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논단> 나-메시지 가족 문화
<대구논단> 나-메시지 가족 문화
  • 승인 2010.03.23 14: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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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 효 진 스피치 컨설턴트

법무부가 법질서 바로 세우기 운동의 일환으로 `가정 헌법 만들기 캠페인’을 지난해 처음으로 시작했다. 이를 통해 가족 구성원이 함께 지켜야 할 약속 또는 원칙을 대화를 통해 만들어 지켜나감으로써 사회의 기초인 가정에서부터 법질서의 소중함을 느낄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해 나가기 위함이다.

그것도 가족 모습이 담긴 사진 한 장과 가족회의를 통해 결정된 문구를 액자로 만들어 지원해 추억을 만들어주고, 이 모든 과정을 통해 가족 공동 시간이 부족한 현대 가정의 대화 시간을 늘리는데 큰 역할을 하고 있다고 한다. 그리고 법무부에서 이 캠페인에 참여한 1000여 가정의 가정헌법 1조를 분석한 결과, 사랑(28.4%), 화목(9.9%), 행복(9.1%), 존중(8.5%) 등의 순으로 언급됐다.

우리가 흔히 집안의 가훈에서도 앞서 언급된 주제들이지만, 정작 가족들 간의 대화와 활동시간이 줄어드는 요즘 앞서 제시된 가정헌법 주제에서 빠져서는 안 되는 것이 `대화’다. 대화를 통해 자연스럽게 가족문화를 만들어 갈 수 있기 때문이다. 필자의 가훈도 `대화와 타협’인 것을 보면, 얼마만큼 대화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는지 알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가정헌법 또는 가훈으로 `대화’라고 정하였다고 한들, 지금까지 부모가 자녀에게 의사를 표현하는 방식에 있어 제대로 된 대화법을 쓰고 있는지 되돌아 볼 필요가 있다. 특히 부모가 자녀에 대한 불만에 대해 의사를 표현할 때, 너-메시지 전달법을 통해 자녀와의 대화 단절로 이어져 오지는 않았는지 점검해 봐야 한다.

여기서 언급된 너-메시지(You-message) 전달법이라고 하는 것은 서로 간에 갈등이나 불만이 있을 때 그것을 표현하는 언어적인 방법 중 하나로, 그 나머지 하나는 나-메시지(I-message)가 있다. 이 두 가지 메시지 전달법은 궁극적으로 어떤 상황에 대한 책임소재와 관계 되는데, 나-메시지는 나의 책임으로 받아들이는 것이지만 너-메시지는 상대방에게 책임을 지우는 것이다.

이중에서 너-메시지는 상대방에게 문제의 책임을 지우면서 부정적인 감정을 느끼게 하는 메시지를 전하는 것이기 때문에 생산적인 의사소통과 인간관계에 있어 방해가 된다. 다음의 표현들을 살펴보자. `너는 왜 그렇게 매일 늦게 들어오니`, `너는 그런 행동이 버릇없는 거야’ 등의 표현들이 너-메시지 형태의 말하는 방식이다.

이들의 표현은 상대방을 비난, 지시, 명령, 무시, 충고함으로서 자존심을 상하게 할 뿐만 아니라 문제의 책임을 상대방에게 떠넘기는 말이다. 이와는 반대로 나-메시지는 상대방의 행동 자체를 문제 삼고 그에 따른 책임을 상대에게 넘기는 대신 그의 행동에 대한 나의 반응을 판단이나 평가 없이 알려줌으로써 반응에 대한 책임을 내가 지는 것이다.

이 나-메시지는 다음과 같은 세 가지 요소를 포함하는데 타인의 행동 또는 상황, 그에 다른 결과, 나의 감정 또는 반응이다. 그렇다면 앞에서 예로 든 너-메시지를 나-메시지로 바꿔 보면 그중에서도 `넌 왜 그렇게 매일 늦게 들어오니’의 경우, `난 네가 늦어서 많이 걱정 했단다’와 같이 `나’를 주어로 해 자신의 생각이나 감정을 표현하는 방식으로 표현해 볼 수 있다.

이렇게 나-메시지 전달법을 통해 부모와 자녀 간 대화를 해 나간다면 자녀로부터의 방어심리를 덜 유발하고 훨씬 편안하게 대화에 임할 수 있다. 그리고 나-메시지 대화법이 부모와 자식 간이 아닌 삶을 공유하면서 겪게 되는 다양한 현실 문제로 갈등이 표출될 수밖에 없는 부부 사이의 대화에서도 마찬가지로 활용이 되어야 할 것이다.

최근 가족 간의 대화와 활동시간이 줄어들면서 가족문화가 사라지고 있어 각각의 가족 구성원을 하나의 가족으로 묶어줄 새로운 가족 문화가 필요한 때이다. 그런데, 그동안 가족 구성원들 간의 일방적인 명령식 대화법으로 힘의 논리를 내세운 대화였다면 이제는 이러한 말의 권력 구조를 과감히 깨버리고, `남’을 밝히는 것이 아니라, `나’를 밝히는 대화 곧 자아를 노출시키는 대화법을 새로운 가족문화로 만들어보는 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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