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매기와 고양이 - 누구나 함께 살 수 있다
갈매기와 고양이 - 누구나 함께 살 수 있다
  • 승인 2019.06.20 2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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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후섭 아동문학가·교육학박사
새는 고양이들과 천적(天敵) 관계라고 할 수 있습니다. 고양이들은 기회를 기다려 서슴없이 새들을 공격하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관계이지만 함께 살아갈 수도 있습니다. 어린이를 위한 동화(童話) 속이라면 더욱 가능합니다.

칠레 출신의 루이스 세뿔베다(1949~)는 라틴 문학권을 대표하는 작가로서 1998년 미국의 권위 있는 문학잡지로부터 ‘세계의 베스트셀러 작가’중 한 명으로 선정된 바 있는 작가입니다. 이 세뿔베다의 작품 중에 ‘갈매기에게 나는 법을 가르쳐준 고양이’라는 동화가 있습니다.

이 이야기는 어느 날 고양이 소르바스 집에 갈매기 켕가가 떨어지는 것으로부터 시작합니다. 갈매기 켕가는 푸른 바다 위를 마음껏 날아다니다가 배가 고파 청어를 낚아채려고 바다로 잠수합니다. 그러다가 그만 석유로 오염된 파도에 휩쓸려 생명이 위험하게 됩니다. 간신히 빠져나온 켕가는 몸집이 큰 고양이 소르바스 집 베란다에 떨어지고 맙니다.

소르바스도 어린 시절 어머니의 말을 듣지 않고 가출하였다가 가족을 모두 잃고 혼자 떠도는 신세였습니다. 그러다가 자기를 구해 준 소년의 집에 와서 살고 있는 처지였습니다. 이러한 소르바스였기에 불의의 사고를 당한 켕가의 입장을 이해하고 정성껏 돌보아줍니다.

그러나 갈매기 켕가는 기진맥진하여 소르바스에게 곧 낳을 알을 부탁하고는 기어이 숨을 거두고 맙니다.

켕가의 부탁은 세 가지였습니다. 바로 자신의 알을 먹지 말아달라는 것, 그 알을 보호해 달라는 것, 마지막으로 새끼에게 나는 법을 가르쳐달라는 것이었습니다. 착한 고양이 소르바스는 꼭 약속을 지키겠다고 말합니다.

켕가가 숨을 거둔 뒤 소르바스는 켕가가 낳은 알을 품기 시작합니다. 어떻게 하든 알에서 깨어나게 하려고 먹이도 제대로 먹지 않고 정성껏 알을 품습니다. 또한 사람에게 들키지 않으려고 온갖 지혜를 다 짜냅니다. 그리하여 결국 켕가의 알에서 작은 갈매기가 태어납니다.

이에 소르바스는 벅차오르는 기쁨으로 이 아기 갈매기에게 ‘아포르뚜나다’라는 이름을 붙여줍니다. 이 이름에는 ‘행운아’라는 뜻이 들어있었습니다.

그러나 아기 갈매기에는 항상 위험이 뒤따라 다녔습니다. 이를 막기 위해 소르바스는 잠도 제대로 자지 못하였습니다. 아기 갈매기의 먹이를 구하는 일도 여간 어렵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소르바스는 기어이 이 어린 갈매기를 어엿한 숙녀 갈매기로 키워냅니다. 어린 갈매기도 소르바스를 아버지라 부르며 따라다닙니다.

이제 남은 일은 어린 갈매기에게 날아오르는 법을 가르치는 일이었습니다. 그러나 소르바스는 날아본 경험이 없어서 여간 힘들지 않습니다. 수많은 시행착오를 겪으며 몇 번이나 포기하고 싶었지만 동료들의 도움을 받아 몇 번이고 다시 시작합니다.

“꼭 날아야 해. 내가 어미 갈매기와 약속했어. 넌 반드시 날고 말 거야.”

소르바스는 아기 갈매기에게 용기를 주는 한편, 날 수 있는 방법을 가르칠 수 있는 것은 사람이라는 것을 알고 인간 중에서 가장 신뢰가 가는 시인을 찾아가 부탁합니다.

그리하여 시인의 도움으로 성당의 종루에 오르게 된 어린 갈매기는 마침내 감격적인 비행을 시작하게 됩니다.

이 모습을 본 소르바스는 감격하여 중얼거립니다.

“오직 날려고 노력하는 자만이 날 수 있다.”

또한 본문에 나오는 “우리들은 그냥 너를 사랑하는 거야. 우리들은 네 친구이자, 가족이야.”라는 구절도 잊을 수 없는 구절입니다.

이 이야기는 우리에게 자연과 더불어 살아가는 것이 가장 인간적이며 또한 서로 도와가며 살아가야 한다는 메시지를 주고 있습니다. 그리고 작품 앞부분에 설정한 기름 파도 장면은 자연 파괴가 곧 파멸의 길임을 암시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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