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FC 경기, 어디든 우리가 간다”
“대구FC 경기, 어디든 우리가 간다”
  • 석지윤
  • 승인 2019.06.06 20:5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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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서포터즈 ‘예그리나’
결성 10년 넘어 변함없는 응원
올 시즌 첫 해외 원정에도 함께
“여성 축구팬들에 편견 없애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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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07년 결성된 대구FC 여성 서포터즈 예그리나는 대구스타디움, 시민운동장, 그리고 DGB대구은행파크까지 선수들의 뒤에서 꾸준히 응원의 목소리를 보낸다.


대구FC는 ‘하나원큐 K리그1 2019’ 15라운드를 치르는 동안 7승 6무 2패를 기록하며 12팀 중 4위를 차지하고 있다. 홈에서 치른 7경기에서는 4승 3무로 무패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시민구단인 대구는 포항 스틸러스, 수원삼성블루윙즈 등 전통의 명문 기업 구단들보다 높은 순위를 기록하면서 축구팬 사이에서 창단이래 전례없는 관심의 대상으로 떠올랐다. 이런 대구FC의 극적인 변화에 감회가 남다른 사람들이 있다. 바로 대구의 여성 서포터 모임 ‘예그리나’다.

대구FC 여성 서포터 모임 예그리나는 경기장의 꽃이 아닌 축구팬으로서 꾸준히 구단을 응원해왔다. 예그리나는 ‘사랑하는 우리 사이’를 뜻하는 우리말이다. 예그리나는 2007년 1월 결성됐다. 당시는 축구팬, 나아가 서포터들 사이에서 강성 기조가 대두되던 시절이다. 예그리나 결성을 주도한 강민정(여·33·경북 포항 오천읍)씨는 “당시는 다수 서포터들이 ‘경기장에서 여자가 빠져야 한다’는 말을 아무렇지 않게 내뱉던 시절이다. 대구FC 서포터들 중 일부는 남자들만 가입할 수 있는 단체를 만들기도 했다”며 “오기가 생겨 ‘여자라고 못할 것이 뭐가 있냐, 우리도 할 수 있다는 걸 보여주겠다’는 마음으로 당시 친분이 있던 여러 소모임의 여자 서포터들이 모여 예그리나를 만들게 됐다”고 설립 배경을 설명했다.

올해 대구의 첫 축구 전용 구장인 DGB대구은행파크가 개장하면서 매 경기 1만명 이상의 시민들이 경기장을 찾고 있다. 지난달 26일 수원과의 K리그1 경기는 킥오프를 3시간 앞둔 오후 2시께 매진됐다. 대구는 올해 대구은행파크에서 치른 10경기 중 5경기에서 매진을 기록했다. 불과 1년 전 대구FC의 경기당 평균 관중 수 3천500여 명과 비교하면 눈에 띄는 변화다. 예그리나는 대구FC가 좋은 성적을 거두지 못해도, 재미있는 경기를 하지 못해 관중이 줄어도 꾸준히 경기장을 찾았다. “요즘처럼 인기가 많지 않던 과거에는 유니폼 구매나 경기장 입장 시 편한 점이 많았다. 지난해 호성적 이후 대구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현재의 분위기가 조금 어색한 것은 사실이다. 이런 분위기가 꾸준히 지속돼 선수들에게 큰 힘이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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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예그리나 회원의 소중한 보물인 선수단 사인 셔츠. 모아시르 페레이라 전 대구FC감독이 대구에서의 마지막 경기를 치르고 직접 선물한 셔츠다. 석지윤기자


이들은 대구FC의 원정 경기가 열리는 날이면 서울, 춘천, 전주, 제주 등 국내 뿐만 아니라 호주 등 해외까지 날아가 선수들을 응원한다. “홈 경기에선 팬들이 우리 선수들을 응원하고 상대 선수들에게 야유를 보내지만 원정 경기에선 반대가 된다. ‘비록 지금 당신들이 적진 한가운데에 있지만 우리는 당신들을 위해 목소리 내겠다’는 마음으로 원정 경기를 함께한다.” 대구FC의 첫 해외 원정도 이들은 함께했다. “역사적인 순간이라 무슨 일이 있어도 함께하고 싶어서 무리를 했다. 원정 응원을 가면 시간, 돈은 물론 체력, 감정 소모도 심해 다음날 여파가 크다. 그래도 선수들이 기 죽지 않길 바라는 마음으로 최대한 (원정 경기도)응원 갈 수 있도록 노력한다.”

그들은 여성 축구팬들에게 꼬리표처럼 따라다니는 편견이 없어지길 바란다. ‘여성 관중은 축구가 아닌 선수들 얼굴을 보러 경기장을 찾는다’는 것이 대표적. “남자들끼리 축구 좋아한다는 말을 하면 좋아하는 리그, 팀 등을 주제로 대화가 진행된다. 그런데 여자가 축구를 좋아한다고 하면 축구에 대해 얼마나 아는지, 잘생긴 선수 외에 다른 선수들은 얼마나 아는지 등을 물어본다. 전반적으로 ‘여자들은 축구에 대해 잘 모른다’는 인식이 아직까지는 팽배한 것 같다.” 예그리나는 ‘경기장의 꽃’이란 호칭을 거부했다. “우리도 똑같은 관중이고 서포터다. 여자라는 이유로 꽃이나 장식 등으로 취급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예그리나에게 대구FC는 이제 취미를 넘어선 생활의 일부로 자리잡았다. 그들은 “연초에 리그 일정이 확정되면 고스란히 우리의 스케줄이 된다. 1년 치 선약인 셈이다”며 “A매치 주간이나 올스타 브레이크 등 대구의 경기가 없는 주말에 덩그러니 집에 있으면 너무 어색해 참을 수가 없다”고 말했다.

이들은 스스로를 ‘고쳐지지 않을 습관’이라 칭했다. “대구FC가 예그리나고 예그리나가 대구FC다. 대구 덕분에 사람들을 만났고, 이 사람들이 있어 경기장을 계속 찾을 수 있었다. 여든살이 돼도 모두 함께 자식 손을 잡고 골대 뒤에서 내 팀, 내 선수들을 응원하고 싶다.”

석지윤기자 aid1021@idaeg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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