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길 끝에서 만난 인도양과 대서양이 만든 절경
이 길 끝에서 만난 인도양과 대서양이 만든 절경
  • 박윤수
  • 승인 2019.08.22 20:5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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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리카 최남단 ‘아굴라스 곶’
파도 굽이굽이 치는 풍경보며
벤치에 앉아 유유자적 피크닉
다음엔 이틀 가량 캠핑하고파
전망대~바다 앞 나무데크 조성
파도 소리, 바람, 꽃…추억거리
데크길
등대에서 땅끝으로 나 있는 데크길.

 

[박윤수의 길따라 세계로] 아프리카<17>-남아프리카공화국1


나미비아 빈트훅 국제공항에서 오후에 출발한 37인승 나미비아항공은 두시간여를 날아 남아프리카공화국 케이프타운(Cape Town) 국제공항에 도착했다. 트랩을 내려 입국장으로 향하는 버스를 탄다. 남아공의 입국수속은 간단하다. 대한민국의 여권파워를 느낄 수 있다. 지구 반대편 나라의 한국인은 최장 30일까지 무비자로 입국할 수 있다. 가벼운 마음으로 입국장을 걸어 짐을 찾아 밖으로 나오니 서쪽으로 저녁놀이 붉게 타오르고 있다. 나미비아에서의 고생을 보상하듯이 미리 공항에서 숙소까지 픽업서비스(500zar)를 신청해 놓았다. 숙소 또한 한인민박으로 정해서 아침,저녁 한식으로 편안하게 아프리카의 여정을 마무리할 생각이다. 공항을 나와 주차장으로 가는 길, 남아공 케이프타운을 대표하는 테이블마운틴이 마치 식탁에 테이블보를 덮어 놓은 듯 구름을 두른 모습이 눈에 들어온다.

남아프리카 단체 카톡방에서 활동하고 있는 양사장을 통해 한인민박집(숙박비 520$/8일)을 소개받아 케이프타운 도심에서 벗어나 있는 백인마을에 위치한 ‘케이프탐나’에 도착했다. 케이프타운 민박집 주인은 이곳에서 한인회장을 지낸 분으로 제주도가 고향이라고 하셨다. 지금도 여행사를 운영하고 있으며 케이프타운에 거주하고 있는 여러 한국인들의 권익을 위해 애를 많이 쓰시는 듯 했다. 오랜만에 제대로 된 한식을 먹었다. 특히나 한달간 아프리카 종단여정을 거친 우리들을 위해 케이프타운산 와인으로 그간의 노고를 위로해 주시기도 한다. 입에 착 붙는 한식과 곁들여 먹은 와인으로 오랜만에 집에 돌아온 듯한 편한 마음으로 숙면에 빠졌다.

케이프타운 한인민박에서의 이틀째. 구름 한 점 없이 맑은 날, 눈이 부시도록 햇볕은 반짝인다. 오늘은 푹 쉬며 케이프타운의 관광지를 검토하며 스케줄을 짜기로 했다. 휴식일, 점심은 신라면을 끓여 김치와 함께 먹고 케이프타운 다운타운의 명소와 희망곶 등 여행지를 체크하고 그리고 ‘Pick & Pay’라는 동네마트에 들러 필요한 물건을 구매하기로 했다. 동네마트 가는 길, 내리쬐는 햇살은 따가운데 바람은 서늘해서 긴팔의 따뜻한 옷을 입고 한적한 주택가의 길을 걷는다. 인도와 차도 구별이 없이 넓은 잔디밭과 자동차길만 있는 골목에는 걸어 다니는 이가 없다.

100평이 넘는 동네의 Pick & Pay매장은 한가하다. 식품 중 고기류는 싼데 가공품은 비싸다. 어제 민박집 부(夫)사장님께서 추천해 준 케이프타운산 와인을 두 병 사서 내일 케이프아굴라스 갈 때 피크닉준비도 했다. 저녁시간 케이프탐나 민박집 사모님께서 흑돔스테이크를 준비해 주셨다. 식탁을 가득 채운 푸짐한 한상차림과 함께 화이트 와인을 들며 두분의 남아공 케이프타운의 정착생활 이야기로 밤이 깊어간다.

저녁 시간 케이프탐라 부(夫)사장님과 여행할만한 곳과 아프리카의 역사 등 많은 이야기들을 나누었다. 남아프리카공화국은 1488년 포르투갈인이 지금의 케이프타운 부근에 내항하고, 1652년 네덜란드 동인도회사가 동양무역의 보급기지 건설을 위하여 케이프타운에 상륙한 뒤부터 네덜란드인의 이주가 계속되었고, 이들은 스스로를 네덜란드어로 농부를 뜻하는 ‘보어(Boer:보르)’라고 불렀다. 그 뒤 18세기 후반 해상제국을 건설한 영국이 네덜란드를 물리쳤으며, 1815년 정식으로 영국 식민지로 만들었다. 1899년 보어전쟁 이후 1902년 영국과 남아공간의 화해조약을 체결하여 영국연방의 일원으로 남아프리카연방이 형성되었다. 인종차별 정책에 대하여 영국정부가 비판하자 영국연방을 탈퇴하고, 1961년 5월 남아프리카공화국을 선언, 독립하였다.

남아프리카공화국은 아프리카 대륙에서 이디오피아와 함께 6·25전쟁에 참전해 우리나라와 인연을 맺었다. UN군(United Nations Forces)으로 1개 비행중대를 한국에 파병하였으며, 전쟁기간 9백명이 넘는 공군이 참전했다. 이때 전사한 39명의 공군은 한국정부에서 훈장을 받기도 했다.

수도는 행정수도 프리토리아(Pretoria), 입법수도 케이프타운(Cape Town), 사법수도 블룸폰테인(Bloemfontein)으로 세 곳에 분산되어 있다. 케이프타운을 비롯해 아름다운 경치를 자랑하는 곳이 많고, 온화한 지중해성기후 덕에 와인 생산지로도 유명하다.

특이하게 차량번호판이나 각종 유인물들에 ZA라는 표현이 많다. 화폐 또한 ZAR이다. 인터넷주소 등에 쓰이는 국제도메인도 .za 인데 이는 옛 공용어였던 네덜란드어로 표시한 나라이름 Republiek van Zuid-Afrika(남아프리카 연방공화국)에서 따온 것이라고 한다.

아프리카대륙모형
아프리카 대륙 모형.


케이프타운 셋째 날, 오늘은 아프리카대륙의 최남단을 가보기로 했다. 아프리카의 최남단은 희망봉이라고 알려져 있는데, 희망봉보다 더 남쪽이 있다는 이야기에 솔깃했다. 차를 대절하여 아프리카 최남단 아굴라스 곶(Cape Agulhas) 투어에 나섰다. 아프리카대륙의 최남단을 가면서 피크닉가방을 준비했다. 민박집 사모님께 빌린 피크닉가방에는 와인잔과 어제 마트에서 산 남아공산 레드와인 한병 그리고 남아프리카의 육포인 빌통(Biltong: 소, 말, 염소, 타조 등 고기의 종류에 따라 소금, 양념 등을 한 후에 짧게는 1달 길게는 1년 이상을 자연 건조한 것), 그리고 점심으로 먹을 빵 등 피크닉가방을 가득 채워 들고 차를 타고 아굴라스로 향했다. 케이프타운에서 동남쪽으로 200km떨어진 곳, 가는 길 차창으로 보이는 넓고 푸른 목초지, 얕은 구릉의 초목들 그리고 불모의 땅처럼 화마가 휩쓸고 지나간 산 등, 남아공의 아름다운 평원을 달려 한적한 마을에 들어선다. 삐죽빼죽한 바위로 이루어진 해안선을 따라 거친 인도양의 파도가 들이친다. 세찬 바람에도 공기는 따뜻하다. 아굴라스마을의 한적한 바닷가에 피크닉테이블과 벤치가 있다. 차를 세우고 바닷가 테이블에 피크닉가방을 풀고 와인을 딴다. 대충 풍경사진을 찍고 벤치에 앉아 인도양의 미풍에 눈을 감고 얼굴로 바람을 맞으며 코로는 따뜻한 온기를 느껴 본다.
 
피크닉
아굴라스 마을 벤치에서 피크닉을 즐겼다.


남미대륙의 땅끝은 우수아이아, 유럽대륙의 끝은 포르투갈의 호가곶이다. 이 두 곳을 거쳐 이제 아프리카의 땅끝까지 왔구나 라는 생각이 든다. 이 세 곳 모두 자유여행으로 다녔다. 감회가 새롭다. 이번 여행은 삼이라는 숫자와 인연이 깊다. 세계 삼대폭포인 나이아가라, 이과수, 빅토리아폭포를 다 둘러 보고, 세계의 세 군데 땅끝 중 남미와 유럽을 거쳐 아프리카대륙의 끝에 와 있다. 인도양의 거친 파도와 해무속에서 와인잔에 레드와인을 그득하게 부어 음미한다. 이 순간 아프리카대륙의 끝 아굴라스곶에 다다른 기쁨을 함께하며 즐긴다. 여행 중 풍광이 좋은 곳에 가면 가끔 맥주를 하나 정도 가지고 간다. 사진을 찍느라 눈에 담을 여유가 없을 때가 있어, 가방에서 맥주 한캔을 꺼내어 한켠에 조용이 앉아 경치를 둘러보며 시간을 보낸다. 카메라의 눈으로가 아닌 내 마음의 눈으로 그 곳을 오롯이 느끼기 위해서이다. 간단하게 점심을 하고 한적한 마을 앞길을 따라 등대로 향한다. 등대어귀에 잘 정리된 초록색 잔디가 깔려있고 차량이 주차할 수 있도록 된 캠핑장이 보인다. 다음기회에는 이곳에 캠핑장비를 가지고 와서 한 이틀 정도 멍때리고 갔으면 한다.
 
아굴라스등대1
아굴라스 등대.


1848년 설립된 아굴라스 등대의 전망대는 4층의 좁은 71계단을 걸어 올라가면 있다. 등대의 둥근 전망대에서 인도양과 대서양의 푸른 물결을 보며 이 곳이 땅끝이라는 것을 한번 더 느낀다. 등대를 내려와 박물관에서 이 곳의 역사를 읽어본다. 이 곳을 거쳐간 많은 이들이 좋아하는 산책길이 있다. 아굴라스에 온 특별한 사람들을 위한, 등대에서부터 최남단 표지판까지 바다와 대자연과 함께하는 나무데크로 만든 길이다. 천천히 걷다 보면 인도양과 대서양의 아름다운 파도소리와 거친 바람에 얕게 핀 야생화들을 어루만지는 바람의 이야기를 느낄 수 있는 추억할 만한 길로, 그 길의 끝에는 아프리카대륙의 조형물과 대서양과 인도양이 만나는 곳을 표시하는 기념비가 있다.
 
아프리카대륙최남단표지
아프리카 대륙 최남단 표지.


아프리카대륙의 끝자락임을 알리는 “아프리카 최남단 비석”이 홀로 우두커니 버티고 서 있다(왼쪽: 인도양, 오른쪽: 대서양). 작은 광장에는 아프리카 대륙의 모형과 이곳이 대륙 최북단 튀니지의 라스 벤 사카(37°21′ N)에서 대륙 최남단 남아프리카 공화국의 아굴라스 곶(34°51′15″ S)까지 거리가 약 8,000 킬로미터에 이르는 대륙의 끝지점임을 나타내는 자오선을 따라 기념비가 소박하면서 야트막하게 자리 하고 있다. 기념비 위에 올라 앉아 두 대양의 만남의 순간을 느낀다. 이곳은 관광객이 별로 없다. 이 시간 서너명의 관광객 밖에는.
 
난파선
난파선. 아프리카 해안 중 선박이 가장 많이 좌초하는 곳이다. 일명 ‘난파선의 무덤’이라 불린다.


아굴라스라는 이름은 포르투갈어에서 왔다고 한다. 바늘이라는 뜻으로 끝이 뽀족한 암초에서 유래한다고 한다. 이곳 연안은 아프리카해안에서 선박이 가장 많이 좌초하는 곳이다. 일명 난파선의 무덤이라고까지 한다. 기념비를 지나 조금 더 걸어가면 바다에 난파한 배를 볼 수도 있다. 땅끝을 돌아 이제 다시 숙소로 향해가는 길, 아름다운 산과 들 곳곳에 산불로 인한 흔적이 많다. 안내해준 양사장의 말에 의하면 관리부재로 인하여 매년 크고 작은 산불들이 난다고 한다. 그렇지만 산불이 난 지역들을 그대로 자연적으로 회복될 때까지 놓아둔다고 한다. 여러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시간이 걸리더라도 자연적으로 회복되기를 기다리는 것이다.

아굴라스를 다녀와 민박집으로 오니 케이프탐나 부사장님이 램-브라이(Lamb-Braai 새끼양고기 바비큐)를 준비하셨다. 우리는 어제 먹은 와인을 몇 병 준비해서 같이 자리를 했다. 뜨거운 환대에 고마워 내일은 관광 후 귀가 길에 돼지고기를 사와서 브라이(braai: 장작을 피우고 고기를 구워 먹는 바비큐)를 하기로 했다. 어제저녁부터 다시 신곡을 읽기 시작했다. 한국을 출발하면서 기내에서부터 틈틈이 보다가, 지옥편을 읽을 때에는 이디오피아의 유황냄새로 숨쉬기가 힘들었던 활화산 메켈레투어를 했고, 탄자니아에서 아프리카인들의 삶을 느낄 수 있는 타자라열차를 타고 잠비아로 향해 갈 즈음에는 연옥편 책장을 넘기며, 남아프리카의 케이프타운에 들어서서는 천국편을 보고 있다. 공교롭게도 ‘단테의 신곡’을 읽으며 책 속의 내용과 닮은듯한 현실의 모습들을 느끼기도 했다. 아프리카 대륙의 모든 곳이 아름답고 그곳에 사는 개인들의 삶이 다 가치가 있지만 여행자의 눈에 비치는 모습들은 마치 단테의 신곡에 나오는 군상들을 생각하게 한다.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케이프타운 또한 다양한 사람들이 살아가고 있고 여러 계층의 사람들이 뒤섞여 살고 있으며 큰 빈부격차로 인하여 사회적 문제를 많이 안고 있는 곳이지만, 밝은 대낮에 유명 관광지만 둘러보며 다니는 여행자의 눈에 들어오는 모습은 그저 평화롭고 아름다우며 풍요로운 도시이다.

<여행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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