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보“특사경 도입해 사무장병원 근절을”
건보“특사경 도입해 사무장병원 근절을”
  • 김광재
  • 승인 2019.06.16 2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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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간 가로 챈 급여 2조5천억원
수사기간 11개월 재산 다 빼돌려
환수조치 나서도 6.72%만 징수
“전문인력·시스템 활용 신속 수사
年 1천억 재정누수 방지 효과”
의협 “의사 진료권 위축” 반대
건강보험공단 대구지역본부
건강보험공단 대구지역본부는 지난달 31일 의약단체 대표, 시민사회단체 대표, 보건의료전문가 등이 참석한 가운데 상생협의체 토론회를 열어, 보건의료질서 확립을 위한 사무장병원 근절 방안에 대해 의견을 나눴다. 건보공단대구본부 제공

의료면허가 없는 사람이 의료재단을 설립해 사유화하고 병원·장례식장을 운영하며 10년간 건보에서 170억원을 받아 챙겼다. 불법으로 설립한 의료생협이 치과의사를 고용해 치과의원을 개설하고 3년간 요양급여 10억원을 편취했다. 건보공단 대구본부에 적발된 사무장병원의 대표적 사례이다. 지난해 10월과 지난달에는 부산지역에서 요양병원 여러 곳을 개설해 각각 요양급여비 1천10억원과 2천500억원을 받아 가로챈 사무장병원이 적발되기도 했다.

보건복지부와 건강보험공단은 건보 재정 누수를 막고 국민 건강권을 보호하기 위해 불법개설 의료기관 근절 종합대책을 추진하고 있다. 지난해 12월에는 건보공단 직원에게 사무장병원 및 면허대여약국 단속을 위한 특별사법경찰권을 부여하는 내용의 ‘사법경찰직무법’ 개정안이 발의돼 국회 법사위에 계류중이다.

◇사무장병원의 폐해와 대책

의료법상 의사, 국가나 지방자치단체, 의료법인 등만 병원을 개설할 수 있는데, 자격이 없는 사람이 명의를 빌려 개설한 병원이 사무장병원이다. 비의료인이 의료인 명의대여, 비영리법인 불법 설립, 의료인과 동업 등의 방식으로 의료기관을 개설하거나 의료인이 타 의료인 명의로 개설하는 경우가 대표적이다.

이러한 사무장병원은 무자격자 진료, 비급여 진료 양산, 건강보험 재정 누수, 불법적 환자 유치, 과잉진료, 의료 질 저하, 의료계의 지나친 경쟁 등 사회에 끼치는 악영향이 크다.

2009년부터 2017년까지 적발된 불법개설병원과 일반 의료기관의 △병실당 운영 병상수 △항생제·주사체 처방률 △1인당 연평균 입원일수 △의사 6개월 미만 근무비율 △중증도 보정 표준화 사망비 등을 비교해 보면, 사무장병원이 의료인프라 수준은 맞으면서 과잉진료를 일삼고 있다는 것이 드러난다. 특히 지난해 1월 화재로 150여 명 사상자를 낸 밀양세종병원도 이사장이 비영리법인을 사들여 불법으로 운영한 사무장병원인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정부와 국회에서는 불법개설기관을 근절하기 위해 의료법인 설립요건 강화, 사무장 형사처벌 강화, 비급여 진료비용 몰수, 폐쇄명령처분의 양수인 승계 등 진입단계에서 퇴출단계까지 전주기별 대응에 나서고 있다.

◇건강보험 재정 누수

사무장병원으로 인한 건강보험 재정 누수도 심각한 수준이다. 지난 10년간 적발된 사무장병원과 면허대여약국 수는 대구·경북 147곳을 포함, 전국 1천531곳이며, 환수결정된 요양급여비용은 모두 2조5천490억원(대구·경북 1천712억원)에 달한다. 그러나 누적징수율은 6.72%(대구경북 7.43%)에 머무르고 있다.

사무장병원으로 판단하기 위해서는 자금흐름을 추적할 필요가 있지만 공단의 행정조사만으로는 입증에 한계가 있다. 경찰도 전문성, 인력 부족 등으로 인해 수사 소요기간이 평균 11개월이나 걸린다. 수사가 신속하게 이뤄지지 않아, 관계자들이 재산을 숨기거나 빼돌리고 증거를 인멸하기 십상이다. 실제 환수조치에 나서도 납부의무자의 70%는 무재산자이고, 재산이 있다 해도 80%가 환가 가치 없는 재산인 실정이다.

◇공단에 특별사법경찰권 부여

이에 대한 대책으로 건보공단은 사무장병원 등 불법개설기관 단속업무를 담당하는 공단 직원에게 특별사법경찰권을 부여해, 전문성을 살린 신속한 수사로 사무장병원 단속 효과를 높이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공단 측은 특사경 제도가 도입되면 행정조사 경험자, 변호사, 전직 수사관 등 전문인력 200여명과 빅데이터 기반의 불법개설기관 감지시스템을 통한 신속한 수사로 연간 최소 1천억원의 건강보험 재정 누수를 방지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대한의사협회는 건보공단 특사경 도입에 대해 “의료인의 정당한 진료권을 심각하게 위축시켜 국민건강권을 위협하게 될 것”이라며 반대하고 있다. 의협은 성명을 통해 “건강보험재정의 안정과 국민건강을 보호하는 차원에서 분명 사무장병원은 근절돼야 한다”는 데는 입장을 같이 하지만, “공단 임직원에게까지 특사경 권한을 부여하여 모든 의료기관을 상시 감시하겠다는 것”이며 “공단은 의료기관과 민사적으로 대등한 당사자 관계에 있는 것이지, 결코 권력적 관계(단속관계)로 설정되어서는 안 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건보공단 측은 특사경 제도가 도입된다 해도 직무 범위가 사무장 병원 및 면허대여약국 단속으로 엄격히 한정될 뿐만 아니라, 건강보험의 부당청구는 형사 처벌 규정이 없어 현행 법체계상 특별사법경찰의 수사가 불가능하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김광재기자 contek@idaeg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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