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형·색의 무한한 合… 갤러리 인 슈바빙 이지혜展
선·형·색의 무한한 合… 갤러리 인 슈바빙 이지혜展
  • 황인옥
  • 승인 2019.06.11 20:4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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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자연 주제 작품 30여점
삶에서 중요한 관계간 조화
회화적 요소 쌓아올려 구현
이지혜-1
이지혜 개인전이 갤러리 인 슈바빙에서 23일까지 열린다. 작가가 전시된 작품 앞에서 포즈를 위하고 있다.


대학시절 개념적인 단색화 작업으로 큰 상을 받았을 때 통렬한 자기검열이 없었다면 어땠을까? 지금보다 더 크게 성공했다고 가정할 때 적어도 이지혜에게 지금의 행복한 순간은 없었을 것이라 감히 단언할 수 있다. “개념미술은 철학적인 기반을 명확하게 가지고 있어야 하는데 대학 때의 내 미술에는 그런 명확한 개념이 정립되지 않았어요.” 외부로부터 받은 칭찬에 함몰돼 계속 갔다면 결말은 새드엔딩이었을 수 있다. 뿌리 없는 나무처럼 흔들렸을 것. 그러나 작가는 이 시기 스스로에게 반문했고, 누가 물어도 당위성을 명확하게 밝힐 수 있는 진실된 작가의 길을 선택하고자 했다.

작가 이지혜 개인전이 갤러리 인 슈바빙에서 23일까지 열린다. 홍익대학교 미술대학 회화과를 졸업하고 미국 알라바마대학교 MA MFA(회화, 판화)를 전공한 작가의 첫 대구 나들이인 이번 전시에는 나무와 자연을 주제로 한 회화 30여점을 소개한다.

작품의 첫인상은 봄꽃 만발한 정원이다. 총천연색이 보는 이의 마음을 단숨에 낚아챈다. 눈길을 돌리는 곳마다 색이 방긋 거린다. 붉은색 계열에 마냥 들뜬 소녀가 되었다가, 푸른색 톤 앞에서 차가운 지성으로 돌변한다. 흡사 색채의 향연장 같다. 작업 초기 단색화에 매달린게 맞나 싶을 정도로 색이 화려하다. “색은 습득해서 되지 않아요. 그런 점에서 제 내면에 색에 대한 선호가 있을 것 같아요.”

색에 홀린 마음이 진정될 때쯤에 형상이 시야에 들어온다. 그 순간에 작가가 “자연을 주제로 했다”는 설명을 곁들였다. 그때 산과 나무와 꽃과 집이 구상과 비구상의 중간 형태로 자리한 것이 선명하게 보인다. “‘자연’을 대주제로 풍경과 나무 등을 소주제로 표현했어요.”

작가의 그림에는 있는 것은 있고, 없는 것은 없다. 현실의 번뇌와 슬픔은 드러나지 않는 반면에 기쁨과 환희는 선명하게 존재감을 발한다. 그러나 이 시각은 그야말로 결과론적인 평가일 뿐, 과정 속에는 드라마틱한 서사가 무궁무진하게 숨겨져 있다. 삶의 희노애락을 가감없이 화폭에 실었다. 이때 감정들의 존재 방식은 겹침을 선택한다. 감정의 층위들이 색과 형상의 겹침 속에 은유적으로 담기는 것.

“형상과 색을 겹겹이 올려요. 대신 서로 충돌하지 않고 보완적인 관계로 올리죠. 그 결과 마지막에 보여지는 결과물은 따뜻하고 평화롭죠.”

나무-연못옆에서
이지혜 작 ‘나무(연못옆에서)’


한창 자녀들을 키울 때는 작업을 중단했다. 일보다 아이들이 더 우선순위였다. 작업 역시도 거창한 철학보다 소소한 일상을 주제로 삼아왔다. 그림에 자신의 이야기를 닮은 것. 삶의 물줄기가 달라지는 시기마다 작업이 변한 것도 일상을 소제로 하는 태도와 무관하지 않다. 한창 아이들을 키울 때는 가족 이야기가 그림 속으로 들어왔고, 자녀들이 둥지를 떠나 여유가 생기면서는 나무나 풍경 등의 자연을 매개로 단촐한 삶의 이야기를 담백하게 담아내려 했다.

작가가 삶에서 중요하게 생각하는 개념은 ‘관계’와 ‘합(合)’이다. “사람과 사람, 사람과 자연 등 관계로 시작해 관계로 끝난다고 할 만큼 인간에게 관계는 중요하죠.” 자녀들과 북적되던 시기에는 관계들도 복잡했다. 그 복잡한 관계들이 그림 속 형상에 옮겨졌다. 화폭에 다양한 형상들이 오밀조밀 관계를 맺고 있는 것. 그러나 삶의 패턴이 단조로워진 지금은 형상들도 미니멀로 간다. “복잡하게 얽혀있던 형상들을 독립시켜 무대 위 주인공처럼 펼쳐놓으며 단순화했죠.”

관계가 복잡하던 단조롭던 중요한 것은 ‘합’이다. 작가는 더불어 살아가는 가치를 최고의 가치로 생각한다. 이를 ‘합’이라는 개념으로 통칭해 시각화한다. 색과 색, 형상과 형상이 서로 다투지 않고 균형을 통해 합을 이뤄가는 방식으로 드러낸다. “제 작업은 ‘더불어 살아감’에 대한 독백같은 것이에요. 합이 매우 중요하죠. 제 작품 속에서 저는 선과 형상과 색의 합을 조화롭게 하는 지휘자가 되고 싶어요.” 053-257-1728

황인옥기자 hio@idaeg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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