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것과 옳은 것
좋은 것과 옳은 것
  • 승인 2019.08.21 2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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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희 지방분권운동 대구경북본부 공동대표
“저건 무슨 건물입니까?”

달성군 구지면에 소재한 미래산업 사업현장 방문 중에 누군가 멀리 있는 큰 덩어리를 가리키며 물었다.

“쓰레기입니다”

이렇게 잘 만들어진 넓은 산업현장 중심에 쓰레기더미가 ‘분장하고’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니, 쓰레기는 소비하는 일상의 일부만이 아니라 생산하는 산업현장의 일부를 차지하고 있구나.

마을공동체만들기를 위한 주민 토론, 주민참여예산에서 자주 나오는 얘기가 쓰레기문제다. 쓰레기가 쌓여있는 지저분한 마을은 누구나 싫어하기 때문이다.

살고 싶은 좋은 마을은 쓰레기를 잘 분리해서 깨끗하게 처리하는 마을이며, 나아가 쓰레기 자체가 안 보이는 마을이라 할 수 있다. 더불어 썩지 않는 쓰레기 발생을 줄이는 것은 마을만 아니라 우리의 자손 대대로 생존가능한 미래를 만드는 훌륭한 일이다.

우리나라 국민 1인당 플라스틱 소비량이 세계 최고 수준이라니 그 오명을 벗어나려면 더 적극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쓰레기를 줄이고, 분리하는 일도 일상이어야 한다.

플라스틱은 거의 모든 생활용품과 각종 장비 등에 활용되면서 사용량이 폭발적으로 증가했지만, 폐기처리 과정에 심각한 문제를 동반한다. 폐플라스틱은 오랜 기간 썩지 않은 채 땅 위를 뒤덮고, 바다로 떠내려가 전 지구에 퇴적되고 있다. 이는 해양동물의 배 속에 쌓여 죽음에 이르도록 하고, 잘게 쪼개져 먹이사슬을 통해 인간에게도 치명적 위협을 가한다.

소극적이나마 정부는 대형 매점의 비닐봉투 사용을 금지하고, 카페 내 플라스틱 컵 등 사용을 제한하였다. 매점에 갈 때 천가방을 사용하거나, 매장 내의 플라스틱 컵 사용금지는 어느 정도 정착되고 있다고 한다. 하지만 플라스틱 빨대는 여전히 사용되고 있으며 일반쓰레기로 버려진다.

콧구멍에 빨대가 꽂힌 채 다니는 바다거북이를 잊을 수 없어 나부터 작은 실천을 하자고 마음먹었다.

종이빨대는 쉽게 젖으니 금속빨대를 하나 구입해서 쓸까? 생각하던 중 먼 나라의 플라스틱 빨대 기사를 접하게 되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선거본부가 환경보호를 위해 일회용 플라스틱 빨대를 종이 빨대로 대체하는 와중에도 지지자들에게 플라스틱 빨대를 판매해 정치 자금을 모금했다는 기사다.

‘트럼프’ 로고가 새겨진 9인치(약 23㎝) 길이의 플라스틱 빨대를 지지자들에게 팔기 시작해 정치자금을 모금하는 성과를 거뒀다고 한다.

이번 플라스틱 빨대 판매에 트럼프 선대본부는 ‘빨대를 다시 위대하게(Make straws great again)’란 제목으로 지지자들에게 대량의 이메일을 발송, “진보적인 종이 스트로는 쓸모없다”며 “트럼프 대통령을 지지한다면 오늘 재활용 빨대 한 팩을 구입합시다”라고 이메일에 적었다.

다른 나라의 정치문제라고 할 수 있겠지만 지구온난화를 부정하며 환경정책을 외면해 온 세계 최강국의 대통령이 보여주는 행보는 불안하다.

그 나라나 우리나라나 정치권력의 올바름은 구성원의 ‘좋음’을 구성하는 중요한 요소이기 때문이다.

정부가 국민의 세금인 예산을 들여 시행하는, 문제해결방식으로서 ‘정책’은 다수가 느끼는 시급한 문제를 해결하기도 하지만 공동체를 바람직한 방향으로 이끄는 역할도 한다. 그 과정에서 옳은 것이 좋은 것이 되며 좋은 것이 옳은 것이 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 쓰레기 문제를 비롯한 지속가능한 삶을 위한 의제는 이 과정이 매우 중요하다.

지도자는 주민이 당장은 불편해서 싫어하는 정책도 주민을 설득해서 추진해야 한다. 원하는 것에만 집중하는 것이 아니라 옳은 것을 좋아하도록 만드는 지난한 과정을 거쳐야 한다.

이때 주민참여는 독이 되기도 하고 약이 되기도 한다. 주민들도 의견이 다양하기 때문이다. 옳고 좋은 것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도 많다.

주민의 의견이 다를 때 정부는 어떤 것이 옳은지 결정해야 한다. 그리고 그 결정을 수용할 수 있는 일련의 과정을 만들고 시행착오를 거치며 설득해야 한다.

단체장 선거는 지난 80년대 민주화의 산물이지만 그 이후의 민주주의는 그냥 만들어지지 않는다. 다수표에 의해 자리를 차지하게 되는 단체장은 여론의 동향을 살피지 않을 수 없다. 그렇다면? 주민 다수가 옳은 것을 좋아하여야 한다. 주민이 옳은 것을 좋아하게 만드는 일, 그 과정이 정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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