠엽수 등 일본산 나무 8종 4천910그루가 발견됐다.

이후 대구시는 2015년 8월까지 남구 대명동 충혼탑과 달성공원 일부, 신암선열공원, 망우공원에서 가이즈카향나무 45그루를 뽑아냈다. 당시 대구시는 신암선열공원을 시작으로 단계적 일본산 나무 제거 계획을 밝혔다가 이들 4곳 시설 외의 나무는 존치하기로 계획을 바꿨다.

수목 교체 시 다시 생장하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리는 점과 장소별 유족의 반대, 예산 부담 등이 이유다. 수목 제거에는 5그루당 1억 상당의 비용이 드는 것으로 예상된다.

‘왜향나무로’도 불리는 가이즈카향나무는 1909년 일본 오사카 가이즈카에서 국내로 유입됐다. 일본은 바늘잎과 비늘잎이 공존하는 한국산 향나무를 비늘잎만 나도록 개량해 주요 정원수로 썼다. 특히 일제시대 점령지에 이 나무를 널리 심으면서 각지로 퍼졌다. 우리나라에는 일제강점기 이후 학교와 관공서 등에 조경수로 식재됐다.

달성공원은 가이즈카 향나무가 국내 중 처음 뿌리를 내린 곳으로 알려져 있다. 1909년 1월 이토 히로부미가 순종 황제와 달성공원을 찾은 기념으로 가이즈카 향나무 2그루를 식수한 것으로 전해진다. 현재 달성공원에는 가이즈카향나무 78그루가 남아 있다.

반면 서울과 제주, 전남 등 9개 시·도 교육청은 최근 일제 잔재 실태조사·제거에 착수했다. 전남도교육청의 경우 ‘일제 잔재 청산, 우리 얼 살리기 교육사업’을 실시하고 일본산 교목 교체, 친일 작곡가 교가 교체, 일제 학교장 사진·동상 시설물 철거 등을 추진한다. 본청 앞 향나무도 소나무로 교체했다.

대구시 관계자는 “현재 가이즈카향나무 제거나 수종 교체 계획은 없다. 2014년 조사 당시 여러 이유로 나머지 나무를 존치하기로 정한 뒤 관련 사업을 진행하지 않고 있다”며 “부적절한 의미를 가진 수종은 추가로 심지 않으려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은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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