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끈한 몸통
꾸불꾸불한 가지 끝마다
초여름 시작과 끝을 알리며
무더운 여름 내내 끊임없이
저녁 한 송이 지고
아침 한 송이 피워
일백일 동안 인내와 끈기로
피어난 꽃과 향기
애틋한 숨결로 다가온 듯하다
※배롱나무(일명 백일홍)는 부산시 부산진구 양정동 팔백년이 된 나무가 있음. 1965년 천연기념물 168호로 지정 된 보호수임.
◇허남준= 경북영천生. 동국대불교학과졸업, 해동문학 신인상, 해동문인협회 부회장, 한국불교문인협회 이사, 한국현대시인협회 대외협력위원장, 한국문인협회 정책개발위원 및 시분과 회원, 국제PEN한국본부 회원. 시집으로 ‘샛별 품은 샛강소리’외 7권이 있다.
<해설> 하루를 닫는 저녁, 하루를 여는 아침, 저녁에 지고 아침에 피는 배롱나무 꽃. 누가 있어 아침마다 아침을 일깨우는 꽃을 피울 것인가? 어쩌면 우린 꽃보다 더 많이 지혜롭지 못하거나 꽃보다 더 많이 사랑할 줄 모르는 빈약한 인간이라는 존재인지도 모른다. 배롱배롱 혀에 굴리면 꽃이 더 아름답게 보인다. 아니, 사람이 아름답게 보일 것이다. - 김부회(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