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시나요, 끝없이 펼쳐진 붉은 곡선이…
보이시나요, 끝없이 펼쳐진 붉은 곡선이…
  • 박윤수
  • 승인 2019.08.15 21:5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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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출 스팟 ‘듄45’
바삐 움직였지만 날 흐려 실패
最古 붉은 사구 ‘소수스블레이’
태양빛 스민 모래색 형용 불가
호수 말라 생긴 白土 ‘데드블레이’
드문드문 고사목 특히 비현실
붉은산2
아프리카 일출을 볼 수 있는 ‘듄45’

 

[박윤수의 길따라 세계로] 아프리카<16> - 나미비아 2

다음날 아침, 빈트후크에서 스왑콥트문트 그리고 세스림까지의 여정이 약 1천km를 넘어 스왑콥트문트를 건너뛰고 렌트한 사륜지프로 나미브사막으로 가서 그 곳에서 2박을 하기로 일행들과 일정을 조정했다. 숙소에서 택시를 타고 빈트후크 에로스 국내선공항의 AVIS렌터카 회사로 가서 예약바우처를 제시하니 자기네 전산망에는 예약이 되어 있지 않다고 한다. 결국 렌터카를 빌리지 못하고 돌아나와 호세아 쿠타코 국제공항으로 가면 렌터카를 구할 수 있으리라는 생각에 택시(600N$)로 국제공항으로 가는 중, 어제와 같이 또 택시기사의 꼬임에 넘어가 공항에서 다시 시내(250N$)의 렌터카 회사로 가게 되었다. 한적한 골목 안에 있는 렌트카 회사에서 랜드크루저에 루프탑 텐트 2개를 올려놓은 실물을 보고 계약하려 했으나, 풀보험료로 렌트비용의 3배를 요구하여 망설이는 중 유심을 갈아끼운 현지 전화기로 전화가 왔다. 아무런 전화번호를 남긴 적이 없는데 우리도 모르는 현지 유심을 끼운 전화기로 렌터카 회사라고 하면서 픽업하러 온다고 한다. 연 이틀 동안 나미비아에서의 여정은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일들만 일어난다.

픽업 온 차를 타고 또 다른 렌터카 회사로 가서 우여곡절 끝에 사륜지프차를 렌트(3,750N$)하고 운전기사(3,000N$)도 고용하고 세스리엠으로 출발한다. 두어시간을 달려 제대로 된 휴게소에서 점심식사를 하고 나미브사막의 비포장길로 들어섰다. 비포장길은 충분히 넓은 2차선으로 포장 직전의 도로같이 잘 닦여져 있다. 오가는 차량은 한 시간에 한두대 정도, 운전기사는 비포장길을 100km의 속도로 거침없이 달려간다. 끝없이 펼쳐진 불모의 사막, 간간이 나타나는 도로 안내 표지를 따라 길게 흙먼지를 남기며 쉼없이 달려간다.


어느덧 세스리엠 캠핑장 입구, 입장료(125N$)와 캠프사이트(350N$/인) 비용을 주고 4인용 텐트를 빌려 캠핑장에 텐트를 쳤다. 모랫바닥에 덩그러니 나무 한 그루 그리고 전기플러그, 모닥불을 피워 바비큐를 할 수 있는 바비큐그릴만 있다. 오는 도중 캠핑장비를 빌려가자고 기사에게 요청했으나 현지에서 빌릴 수 있다는 그의 말을 믿고 왔는데 현지에서 빌릴 수 있는 것은 텐트와 침낭이 전부다. 뭐가 잘못되었는지 나미비아에서의 일정은 제대로 풀리지를 않는다. 계속 꼬인다.

가까스로 장작을 사서 구석의 바비큐그릴에 불을 피워, 오는 도중 수퍼에서 준비해온 고기를 구워 허기를 면했다. 식사 후 4인용 텐트에 운전기사도 함께 잠을 자러 들어간다. 기사의 숙식도 우리 몫이다. 처음 출발할 때 제대로 짚지 않아서 달리 방법이 없다. 일행중 한 명은 차에서 자기로 하고 나미브사막의 별빛 아래 잠을 청한다. 자는 도중 갑자기 후두둑하는 소리와 함께 소나기가 세차게 내린다. 사막에서의 소나기라니 전혀 생각지도 않은 일들이 생긴다. 모기장을 치고 열어 놓았던, 텐트의 창문과 문을 닫고 다시 잠을 청하지만 비몽사몽한다. 서너시간 세차게 퍼붓던 소나기가 새벽녘에는 그친다.

트럭킹모습
남아공에서 빅폴까지 종단하는 트럭킹 모습.


새벽 6시 눈 비비고 씻을 생각은 엄두도 내지 못하고 차에 올라 캠핑장을 출발하여 사막 깊숙이 일출을 맞이하러 달려간다. 6시50분경 듄45에 도착하여 사막의 언덕을 올라간다. 날씨가 흐려서 일출을 보지는 못하고 한시간여 듄45의 등성이를 거닐어 본다. 해가 있어야 제대로 된 듄45의 아름다움을 볼 수 있는데 우리의 운은 여기까지인 모양이다. 듄45를 내려오니 주차장에는 남아공에서 빅폴까지 15일정도 아프리카 종단하는 트럭킹을 하는 이들의 차량이 아침식사를 준비하느라 바쁘다.

듄45를 보고 나미브사막의 명승지인 소수스블레이로 향한다. 2차선 아스팔트 포장도로의 끝에는 소수스블레이로 향하는 주차장이 있다. 이곳부터는 2륜 구동차는 갈 수가 없다. 모래속에 빠져 사륜구동지프차만 갈 수 있다. 승용차를 가져온 사람들은 이곳에 주차를 하고 사막을 갈 수 있도록 된 버스로 갈아타고 소수스블레이로 간다.

나미비아 나미브사막은 대서양을 따라 나미비아와 남아공의 국경지대인 오렌지강에서부터 북쪽으로 앙골라 남부까지 걸쳐있는 길이 1천600km의 긴 사막지대이며 폭이 가장 큰 곳은 160km나 된다. 나미비아 사막투어에서 여행객들이 찾아가는 소수스블레이(Sossusvlei)와 데드블레이(Deadvlei)는 전체 나미브 사막에서 볼 때는 극히 일부분이라고 할 수 있다. 소수스블레이는 수도 빈트후크에서 남서쪽으로 약 360㎞ 떨어진 아프리카 최대 규모 자연보호구역인 나우클루프트 국립공원 안에 있다. 오래 전 오렌지강이 흐르며 만들어지던 강 주변의 늪지대들이 사라지면서 그 흔적으로 남아있는 것이 소수스블레이와 데드블레이다. 현지어로 소수스는 물이고 데드는 죽은 이 라는 뜻이고 블레이는 계곡이라고 한다.

 
데드블레이-2
말라버린 호수의 하얀 바닥이 인상적인 ‘데드블레이’

 
오릭스
소수스블레이에서 본 오릭스 한마리.


소수스블레이를 구경하다 보면 볼 수 있는 또 다른 경이로운 풍경이 가까이 있는 데드블레이다. 둥근 웅덩이 모양의 땅에 물이 고였다가 물 흐름이 바뀌면서 안쪽에 있던 나무들이 모두 말라 죽은 곳이 있다. 눈 앞에 보이는 데드블레이(Deadvlei)는 이름 그대로 사막가운데 드문드문 서 있는 고사목 들, 황량한 느낌이 들면서 순간 정지화면을 보는 듯한 느낌이 든다. 말라버린 호수의 하얀 바닥과 붉은 모래언덕 그리고 그 위의 파란 하늘, 앙상한 가지의 고사목은 그야말로 비현실적인 풍경을 만들며 추상화 속에 내가 있는 듯한 느낌을 받는다. 사진작가들이 많이 오는 곳이기도 하며, 관광객들도 작품사진을 찍는 사진작가가 되는 곳이기도 하다. 오렌지색 붉은 사막 소수스블레이는 세계에서 가장 높은 붉은색 모래 언덕들이 군락을 이룬 곳이다. 특히 일출과 일몰에 언덕 위 사막의 모래가 태양의 빛을 받아 제각각의 색깔로 변해갈 때의 경치는, 사람들이 열린 입을 다물지 못하게 하는, 표현하기 힘든 사막의 아름다운 풍광을 보여 주기도 한다. 암소크기의 오릭스 한마리가 한가로이 소수스블레이의 주인인 양 관광객들을 쳐다보며 되새김을 하고 있다. 이곳에도 살아있는 생물이 있다는 것이 신기하기만 하다.

새벽부터 아침도 거른 채 소수스블레이와 데드블레이를 보고 캠프사이트로 돌아오니 오전 열시경이다. 캠프내에 있는 매점에 가서 빵과 음료를 사서 아침을 하고 캠프를 둘러보니 쉴 곳이 없다. 일행과 의논하여 이곳을 탈출하기로 했다. 어제 캠프비용을 이틀분 지불하여 사무실로 가서 하루만 묵고 철수한다고 비용을 돌려 달라고 하니 각종 핑계를 대며 기다리라고 한다. 두시간여를 기다리다가 포기하고 이곳을 떠나기로 했다. 사막 한가운데 햇빛도 피할 곳 없고 변변한 그늘도 없는 곳에서 어서 떠나고 싶었다. 와이파이도 안 되어 5천원을 주고 접속을 하여 빈트후크국제공항 인근의 숙소를 예약하고 서둘러 세스리엠을 떠났다.

세스리엠 캠프를 떠나 숙제를 마친 기분으로 구글지도를 켜서 빈트후크의 숙소로 향하는 길은 제법 여유가 생겼다. 기사에게 맡기지 않고 새로운 길을 가보기로 했다. 드문드문 보이는 집들, 그리고 가끔 보이는 농장들 어느덧 차는 급한 고갯길을 오른다. 비포장길을 수시간 달리다가 급경사의 시멘트포장 길을 만났다. 교행하기 힘든 고갯길은 차들이 없다. 여러 번의 급커브를 올라 고갯마루에 서 본다. 나미브사막의 풍광이 제법 멀리까지 보인다. 남아공으로 가는 비행기에 비치된 항공사 잡지에 이 길에 대한 안내가 자세히 나와 있었다. Spreetshoogte Pass(해발 1천676m)로 나미비아의 제일 높은 고개 중의 하나라고 한다. 나미브사막의 관문으로 드라마틱한 경치를 보여주는 곳으로 소개되어 있었다. 일반인들이 잘 다니지 않는 고개를 너머 내리막길을 한시간쯤 지나니 레오보스(Rehoboth)시에 접어들었다. 이제부터는 잘 포장된 길을 따라 숙소로 향한다.

나미비아의 하루하루는 편치않은 여행이었다. 방심하여 미리 렌터카를 예약 하지 않음으로 인해 여러가지 일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사람을 힘들게 했다. 그래도 비포장도로를 나와 빈트후크로 가는 아스팔트길에 올라서니 마음이 놓인다. 나미비아의 도로는 2차선인데도 불구하고 제한 속도가 120km까지 올라간다. 곧게 뻗은 도로는 지평선까지 일직선인 길들이 많다. 편도 일차선인 도로가 속도제한이 거의 없이 120km로 달린다는게 언뜻 이해가 잘 되지 않는다. 독일의 식민지배 영향을 받아 속도에 크게 제한을 두지 않는가 하는 생각이 든다.

빈트후크 공항에서 10여km떨어진 Eden Chalets(1,145N$)에 묵었다. 천평이 넘는 대지에 여러 채의 숙소를 가지고 운영하는 이는 독일 노부부로 은퇴 후 이 곳에 정착하였다고 한다. 친절한 노부부의 배려로 나미비아에서의 힘들었던 3박4일은 조금 위로가 되었다. 나미비아 빈트후크 호세아 쿠타코 국제 공항에서 남아공 케이프타운으로 가기 위해 렌터카와 기사가 아침에 숙소로 와서 센딩해 주어 여유있게 공항으로 왔다. 모든 일들이 뒤죽박죽 되었던 나미비아에서 나미브사막과 세스리엠 캠프장 그리고 듄45, 소수스블레이와 데드블레이 그리고 오릭스를 생각하며 아쉬움을 남기고 오후 아프리카 여행의 마지막 방문지인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케이프타운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여행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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