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킨집·편의점도 북새통 이뤄
“집에서 볼 수 없다” 대팍으로
청구고·경일대서도 힘찬 응원
아쉬운 결과에도 “잘했다” 칭찬
2019 국제축구연맹(FIFA) U-20 월드컵 결승전이 진행된 16일 대구시민들은 응원의 열기로 잠을 이루지 못했다. DGB대구은행파크(포레스트 아레나, 일명 대팍)와 대표팀 정정용 감독의 모교인 경일대학교 등 지역 곳곳에서 대표팀을 향한 뜨거운 응원이 쏟아졌다.
○…15일 오후 10시께 경기장 입장 1시간 전부터 대팍의 각 게이트는 U-20 월드컵 결승전을 응원하기 위한 대기행렬이 끝없이 이어졌다. 경기장 인근 치킨집과 편의점도 북새통을 이뤘다. 때아닌 특수를 맞은 상인들은 열심히 호객행위를 하고 있었다. 경기장 근처에 많은 수의 차를 수용할 수 있는 마땅한 주차공간이 없는 상황이라 대구시 교통정책과 관계자가 나와 도롯가 일렬주차를 임시 허용해 안내하고, 시민들의 무단횡단 등으로 인한 안전사고를 막기 위해 분주히 움직였다. 시민들은 가족·친구·연인과 함께 응원봉, 태극기, 붉은색 티셔츠와 머리띠 등 다양한 응원 도구와 복장을 갖추고 결승전에 대한 기대감을 나타냈다.
가족과 함께 경기장을 찾은 김용희(여·43·대구 달성군 다사읍)씨는 “대구 출신 감독과 대구FC 소속 선수가 함께하는 이번 결승 경기를 집에 앉아서만 볼 수는 없다는 생각에 직접 경기장을 찾게 됐다”며 “승패를 떠나 아이들과 함께 태극전사들을 끝까지 응원하겠다”고 말했다.
○…16일 오전 1시께 대형스크린에 우리나라 대표팀 선수들의 몸 푸는 장면이 나오자 시민들 사이에서 환호가 쏟아져 나왔다. 경기장 내 1만2천여 관중석은 어느새 시민들로 가득했다. 시민들은 관중석도 모자라 통로 곳곳에 돗자리를 펼치고 앉아 대표팀을 응원할 준비에 들어갔다. 경기가 시작되고 선수 입장에 이어 애국가가 흘러나오자 모든 시민들이 자리에서 일어나 애국가를 따라불렀다. 붉은악마 응원단은 커다란 태극기를 꺼내 들고 응원 예열에 나섰다.
전반 5분 만에 우리나라의 첫 골이 터져 나오자 시민들은 서로 얼싸안고 기쁨을 표출했다. 박수 세례와 함께 함성소리가 대팍 전체에 울려 퍼졌다. 이어 전반 33분 우크라이나에서 동점골이 터져 나오자 탄식이 흘러나왔지만 시민들의 응원 소리는 배가 됐다. 시민들은 ‘오~필승코리아’와 ‘대한민국’을 목이 터져라 외쳤고, 알루미늄으로 된 관중석 바닥을 발로 구르거나 파도타기 응원으로 승리를 기원했다. 후반전에서 우크라이나의 역전골과 쐐기골이 이어지자 시민들은 안타까움에 머리를 사매면서도 더욱 응원의 열기를 높여갔다. 경기가 마무리되자 결과에 대해 아쉬움을 감추지 못하면서도 대표팀 선수들을 향해 “잘했다!”는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대표팀 정정용 감독이 졸업한 청구고등학교 축구부 주장 한승훈(18)군은 “비록 우승을 하지는 못했지만 대표팀 선수들 덕분에 이달이 너무 행복했고, 특히 정 감독님으로 인해 청구인으로서의 자부심을 가질 수 있게 돼 너무 감사하다는 말씀 전하고 싶다”며 “우리 후배들도 정 감독님을 본받아 자랑스러운 청구인이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대표팀을 이끈 정정용 감독의 모교인 경일대학교에서도 열띤 응원이 펼쳐졌다. 경일대 재학생 700여 명은 15일 오후 10시께부터 대선배의 역사적인 도전을 응원하기 위해 학생식당에 모였다. 경일대는 17일부터 기말고사가 진행되지만 학생들은 정현태 경일대 총장 및 일부 교수들과 함께 대학에서 제공한 단체 티셔츠를 입고 치킨과 음료 등 야식을 먹으며 대표팀을 응원했다.
경일대 학생들은 목이 터져라 대표팀 선수들과 정 감독의 이름을 외치며 기적이 일어나길 기도했지만 대표팀의 패배로 경기가 마무리되자 몇몇 학생은 아쉽고 분한 마음에 울음을 터트렸다. 일부 학생은 5시간여의 응원 후 피곤한 몸을 이끌고 기말고사 공부를 하기 위해 발걸음을 옮기기도 했다.
재학생 이재현(25·대구 북구 구암동)씨는 “선배님이 거머쥐신 준우승은 전국의 경일인들에게 ‘우리도 능력만 갖추면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위닝 멘탈리티를 심어주셨다”며 “나도 후배들에게 긍정적인 자극을 줄 수 있는 사람이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소감을 전했다.
장성환·석지윤·한지연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