홧김에 ‘욱’…끊임없는 분노범죄
홧김에 ‘욱’…끊임없는 분노범죄
  • 석지윤
  • 승인 2019.07.21 21:5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대구·경북 최근 석달간 10여건
전문가 “주로 소통부족 원인
제도보다 갈등 해결 노력 중요”
순간적인 화로 끔찍한 범죄를 저지르는 사례가 잇따르는 가운데 대구경북에서도 한 주에 한 번꼴로 순간의 화를 다스리지 못한 우발적 범행이 발생하면서 사회문제가 되고 있다.

21일 경찰에 따르면 지난 5월부터 이달까지 대구경북에서 10여 명이 살인, 폭행, 살인미수 등의 혐의로 입건됐다. 이들 대부분은 일순간 감정을 다스리지 못하고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조사됐다.

지난 17일 대구 남구 대명동 한 스크린 골프장 인근 주민 A(57)씨는 골프장에 인화물질을 뿌리고 불을 질렀다. 이 불로 A씨는 숨지고 골프장 업주 부부는 중태에 빠져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A씨는 평소 소음 문제로 골프장 업주에게 수차례 개선을 요구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자 ‘스크린 골프장에서 발생하는 소음으로 스트레스가 끊이지 않았다’는 내용의 유서를 남기고 이같은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지난달 21일에는 B(56)씨가 같은 교회에 다니는 C씨의 자택으로 찾아가 C씨를 흉기로 수차례 찌른 혐의로 경찰에 붙잡혔다. B씨는 경찰 조사에서 평소 자신의 험담을 하고 다니던 C씨에게 앙심을 품고 범행을 저질렀다고 진술했다.

지난 5월 상주의 C(40)씨는 거주 중이던 아파트의 엘리베이터에서 위층 주민과 소음 문제로 대화를 나누다 다툼이 커지면서 주먹을 수차례 휘둘러 코뼈가 부러지는 등 쌍방 폭행 혐의로 경찰에서 조사를 받았다. 박모(여·45·대구 달서구 감삼동)씨는 “주변에서 층간 소음 뿐 아니라 음식 냄새까지 문제 삼아 항의를 받는다는 말을 들으니 세상이 너무 각박해진 것을 느낀다”며 “윗 집에서 소음이 발생해도 행여 무슨 일이 생길까봐 (시끄럽다고)말 하기도 어렵다. 가장 가까이 사는 이웃들이 가장 무서운 사람이 돼버렸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현대사회에서 이웃 사이의 소통부족을 문제로 꼽았다. 영남대학교 교육학과 정은 교수는 “큰 사건은 갑자기 일어나는 게 아니고 전조를 보인다. 골프장 화재 사건도 갑자기 저지른 범행이 아니라 지속적으로 업주에게 개선을 요구하는 등 대화를 시도했지만 무시한다는 느낌을 받아 사건이 발생했다”며 “당사자인 사람들끼리 서로 갈등을 해결하는 분위기가 정착돼야 한다. 소음에 관한 법령, 조례 등 제도로 모든 문제를 해결하려는 태도는 지양돼야 한다”고 말했다.

석지윤기자 aid1021@idaegu.co.kr
  • 대구광역시 동구 동부로94(신천 3동 283-8)
  • 대표전화 : 053-424-0004
  • 팩스 : 053-426-6644
  • 제호 : 대구신문
  • 등록번호 : 대구 가 00003호 (일간)
  • 등록일 : 1996-09-06
  • 인터넷신문등록번호: 대구, 아00442
  • 발행·편집인 : 김상섭
  • 청소년보호책임자 : 배수경
  • 대구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대구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micbae@idaegu.co.kr
ND소프트
많이 본 기사
영상뉴스
SNS에서도 대구신문의
뉴스를 받아보세요
최신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