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곡 구덕리 마을] 생태공원 만들고 출렁다리 놓고…시골마을의 변신
[칠곡 구덕리 마을] 생태공원 만들고 출렁다리 놓고…시골마을의 변신
  • 김광재
  • 승인 2019.07.18 21: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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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림·양지·구지 세 마을 모여
100여 가구 함께 ‘오손도손’
토박이·귀촌인들 어울려
활기찬 마을 만들기 합심
물레·도자기 핸드프린트 등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 운영
800년 묵은 모과나무와
천년 세월 송림사 5층 전탑
계곡 앞 정자 등 볼거리 풍성
 
질곡군 동명면 구덕리는 천년고찰 송림사와 동명지 수변생태공원 등 관광자원이 풍부해 많은 사람들이 찾아온다. 전영호기자
칠곡군 동명면 구덕리는 천년고찰 송림사와 동명지 수변생태공원 등 관광자원이 풍부해 많은 사람들이 찾아온다. 전영호기자

 

2019경상북도 마을이야기 - 칠곡 동명면 구덕리

송림사 5층 전탑은 몽골의 침입으로 폐허가 된 절터에 홀로 서 있었다고 한다. 천년 세월을 버텨왔지만, 지금의 모습은 그동안의 보수, 복원을 거쳐 일부 변형된 모습이다. 그리고 절 이름을 그저 ‘송림’이라 한 것으로 짐작건대, 원래 절터 주변에는 솔숲이 부처의 가르침만큼이나 장엄했으리라. 그러나 지금은 이름으로만 송림이 남아있을 뿐이다.

변하지 않는 것은 없다. 가만히 있는 것처럼 보이는 모든 것이 지금 이 순간에도 변하고 있다. 16번 시내버스를 타고 송림사로 소풍을 왔던 중학생이 삼사십 년 만에 송림사를 다시 찾았다면 아마 같은 장소냐고 물을지도 모른다. 전각들도 많이 들어서 절도 변했지만, 계곡 건너편 차가 쌩쌩 달리는 넓은 도로부터 낯설 것이다.

송림사 아래에 있어 송림지라고도 불리는 동명저수지도 많이 달라졌다. 낚시터로 알려졌던 동명지가 승용차 보급이 늘어나고 도로망이 확충되면서, 한때 전원라이브카페의 성지가 됐다. 모닥불에 감자와 추억을 구워먹으러 사람들이 몰려왔었다. 지금은 동명지 수변생태공원이 조성되고 있다. 아직 개통은 되지 않았지만 출렁다리가 걸려있고, 부교 데크길도 물 위에 떠 있다. 완공 전인데도 광장과 쉼터를 찾는 관광객들이 적지 않다.


 
구덕리제당1
송림마을에 있는 제당. 5년 전까지 동제를 지냈다.


송림사 5층 전탑이라는 전통적 랜드마크와 동명지 출렁다리라는 현대적 랜드마크를 함께 가진 칠곡군 동명면 구덕리에는 세 마을이 있다. 송림사 옆의 송림마을, 동명저수지 안쪽의 양지마을, 동명저수지 건너편의 구지마을에 100여 가구가 살고 있다. 송림사 동쪽 도덕산 기슭에 구덕리라는 마을도 있었으나 사람들이 떠나고 암자와 승마장이 있다. 구덕리라는 이름이 구지와 덕산리에서 따온 것이라 하는데, 지금은 송림마을과 양지마을이 구덕리의 중심이다.

조선 세조 때 덕산 이씨, 그보다 100년쯤 뒤 창녕 조씨가 팔거현(칠곡)으로 들어와 뿌리를 내렸다. 현재 구덕리 주민은 이 두 가문의 후손들과 근래 타지에서 들어온 사람들이 반반 정도 된다고 한다. 관광자원으로서 송림사와 동명지 생태공원이 신구의 조화를 이루듯, 토박이들과 귀촌인들도 서로 부족한 점을 메워가며 활기찬 마을을 만들어가고 있다.

칠곡군이 마을 공동체 회복과 주민의 행복지수 향상을 위해 역점사업으로 추진하고 있는 인문학마을사업에도 적극 참여하고 있다. 마을 어르신들의 ‘잔소리 문패’, 이야기가 있는 도자기 만들기, 수제 빵·쿠키 만들기 등 다양한 ‘마을살이 프로그램’을 해왔다.


 
구덕리마을다목적센터
구덕리 마을 다목적센터.

2016년도 창조적마을만들기 공모사업으로 카페, 체험장, 로컬푸드 매장을 갖춘 마을 문화공간이 들어섰다. 지난해부터 ‘정구지 스튜디오’라는 이름으로 운영하고 있다. 운영 주체는 마을의 90여 가구가 조합원으로 참여하고 있는 구덕리 참마실협동조합법인이다. 곧 ‘구덕리 마을 다목적센터’로 이름을 바꿔 내걸 계획이다.

다목적센터는 기성리에서 동명지 방향으로 내려오다 동명 119 안전센터 조금 못 미쳐 오른쪽에 있다. 계곡 건너편이 바로 송림사다. 주차장으로 들어가면 갓 삶은 찰옥수수와 이 마을에서 생산된 토마토를 팔고 있다. 향기로운 커피향 가득한 카페 한쪽 벽에는 도자기, 고무신 공예, 장류, 벌꿀 등 지역 특산물 코너가 마련돼 있다. 카페 옆 체험장에서는 유치원 어린이부터 성인까지 물레, 도자기 핸드프린트 등 다양한 체험프로그램이 운영되고 있다.


 
동명지수변생태공원1
동명지 수변생태공원.


참마실협동조합법인 대표를 겸하고 있는 권분란 이장은 “앞으로 제과, 제빵 등 체험프로그램을 다양화할 계획”이라며 “송림사와 동명지 수변공원을 둘러보고, 구덕리 주민들이 직접 운영하는 카페와 체험장에서 더욱 알찬 시간을 보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송림사와 동명저수지, 그리고 구덕리 사람들은 세월의 흐름에 따라 이렇게 변해 왔다. 변한다고 해서 모든 것이 변하지는 않는다. 변하지 않아야 할 것은 힘을 모아 지키고 있다. 2010년대에도 동제를 지낸 마을이다. 간소화했다고는 하지만 동제를 계속 지내기는 어려워 5년 전부터 제사는 생략했다. 하지만 정월 보름에 세 마을이 모여 각각 마을 기금을 결산하는 ‘문서닦기’를 하고, 이튿날에는 밥과 국을 끓이고 음식을 장만해 온 마을 사람들이 함께 모여 종일 즐거운 시간을 보낸다. 마을 기금으로 혼자 사는 어르신들에게 선물도 한다. 동제의 형식은 사라졌으나 그 뜻은 여전히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동제를 지냈던 제당도 아직 남아있다. 송림마을의 한정식집 ‘동궁정’ 앞 다리를 건너 오른쪽 둑 위 당산나무 옆에 있다. 자물쇠로 잠긴 작은 문 앞에 막걸리 병이 놓여 있다. 누군가 술을 올린 듯하다. 귀퉁이가 부스러진 지붕을 보니 슬레이트 지붕 위에 기와를 얹었다. 제당 옆에는 비닐하우스가 바싹 다가와 있고, 저 멀리 동명지 출렁다리의 탑이 보인다.

이밖에도 구덕리에는 마음을 내어 찾아볼 만한 문화재들이 많다. 송림사 위쪽 길가에 있는 부도밭에는 조선 숙종 때 송림사 대웅전과 명부전을 중창한 기성대사비가 비각 안에 서 있다. 옆에는 기성대사의 행장을 적은 안내판이 있어 방문객의 이해를 돕고 있다. 송림사 앞 계곡에 자리 잡은 아름다운 정자 심원정은 아직 사람들에게 문을 열고 있지 않아 먼발치에서 볼 수밖에 없어 아쉽다. 덕산리 도덕암에는 800년 묵은 모과나무도 있다. 고려 광종 4년 도덕암을 창건하면서 심었다고 전해지는데 지난 2004년 보호수로 지정됐다. 창녕 조씨 입향조 석당 조세우가 심은 구지마을 느티나무는 1982년 보호수로 지정됐다. 인터넷에는 7년 전 한 가지만 살아남은 느티나무 사진이 올라와 있다. 지금은 명을 다하고, 그 자리에는 석당선생이 손수 심은 나무라는 비석과 석당공 후손들을 지켜주는 신령스런 나무라는 비석만 서 있다. 구덕리는 찬찬히 둘러본다면 뜻밖에 많은 것을 느끼고 배울 수 있는 마을이다.

박병철 ㆍ김광재기자

 

<우리 마을은>

"관광객들 마음 편히 쉬다 가길", 권분란 이장

권분란이장
 


“아이들 출가시킨 지 10년이 다 돼갑니다. 뭘 더 바라는 게 있겠어요. 마을 사람들이 힘을 모아 어렵게 마련한 이 마을센터가 활발하게 잘 운영되기를 바랄 뿐입니다.”

동명면 최초의 여성 이장인 권분란(사진) 구덕리 이장은 마을을 찾아온 관광객들이 마음 편히 쉴 수 있는 공간으로 자리 잡아, 마을의 젊은이들이 운영할 수 있을 정도로 수익을 올릴 수만 있으면 좋겠다고 한다.

“도자기 체험을 담당하고 있는 이주현 사무장은 대학에서 도예를 전공했고 자격증도 갖춘 재원이에요. 시댁이 우리 마을에서 식당을 하고 있으니, 우리 마을로 시집온 셈이지요. 마을에서 선생님으로 모신 거지요. 그림도 잘 그리고 다재다능한 사람이라 큰 도움을 받고 있습니다.”

권 이장은 곧 제빵, 쿠키만들기 체험도 시작할 계획이라고 한다. 더 나아가 앞으로 전이나 국수 같은 간단한 음식을 제공하고 운영시간도 늘려서, 송림사나 동명지 수변공원에 가면 꼭 들러야 하는 곳으로 만들고 싶다고 한다. “좋은 위치에 마을 주민들이 뜻을 모아 직접 운영하는 곳이니 잘 될 거예요.” 자신감 넘치는 목소리였다. 

 



<가볼만한 곳>

 
기성리삼층석탑3
기성리 삼층석탑 


◇기성리 삼층석탑

구덕리에서 한티로를 따라 올라가면 기성리 법성마을이다. 예전에 법성사라는 절이 있었다고 전하는데 절은 사라지고 삼층석탑만 남아 있다. 보물 제 510호로 지정된 기성리 삼층석탑이다. 보물로 지정된 국가문화재이니 쉽게 찾을 수 있으리라 생각하면 오산이다. 내비게이션도 한티로 큰길까지만 안내한다.

지도와 표지판을 따라 마을 안으로 들어가면 어느 무인모텔 옆에 ‘기성동 삼층석탑 →190m’라는 작은 표지판이 나온다. 사유지로 보이는 농장으로 걸어 들어가면, 밭 가운데에 겨우 숨 쉴 만큼의 터에 낮은 난간을 두르고 삼층석탑이 서 있다.

높이 5.2m의 그리 크지 않은 탑이지만 통일신라 삼층석탑의 정제된 아름다움을 가지고 있다. 안내판에는 “이 탑의 특징은 기단면석에 모서리 기둥을 본떠 새기지 않고 큼직한 창 모양의 안상(眼象)만을 새겨 둔 점이다. 기단 면석에 안상을 새겨둔 경우가 간혹 있기는 하나 모서리 기둥을 새기지 않고 안상만을 새긴 경우는 없다.”라고 적혀 있다.

이 탑을 세운 장인이 그 시대의 전형적인 스타일이 갑갑했거나, 어떤 특별한 뜻을 담고 싶었는지도 모르겠다. 표지판의 ‘안상’은 눈처럼 납작한 타원 모양이라는 뜻인 듯한데, 위쪽에 물결무늬가 있어 연꽃이 벙글어지려는 순간을 표현한 것은 아닐까 싶다. 깨밭 옆에, 감나무밭 옆에 서 있는 탑이 뻘밭에 솟아오른 한 송이 연꽃처럼 보이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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