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의 역할을 다시 생각해 본다
학교의 역할을 다시 생각해 본다
  • 승인 2019.08.14 2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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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석형 행정학 박사·객원논설위원
언젠가 보았던 청소년 영화의 한 장면이 문득 떠오른다. 인문계 고등학교 3학년교실 종례시간 학생들이 담임선생님에게 인사를 한다. “집에 다녀오겠습니다” 아니 아이들이 아침 등교할 때 부모님에게 “학교 다녀오겠습니다”라고 인사하는 것은 많이 들어보았지만, 학교에서 종례시간에 담임선생님에게 “수고 하셨습니다” 또는 “감사합니다”가 아니라 집에 다녀오겠다고 인사하는 것이 이상하게 느껴지는 것이 필자만의 생각일까? 기숙사 생활을 하는 아이들도 아닌데 말이다. 이는 대학진학을 앞두고 있는 우리 인문계 고등학교 3학년 아이들의 일상을 풍자한 우스갯소리였다.

그러나 오늘날까지 고 3아이들은 학교에 따라 비록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정규수업이외에 보충수업, 야간자율학습(?) 등등 온 갖가지 이름으로 하루 24시간 중 대부분의 시간을 학교에서 생활하고, 집은 잠시 잠만 자러가는 곳이 된지 오래이다. 베이붐시대인 필자가 고등학교를 다닌 70년대 대학 진학 경쟁률이 지금보다 훨씬 어려웠던 시절 비록 고 3이라해도 오후 5시정도가 되면 대부분 하교를 하던 때와 비교하면 격세지감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러한 현상은 고등학교뿐만 아니라 초등학교와 중학교도 마찬가지이다. 돌봄 교실, 방과 후 교실 등등 온 갖가지 이름으로 아이들은 거의 대부분의 일상생활을 학교에서 지내고 있다.

여기서 학교의 기능과 역할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 보게 된다. 아이들이 대부분의 사간을 학교에서 보내는 것이 좋다 · 나쁘다의 문제를 거론하고자하는 것은 아니다. 돌봄 교실이나 방과 후 교실이 하교 후 아이들을 돌봐줄 수 없는 맞벌이 부부들이나, 가정 형편으로 인해 고액의 사교육을 시킬 수 없는 가정들에게 큰 보탬이 되고 있는 사실을 부정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리 사회는 아무리 좋은 정책들도 시간이 흐름에 따라 원래의 의도에서 벗어나 변질되는 현상이 종종 나타나고 있어 우려된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학교에서 재량휴일 지정으로 휴교라도 하게 되면 아이들은 어떻게 하느냐고 난리가 나고, 학교 급식시설 문제로 점심 도시락을 준비해서 등교하라고 하면 학부모들은 난리가 난다. 물론 단위 학교에서 대책을 수립하지만 이 경우 교직원 중 누구는 희생을 해야 하는 것이다. 왜 가정이 아닌 학교가 아이들의 돌봄을 전적으로 책임을 져야 하는가? 오늘날 많은 학부모들은 학교에서 무조건 아이들을 오래 붙들고 있기를 바란다고 한다. 학교가 교육기관이 아니라 보육이나 탁아기관인가 라는 일부 교사들의 푸념이 예사롭게 들리지 않는다.

복잡하고 다양한 교육이론을 생략하고 상식적인 수준에서 학교의 역할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된다. 학교의 역할에서 가장 기본적인 것은 아이들에게 공동체 생활을 영위해 나가는데 필요한 규범을 가르치는 곳이라는 점이다. 즉 학교는 미래 세대를 짊어지고 나가야 하는 청소년들이 독립하여 사회에 잘 적응할 수 있도록 필요한 다양한 사회적 기술을 습득하고 연습하는 장(場)으로서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소위 성적으로 나타는 학업성취도 즉 학습능력의 배양은 그 다음인 것이다. 그러나 실제는 어떠한가? 아무리 미사여구로 각종 교육 프로그램을 제시하고 있다하더라도 한다해도 지적 능력 배양이 최우선이라는 점을 부인할 수 없을 것이다. 주객이 전도된 것이다.

학교가 오늘날과 같이 단순히 상급학교 진학을 위한 지적 능력만을 배양하는 곳이라면 학교가 아니라도 얼마든지 많다. 과거와 달리 학교에서만 지식을 구할 수 있는 시대가 아니기 때문이다. 정보화시대에 걸맞게 인터넷에서 필요한 정보와 지식을 얼마든지 얻을 수 있고, 굳이 인터넷이 아니라도 매순간마다 산더미처럼 쏟아져 나오는 서적을 통하여 필요한 지식을 습득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다양한 통신망의 각종 강좌를 통하여 혼자서 공부할 수 있는 길도 수 없이 열려있기 때문이다.

시대에 따라 학교의 역할은 변해 왔고 또 변해야만 하는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학교가 상급학교 진학을 위한 지적 능력만을 배양하는 곳으로 전락하고, 이마저도 사교육인 학원에 밀리고 있는 세태와 아이들의 돌봄에 있어 가정의 책임을 방기하고 전적으로 학교에 의존하는 세태는 분명히 바뀌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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