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썸니아
인썸니아
  • 승인 2019.08.04 21:1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김부회
김부회

수면에 돌 하나, 첫 파문은 점점 밀려나 동심원의 바깥이 된다

한 때는 중심이었다, 손끝을 떠나 호수로 날아가기까지 포물선의 중심이었으며, 침수하는 순간 물의 중심이었다, 바닥에 가라앉을 때까지는, 내게서 나를 찾을 때마다 바람 빠지는 소릴 들었다 수축한 허파 속 헤모글로빈의 수평을 못 맞춘 심장에서 별을 떼어냈다 헤다 헤다 늘 돌아오게 되는 꿈속은 또 다른 꿈의 계단, 층층 밟으며 내려가거나 올라가거나 인썸니아와 나는 꿈의 중심 또는 바깥을 서서히 침몰 중이다

바깥은 언젠가 안 이었다, 운석 한 점에서 파생된 생명은 신을 부르게 된 날로부터 바닥으로 되돌아간 돌이 되었다, 성간 사이 겹친 궤도 혹은 어긋난 자신의 궤도에서 떨어진 돌, 별이 별의 씨앗을 낳고 우연과 우연이 만나 베이징원인의 뼈가 되었는지도 모를 기막힌 조우 역시 생명의 강에 다만, 지류로 남거나 본류와 뒤섞이는 것, 공간 비틀린 혼돈의 시간이 서로의 간격을 잃어버리고, 나와 너 애초부터 공간이라는 벽이 없었다는 둘 만의 간극은 가정의 수식어로 인해 증명된 공식은 증명을 부정하게 된다 공식도 뭣도 아닌 생존의 보통명사로 치환된 돌의 귀환 내지는 귀소, 벽 아닌 것을 벽이라 하자, 바깥이 아닌 것을 안이라 하자, 티끌에 불과한 것을 목숨이라고 가정했던 그 모든 가정에서부터, 시작과 동시에 종결어미를 알처럼 품은 그 날 그 원초의 암흑기에서, 돌은 던져지기 시작했다

중심은 바깥이었으며, 궤도의 밖을 빙빙 도는 카이퍼 벨트*의 얼음 유령이었다 뼈와 육신은 땅으로 돌아갔다 우린 나를 지배하는 절대자와 헛약속 같은 것을 수없이 만들고 부수곤 했다 만들 때마다 설 수 있는 땅은 좁아져 갔다 삶이 불면이라면 죽음은 숙면, 그 경계 너머에 보일 듯 말 듯 돌빛 하나 제 궤도를 이탈하고 있다, 그건 내 꿈界의 명왕성이다

*인썸니아 : 불면증
*카이퍼 벨트 : 해왕성 바깥쪽에서 태양계 주위를 도는 작은 천체들의 집합체. 명왕성도 여기에 속해있다

◇김부회= 1963년 서울産. 제9회 중봉 문학상 대상, 김포신문詩칼럼연재(13~), (월) 모던 포엠 문학평론연재(14~),도서출판 사색의 정원 편집 주간, 시집: “시, 답지 않은 소리”(14)/ 물의 연가/ 느티나무의 엽서를 받다/ 모담산, 둥근 빛의 노래/척]외 다수 공저

<해설> 현실과 잠의 경계선에서 던져진 돌 하나는 중심이 되지 못하고 주변으로 퍼진다. 그 중심으로 들어가기 위해 지구를 몇 바퀴 도는 듯한 여행을 하지만 공간과 시간의 벽을 부술 수는 없어 여전히 눈 뜬 여행이다.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우주를 넘나드는 일로 수면의 경계에서 왔다 갔다 하다가 결국 궤도 이탈에 이른다. 지구에서 벗어난 명왕성같이 밤새 뜬 눈으로 보낸 불면의 시간 덕에 꿈界 하나 만든다. -김인강(시인)-

  • 대구광역시 동구 동부로94(신천 3동 283-8)
  • 대표전화 : 053-424-0004
  • 팩스 : 053-426-6644
  • 제호 : 대구신문
  • 등록번호 : 대구 가 00003호 (일간)
  • 등록일 : 1996-09-06
  • 인터넷신문등록번호: 대구, 아00442
  • 발행·편집인 : 김상섭
  • 청소년보호책임자 : 배수경
  • 대구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대구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micbae@idaegu.co.kr
ND소프트
많이 본 기사
영상뉴스
SNS에서도 대구신문의
뉴스를 받아보세요
최신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