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도시장 질펀한 난전. 시멘트 바닥에 덩치 큰 문어가 엎드려 사투 중이다. 바닥에서 절대 떨어지지 않으려는 저 흡착
버둥거리는 두 다리를 파란 밧줄로 묶으니 나머지 다리가 재바르게 엉킨다. 필사의 저항이란 바닥을 온몸으로 움켜쥐고 놓지 않는 것. 노란 고무장갑 춤사위가 점점 요란해져도, 우우 구경꾼이 몰려들어도 끝내 문어는 바닥을 고집한다
잡힐 것인가, 말 것인가. 나를 잡아끄는 커다란 손 앞에서 한 번쯤은 온몸으로 바닥을 움켜쥐고 버티어보는 것도 저 문어에게 배워야 할 예의일 듯
◇김정아= 경북 상주출생, 대구시인협회 회원, 형상시학회원, 문장작가회원, 시인시대편집위원
<해설> 마지막 순간까지 생을 놓을 수 없는 문어의 쓸쓸한 애타가 눈물겹지만 삶이 거기까지 인걸 어쩌랴.
삶은 알 수 없는 미궁 속으로 빠져들기 마련이 아니던가. 그리하여 우리는 그걸 운명이라고 하는 것이다.
예정된 운명에 저항하는 것이라고는 고작 흡판으로 땅바닥을 고집하는 것일 뿐일 테니까. -제왕국(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