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육강식 세계 초베국립공원
보기 어려운 포식 장면 ‘행운’
다음 여행지 일정 문제 발생
“일단 이동 후 해결하자” 발길
새벽 6시, 동이 트기 전 숙소를 출발 초베국립공원으로 갔다. 해도 뜨기 전 공원 입구에는 여러 대의 사파리용 차들이 줄지어 있다. 출입구가 열리고 차들이 앞다투어 공원안으로 달려 게임드라이브(Game drive)를 시작한다.
먼동이 트고 햇살이 비칠 즈음 임팔라 암컷과 새끼들이 무리지어 아침식사를 하고 있다. 초베습지를 따라 삼십분 정도 안쪽으로 들어가 본격적인 동물찾기에 나선다. 스탠스는 다른 차들과 떨어져 홀로 10여 분을 더 달려가 숲 사이를 지나 초원 한 곳에 우리를 데려간다.
그곳에는 암사자가 어제 사냥한 버팔로로 아침식사를 하는 중이었다. 하루밖에 지나지 않았는데 특유의 피가 썩는 냄새가 코를 찌른다. TV에서만 보던 약육강식의 현장이 눈앞에 펼쳐진다. 5m도 안되는 거리에 차를 세워 놓고 쳐다보고 있어도 암사자는 우리를 의식하지 않고 식사에 열중한다. 갈비뼈를 씹는지 우두둑하는 소리도 들린다. 아프리카 사파리 중 육식동물들의 사냥 장면은 보기가 쉽지 않다고 한다. 지인으로부터 얼룩말이 새끼를 낳는 장면을 본 사람도 있다는 말을 듣기는 했다. 운이 좋은 하루였다. 스탠스에게 당신이 최고라고 칭찬을 몇 번이고 했었다. 사자의 모습을 뒤로 하고 다른 곳을 찾아 다닌다.
가지고 있는 여행 책자에는 이곳이 세계에서 가장 큰 코끼리떼 12만 마리가 무리지어 있는 곳이라고도 하는데, 우리가 방문한 시기는 다른 곳으로 이동한듯 휑하다. 나오는 길 초원에서 본 것은 배부른 암사자들과 사자새끼들, 그리고 원숭이, 버팔로, 영양류 등 세렝게티에서 많이 본 동물들로 별 감흥없이 숙소로 돌아 왔다.
숙소에서 점심식사를 마치고 쉬다가 오후 세시부터 일몰 때까지 초베강 보트크루즈(Chobe river boat cruise)에 나섰다. 넓은 초베강에서 코끼리무리들과 3m나 되는 나일악어, 하마무리들을 보며 초베강에서 떨어지는 해를 즐겼다.
배를 탄 곳이 어제 가려고 했던 초베 생태관광 사파리 롯지(Chobe echotourism safari lodges)의 선착장이었다. 이곳의 뷔페(280뿔라)가 초베에서 맛과 가성비가 제일 좋은 곳이라는 추천에 우리 일행 세 명과 같이 초베강보트투어를 한 전주에서 신혼여행 온 젊은 경찰관 부부, 이렇게 한국인 다섯 명이 조금은 이른 시각 식당으로 들어섰다. 각종 해산물과 육류 그리고 쉐프들이 직접 조리도 해주는 등 은은한 조명 아래에서 아프리카가 아닌 휴양지의 고급 레스토랑의 분위기였다. 와인 한 병에 190뿔라로 여행지의 기분을 내기에는 좋은 밤이었다.
보츠와나의 투어일정을 끝내고 숙소로 돌아와 나미비아의 다음 일정을 체크 했다. 와이파이를 연결하고 메일을 확인하니 나미비아의 스와코프문트에 예약해 놓은 에어 비앤비 숙소에서 메일이 와 있었다. 당초 예약하고 돈까지 지불했었는데 숙소의 호스트가 느닷없이 오버 부킹되어 숙소를 이용할 수 없게 되었다며 미안하다고 다른 숙소를 이용해 달라는 연락이었다.
안그래도 나미비아의 일정에서 렌트카는 예약을 하지 않고 공항에 도착해서 빌리기로 하고, 특히 나미비아사막의 숙소는 스마트폰으로 예약하고자 했으나 전혀 예약할 수가 없는 상황이었는데, 그나마 예약해 놓은 숙소마저 해약되어 불안한 생각이 들었다. 일단 내일 나미비아로 넘어가서 비행기를 타고 빈트후크의 국내선 공항으로 가 현지에서 부딪쳐 보기로 하고 일행에게 상황을 간략히 설명 했다.
오전 7시 워터릴리(Waterlily) 숙소를 출발했다. 보츠와나에 오는 날 스탠스에게 버스표를 구해 달라고 했으나 이곳 카사네에서 나미비아의 카티마물릴로로 가는 버스가 드물다고 한다. 하는 수 없이 렌트카를 타기로 하고 스탠스가 운전해 주기로 했다. 아침에 승용차를 몰고 온 스탠스를 따라 국경으로 향했다. 오전 8시 보츠와나-나미비아 국경에 도착하여 보츠와나 출입국사무소에서 간단한 출국스탬프를 찍고 마당으로 나왔다.
보츠와나 출입국사무소의 명물인 1천년이나 되는 수령의 바오밥나무들을 배경으로 기념 사진을 찍어 본다. 보츠와나국경사무소에서 국경을 건너는 다리 너머로 초원이 보인다. 오가는 이들이 거의 없는 한가롭고, 평화로운 전경이다. 다리를 건너 차로 3분거리의 나미비아 출입국사무소로 향했다. 입국심사소에서 체온 체크 후 입국사증을 써서 미리 한국에서 받은 비자(120USD)와 제출하니 바로 여권에 입국허가 스탬프를 찍어준다. 보츠와나와 나미비아는 시차가 없다.
<여행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