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행정의 정도(正道)와 윤리
정치·행정의 정도(正道)와 윤리
  • 승인 2019.07.03 2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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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복 영진전문대학교 명예교수 지방자치연구소장
김진복 영진전문대학교 명예교수 지방자치연구소장

 

괜히 짜증스럽다. 대통령 부부가 영화 ‘기생충’을 본 것이 뭐 그리 대단하다고 선전하는 꼴이나 체육 스타로 성공한 선수가 응당 가야 할 지도자의 길을 피하고 개그맨인지 아닌지 괴상한 연기를 하면서 분칠한 얼굴을 보이는 것도 보기 싫다. 권력도 있고 돈 걱정은 없으니 ‘나만 등 따시고 배부르면 그만’이라는 생각이 요즘 세상 이치라고 한다면 할 말이 없지만 남의 일에 왜 짜증이 날까.

같은 땅 위에서 숨 쉬고 살아야 하니 피할 수도 없는 일이다. 보기 싫고 듣기 싫으면 TV채널을 바꾸면 되지 않느냐고 하지만 서로 약속이나 한 듯 많이들 닮았다. 변해 가는 사회풍조에 적응하지 못하는 것 같아 자신을 탓할 때도 있다. 사람이 환경을 만들어 가고 체제의 지배를 받는다는 체제 환경론적 입장에서 벗어 날 수 없는 것이 바로 우리다.

문재인 정부가 사회체제 전반에 걸쳐 여러 형태로 급진적·인위적 변화를 유도하고 있는데 국민들은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의도된 변화에 조금씩 발을 담가가고 있다. 하지만 내 주변에는 나라 경제와 안보를 염려하는 이들이 의외로 많다. 구태여 애국자라고는 할 수 없지만 그들 논조의 끝은 항상 나라의 정치·행정이 정도를 걷지 않고 있다는 점을 지적한다.

이렇게 생각이 비슷한 사람들을 두고 세간에서는 꼰대라고 예사롭게 말하면서 귀를 기울이지 않는다. 이 정부는 젊은이들을 자기네 편이라고들 말하고 있는데 실제 젊은 사람들의 국가관과 안보관은 어떤지 몹시 궁금하다. TK를 잘 이해하지 못하는 지역에 살고 있는 사람들은 무조건 우리와 상반된 생각을 갖고 있는지 그것도 알고 싶다. 진보와 보수정권을 번갈아 몇 차례 경험했지만 지금같이 갈등이 곳곳에 퍼진 때가 없었다. 정치집단은 말 할 것도 없고 여러 사회체제가 좌파 우파, 진보 보수라는 상반된 억지이념의 틀 안에서 자기 영역을 구축하고 있는 것을 쉽게 볼 수 있다. 국민형성·국민통합은 고사하고 국가경영에 책임 있는 자들이 정치적 욕심 때문에 갈등을 의도적으로 부추기고 있는 것도 다반사다.

나라가 정도를 걷도록 계획하고 실천하는 것이 정치의 할 일이지만 우리는 그런 정치인을 잘 볼 수가 없다. 정치인이라기보다 정상배가 더 많이 눈에 띈다. 그들은 교언영색으로 국민들을 호도하면서 정치의 정도를 무시하고 자기의 이익을 위해 딴 길을 만든다. 여기서 국민들은 정치적 갈등을 겪게 된다. 국가나 사회가 바로 서려면 개인이든 조직이든 자기 역할을 살피는 지혜가 필요하다. 지혜는 정도를 찾는 것이며 정도의 바탕은 윤리다. 일견하면 윤리는 따분한 것, 얽매는 것, 옥죄는 것 등으로 요약할 수 있지만 사람이나 조직이 지녀야 할 큰 덕목이다. 국가경영의 최대가치는 정치윤리와 행정윤리의 바탕위에서 설정되어야 한다. 정책을 만드는 정치, 집행하는 행정이 윤리의 틀을 비껴가면 독재로 흐르기 십상이다.

요즘 나라의 정치·행정을 보면 답답하고 짜증이 난다. 무한의 권력을 가진 대통령이 법을 앞세우지만 정치·행정의 흐름을 보면 왠지 불안하다. 대통령중심제의 나라라고 하지만 문대통령은 지금 청와대를 절대 권력의 본산으로 만들고 무슨 일이든 할 수 있다는 자신감에 취해 있다. 청와대 조직이 대통령의 참모 역할을 뛰어넘어 행정부의 집행기능까지 관여하는 일로 불화음을 초래하기도 한다.

국가의 모든 체제가 대통령, 즉 청와대의 의도대로 기능하고 있다는 것을 모르는 국민들은 이제 없다. 청와대의 깊은 정치·행정권 터치로 불거지는 문제들이 자꾸 늘어나고 있는 것 같다. 청와대가 설득도 하고 때로는 변명하지만 국민들은 곧이들으려 하지 않는다. 국민과의 소통 길을 스스로 막고 있는 형국이다.

삼척항에 입항한 북한어선 문제에도 구설이 많다. 구속된 민노총위원장을 풀어주지 않으면 “문재인 정권을 끌어내리기 위한 투쟁을 계속할 것”이라며 총파업을 포함한 연쇄 집회·시위를 예고한 민노총의 엄포에 국가공권력이 밀리는 것을 보면서 정치·행정의 정도를 되새겨 본다.

명심보감에 속욕부달(速欲不達)이란 말이 있다. 뭐든 급히 이루려고 하면 그 뜻에 이를 수 없다는 것이다. 정권을 계속 누리고 싶은 정부·여당이나 정권 쟁취를 꿈꾸는 야당, 정치인들은 정치·행정의 윤리를 망각하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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