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자는 누구인가?
약자는 누구인가?
  • 승인 2019.06.05 2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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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순호
사람향기 라이프디자인 연구소장
아침에 일어나면 가장 먼저 하는 일은 휴대폰을 보는 일이다. 눈 건강에는 안 좋은 습관인줄 알지만 세상과 소통하기 위해서라는 핑계를 대면서 필자는 휴대폰의 작은 화면을 통해서 세상을 만난다. 오늘은 어떤 일이 있나? 하고 기대 반의 마음과, 또 어떤 사건 사고가 있나? 걱정 반으로 휴대폰을 마주한다.

얼마 전 뉴스 메인에 이런 기사가 하나 올려 져 있었다. 지난 1월 대구의 한 음식점에서 미성년자 학생들이 술을 먹고 술값을 내지 않으려고 셀프 신고를 했다고 한다. 신고를 받고 경찰이 출동했고 술을 25만원어치를 먹은 미성년자들은 집으로 귀가 조치되었고, 해당 업주는 1개월 영업 정지를 먹었다고 한다. 업주는 너무 분한 나머지 현수막을 내 걸었고, 그것이 인터넷에 올라와 사람들에게 알려지면서 비슷한 이유로 영업정지를 받은 업주들의 억울함을 호소하는 글들이 한꺼번에 올라오면서 인터넷은 뜨거웠다.

도대체 이게 어찌된 일인가? 사건은 이러했다. 어린 나이의 청소년들이 식당으로 들어가서 ‘부어라 마셔라’하면서 술과 안주를 시켜 배부르게 먹었고, 다 먹고 난 뒤 술값을 내지 않으려고 “미성년자에게 술을 파는 식당이 있다”라고 경찰에 신고를 했다고 한다. 그런데 처벌은 업주만 받았다. 물론 식당업주도 학생들을 대상으로 술을 판매하는 것은 잘못되었다. 하지만 그들이 억울해 하는 것은 청소년들이 위조한 신분증을 제시했기 때문에 청소년인 줄 몰랐다는데 있다. 본인의 상식으로는 위조한 신분증을 제시하여 술을 먹고, 술값을 갚지 않으려고 셀프 신고한 청소년들이 모르고 술을 판 업주 보다 훨씬 잘못을 했다. 그렇다면 청소년을 처벌하는 것이 맞지 않은가? 법의 판단은 달랐다. 청소년들은 약자이기에 집으로 귀가 조치시키고 식당업주들은 청소년을 보호해야 할 의무가 있는 강자이기에 처벌을 했단다. 도무지 나의 상식으로는 이해가 되지 않고 받아들이기도 힘든 사건이다.

이 상황에서 과연 누가 약자이고, 누가 보호를 받아야 할까? 내 상식으로는 업주가 보호를 받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 이유는 지금 이 상황에서는 업주가 약자이기 때문이다. 영업 정지를 받게 되어 장사를 못하게 되면 업주는 큰 타격을 입는다.

정의는 균형이다. 약자 편에서 약자에게 힘을 실어서 양쪽이 균형을 갖추고 두 날개로 함께 앞으로 날아가는 것. 약자 편에 서는 것, 그래서 균형을 맞추는 것, 그것을 본인은 정의라고 생각한다.

사회는 청소년을 사회적 약자로 인식한다. 그리고 약자는 늘 어떤 특정 대상으로 고정시키는 경우가 많다. 가령 ‘청소년=약자’, ‘장애인=약자’, ‘노인=약자’ ‘여성=약자’로 생각한다. 그래서 ‘약자=보호’라는 공식을 만들고 그것이 모범답안이 된다. 맞다. 미성년자들이 약자고, 장애인이, 여자가 약자 맞다. 하지만 언제나, 어떤 상황에나 항상 약자는 아니라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약자와 강자는 언제든지 뒤 바뀔 수도 있다. 위의 청소년들이 음주 후 셀프 신고를 한 것처럼.

약자는 유동적이다. 강자와 약자, 갑과 을, 이 둘의 관계는 언제든지 변할 수 있는 살아있는 생물과도 같다. 시소 타기처럼 ‘올라갔다 내려갔다.’하면서 위치가 바뀔 수도 있다. 그래서 우리는 현재 이 상황에서 누가 더 약자인가를 살펴야 한다. 그리고 약자를 보호하고 약자한테 힘을 보태야 한다. 그래야 세상은 균형을 갖출 수 있다. 어느 한 쪽으로 기운 세상은 긴 시간을 두고 지켜보면 제 자리 걸음처럼 같은 자리를 뱅뱅 돌 수밖에 없다. 지금은 당장 앞으로 나아가는 것처럼 보이지만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고 보면 기울어진 축 때문에 큰 원을 그리면서 결국 제자리로 돌아오게 된다.

기울어진 운동장에 우리가 서야할 곳은 무게가 덜 실린 곳이다. 힘이 부족한 곳에 우리의 힘을 보태어 조금 덜 기울어지게 만들고 결국에는 수평의 운동장을 만들어야 한다. 모든 사람이 손에 손을 잡고, 어깨동무하고 함께 잘 살아갈 수 있는 세상을 위해 오늘도 우리는 약자 편에 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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