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자
살자
  • 승인 2019.06.03 2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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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순란 주부
삶은 죽음을 향해 가는 긴 여정이라며 머리가 희끗한 노교수가 칠판에 긴 줄을 그어 놓았다. 20대에 미래를 설계하고 한창 꿈을 꿀 청춘이었다. 앞만 내다보며 달려가던 순간이었는데 결국 부정할 수 없는 인간의 삶의 종착지는 죽음이라는 현실을 상기시켜 주셨다. 그래서 인생을 막 살다가야하나? 자신이 나름대로 원하고 행복한 삶을 살아야 하나? 허무한 인생에 의미를 부여하며 살아야 하나? 생각이 많은 하루였다.

열두살때부터 중학교 시절 내내 지속된 질문이 또다시 시작된 겄이었다. 철학자들이 쓴 책들을 도서관에서 빌려 읽으며 삶의 의미를 찾아보려고도 했으나 너무 어려워 제목만 보고 말았다. 내용이 기억이 나지 않는 책들을 많이 읽으면서 홍희가 스스로 도달한 결론은 태어났기 때문에 죽음에 이를 때까지 살 수 밖에 없고, 자신이 의미있는 삶을 스스로 찾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스스로 어떻게 살아야할지도 결정해야 했다. 진시황은 죽지 않으려고 불노불사약을 찾아 돌아다녔다지만 결국 찾지 못했다. 죽음은 피할 수 없다. 오래 살려고 해도 나이가 들어서 죽고, 병들어서 치료가 되지 못해서도 죽고, 운명이 그렇게 되어있는 것인지 사고가 나서 죽기도 한다. 가급적 사고를 당하지 않게 주의하고, 병에 걸리지 않게 건강을 챙긴다. 나이드는 것은 어쩔수 없지만 조금이라도 젊음을 유지하고 노화가 덜 되도록 운동을 하고 식습관도 조절한다. 끊임없이 생명을 연장하기 위한 기술을 연구하고 있다. 그리하여 인간평균수명 100세시대에 이르렀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가끔 ‘자살’하는 뉴스를 접하게 된다. 나이를 불문하고, 직업을 불문하고, 성별을 불문하고 스스로 선택한다. 물론 스스로 선택할 수 밖에 없는 여러가지 이유가 있을 것이다. 살아가는게 오죽이나 힘들었으면 그랬을까? 누군가 그들이 힘들어하는 것을 알아주고 손 잡아주는 단 한 사람이라도 있었으면 그런 선택을 안 했을 것인가? 그 어떤 상황이 그들을 그렇게 내몰았을지 상상해보느라 뉴스를 접한 몇일간은 어두운 터널속에 있는 기분이었다. 그러나 마지막 순간에 이르러서는 홍희의 상상력은 끊어진다. 그래도, 그렇더라도, 죽을 만큼 힘들었더라고 ‘죽을 힘을 내서’ 살아있을 순 없었을까? 안타깝다. 되돌릴 수 없는 선택인데 남은 생이 안타깝다.

우리나라에서는 2012년 국가가 국민을 자살의 위헙으로부터 적극 구조하기 위해 법률을 제정하고 현 정부 들어서는 자살예방이 국정과제에 포함돼 전담부서를 설치할 것이라고 발표했지만 자살예방을 위한 인력과 예산이 여전히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라고 한다. 자살예방캠페인, 24시간 전화상담, 온라인 상담, 직접상담 등을 운영하고 있다.

그 어떤 이유에도 불구하고 자살에 이르지 않고 살았으면 좋겠다. 자신의 삶을 좀 더 살기위한 의지를 더 가졌으면 좋겠고, 가족과 지인, 예방센터 등에 적극적으로 구조요청을 했으면 좋겠다. 살아가다보면 힘들었던 상황도 나아지고, 어느 사이엔가 살 힘이 생길 수도 있다. 그 때까지 잘 버티고 ‘죽을 힘을 다해 살아보자’ 언젠가는 원하지 않아도 우리는 ‘죽음’에 이른다. 그 때 죽을 만큼 힘든 순간 잘 견디며 살아냈다고 자신을 대견해 할 수도 있지 않을까? 살자, 살자꾸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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