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쁘띠 아만다' 위로도 격려도 적절한 거리가 필요하다
'쁘띠 아만다' 위로도 격려도 적절한 거리가 필요하다
  • 김광재
  • 승인 2019.07.04 2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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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러로 엄마를 잃은 7살 소녀
외삼촌과 맞춰가는 삶의 변화
일상의 회복 과정 현실적 표현
쁘띠아만다2-2

영화가 끝나는 시점에서 10년 후, 반듯하게 성장한 아만다를 보고 누군가 다비드에게 조카를 잘 키웠다고 칭찬한다면 그는 정색을 하고 이렇게 대답할 것이다. “제가 키운 게 아니라 아만다 스스로 컸죠. 전 그저 옆에서 지켜보았을 뿐.”

7살 아만다는 파리의 고등학교 영어 선생님인 어머니와 함께 살고 있다. 엄마가 바쁠 때는 외삼촌이 가끔 아만다를 돌봐준다. 외삼촌 다비드는 민박집 관리, 공원 조경수 손질 등을 하며 살고 있는 24살 청년이다.

어느 날 아만다의 엄마는 공원에서 발생한 테러로 목숨을 잃고, 아만다는 홀로 남는다. 자신의 삶을 헤쳐나아가기도 녹록치 않은 청년이 어린 조카를 책임진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어찌해야 좋을지 모를 당황스러운 상황 속에서 다비드와 아만다는 조금씩 삐걱거리면서 방향을 찾아간다.

다비드는 조카가 사랑스럽고 애처롭지만, 자신이 어디까지 감당할 수 있을지를 고민한다. 누나를 사랑하고 조카는 사랑하지만, 무턱대고 덤벼들지 않는다. 하루하루 살아가는 과정에서 조카와 함께 살아야겠다는 결심이 굳어진 다음, 다비드는 아만다에게 말한다. “서로 참고 잘 살 수 있을까?” “맨날?” “맨날.” “그건 살아 봐야지.”

이런 대화를 주고받는 다비드와 아만다는 희망에 가득 찬 표정이다. 앞으로 좋은 일만 있을 것이라는 기대 때문이 아니라, 어려운 일이 닥쳐도 이겨낼 수 있겠다는 자신이 있기 때문이다.

영화는 테러로 소중한 사람을 잃은 사람들이 그 상처 속에서 일상의 회복을 향해 한 걸음씩 나아가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백만장자 친척이 나타난다거나, 한 번도 만난 적 없는 아빠가 나타난다거나 하는 동화 같은 상황을 벌어지지 않는다. 그런 의미에서 ‘쁘띠 아만다’는 매우 ‘현실적’인 영화이다.

주변 사람들도 모두 적절한 거리를 유지한다. 언제든 와서 기대어도 된다는 것을 알려주고 격려를 해주지만 몇 걸음 떨어져 지켜본다. 현실에서는 마음이 앞서 덜컥 일을 벌였다가 상황이 더 나빠지는 경우도 드물지 않게 벌어진다.

선의는 치명적인 실수가 되고, 수습도 회복도 불가능한 지경에 떨어지기도 한다. 다비드의 연인이 된 레나도, 아만다의 고모할머니도, ‘엄마의 엄마’도 그렇게 하지 않는다. 그런 의미에서 ‘쁘띠 아만다’는 매우 ‘비현실적’인 영화이기도 하다.

그들을 보면 김사인 시인의 ‘조용한 일’이라는 시가 떠오른다. 시인은 철 이른 낙엽이 옆에 떨어지자 “그냥 있어볼 길밖에 없는 내 곁에/저도 말없이 그냥 있는다//고맙다/실은 이런 것이 고마운 일이다”라고 노래했다. 다비드와 아만다에게는 말없이 그냥 있어주는 고마운 사람들이 있으니, 그들의 미래에 대해 안심을 해도 될 것 같다.

미카엘 허스 감독은 “사건 이후 주인공들의 개인적인 삶에 변화와 일상에 관해 이야기하려 했다”고 말했다. 감독은 2015년 11월 13일에 벌어졌던 파리 테러로 상처를 입은 사람들과 충격을 받은 파리 시민들에게 프랑스영화 식의 위로를 주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러브 포티(0:40)에서 듀스(40:40)까지 따라잡는 테니스 게임이 누군가에게는 포기하지 말라는 메시지로 받아들여진다. 현실과 비현실의 경계에 서 있는 이 영화도 어떤 관객들에게는 그렇게 인생에 대한 은유로 읽힐 것이다. 베니스영화제는 이영화에 매직랜턴상을 선사했다. 매직랜턴은 환등기라는 뜻이다.

김광재기자 contek@idaeg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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