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주민자치인가?
왜 주민자치인가?
  • 승인 2019.06.26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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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희 지방분권운동 대구경북본부 공동대표
주민자치가 지역의 화두다.

주민자치는 행정에 대한 ‘참여’를 넘어서는 삶의 변화에 대한 ‘자기의사결정’의 원리다. 행정에 의한 동원대상이 아니라 내가 주체적으로 참여하여 결정하는 일이다.

지방분권, 자치분권 모두 궁극적으로는 주민의 자기통제로서 주민자치와 연계된다.

일부는 현 정부가 주민자치 담론을 생산했다고 하지만 사실은 아니다. 주민자치는 민주화 이후 30년간 지속된 국정 이슈로 관련법의 개정 등을 통한 점진적인 논의가 지속되어 왔다. 최근 부쩍 관심과 갈등의 여지가 많아진 것은 주민자치를 주민자치회로 좁게 인식한 결과이다.

정부가 중앙중심에서 풀뿌리 주민자치로 관심을 돌리는 것은 민주주의의 확대라는 대전제도 있지만 무엇보다 재정적으로 효율적이기 때문이다. 주민자치가 되면 행정서비스에 드는 재정적 부담을 줄일 수 있다.

주민자치로 행정비용을 줄일 수 있는 이유는 서비스 수혜자였던 일반주민들이 기꺼이 생산자, 전달자가 되기 때문이다.

그리고 네트워크를 통한 거버넌스 구축으로 다양한 주민의 목소리를 듣고 조율할 수 있어 행정력이 확대되며 무엇보다 행정의 사각지대를 보완할 수 있다. 동 주민센터 복지 공무원은 모르는 지역의 문제를 해당 지역에 사는 주민들은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정부는 다양한 국민들이 일정 단위에서 ‘자기통치’를 실현할 수 있도록 법을 제정하고 행정적, 재정적 지원을 하고자 하는 것이다.

주민자치는 사회구성원 모두가 이기는 게임이다.

자치단체장의 입장에서도 공약이행을 위해 민간조직을 지원한다면 정치적 지속가능성도 증대된다. 지역민이 스스로 지역의 문제를 의제화하고 해결방안을 찾는 역량을 강화한다면 그만큼 지역의 경쟁력도 높아진다.

주민의 대표기관인 의회도 마찬가지이다. 주민자치 시대에는 시민들의 의견을 수렴하고 대변하는, 일 잘하는 의원을 지지할 것이기에 의원들의 정치활동 의미가 더 커진다. 일하든 안하든 관심없이 불만만 쏟아내던 주민들이 의원활동의 진정한 파트너가 될 것이다.

주민은 자신의 삶에 변화를 주는 정책에 결정권을 행사할 수 있고 과정에 주체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보장받는다면 바쁘더라도 시간 내서 함께 할 것이다. 나의 일상에 변화를 주는 정책 과정에 참여하여 자신이 제안한 정책이 현실로 나타나고 삶이 나아지는 경험을 한다면 이웃과 신뢰에 기반한 연대를 기꺼이 즐길 것이다. 뜻이 맞는 이웃들과 연대하고 동네서 함께 토론해서 지역을 바꾸는 경험은 낙후된 골목경제를 그냥 두고 보지는 않을 것이다.

이렇듯 주민자치는 모두에게 새로운 경험을 통해 새로운 권력을 창출할 수 있는 기회이다.

주민자치 주체로서 주민들은 행정부와 의회 등 지역사회 지배권력을 견제하고 감시함으로써 보다 대등한 권력을 가지고 지역사회를 투명하게 만드는 시민의 역할을 할 것이다.

이러한 기대가 현실로 되기 위해서는 넘어야 할 산이 많다.

먼저 직장인에게는 저녁이 있는 일상이 보장되어야 할 것이며 그 일상을 파고드는 매력적인 주민자치 프로그램이 필요하다. 주민자치 프로그램은 그야말로 주민이 지역의 주인역할을 할 수 있도록 기획되어야 하는데 지금은 그렇지 못하다.

주민자치는 자기의사결정을 정치와 행정, 그리고 시민사회에 작동하는 일이다.

민주적 참여의식은 학습과 실천을 통해 조금씩 향상되므로, 실패도 넘어설 수 있도록 많은 기회를 갖도록 하자. 실패해도 과정을 만족할 수 있다면 주민자치의 발전을 기대할 수 있다. 다수가 결정하고 평가하는 과정 그 자체가 주민자치 학습과정이 아닌가.

현재 막바지를 향하고 있는, 주민참여예산제도인 읍면동지역회의에서 의제로 주민자치 학습을 위한 동네모임을 제안해도 좋겠다. 진행 주체와 열린 공간이 필요하겠지만 현재 여의치 않더라도 주민들이 마음 내서 준비하도록 하자. 하반기에 주민중심의 사업주체를 공모하고 장소를 지역의 다양한 공간으로 삼는다는 약속만 한다면 형식에 맞지 않더라도 기회를 주자. 왜? 주민들이 원하니까. 주민자치를 위해 필요한 과정이니까.

행정의 방식에 익숙하지 않은 주민의 바램을 꺽어버리지 말고 주민자치 생태계를 만드는 다양한 사업을 해 볼 수 있도록 기다리는, 동장이 책임지고 사업을 운영하겠다고 밀어주는 열린 행정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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