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주 한밤실마을] 천년고찰 부석사 아래 사과향 솔솔…고향 닮아 정겹구나
[영주 한밤실마을] 천년고찰 부석사 아래 사과향 솔솔…고향 닮아 정겹구나
  • 김광재
  • 승인 2019.08.22 21: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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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두대간 마구령 남쪽 자리잡아
4월이면 벚꽃터널 사람들 몰려
2010년 녹색농촌체험마을 선정
사과 따기·고구마 캐기 등 마련
이여송 장군 지맥 끊은 이야기
도둑바위·봉바위 설화도 전승
뒷산에 포탄세례 떨어졌던
6·25전쟁 시절 아픔도 간직
한밤실마을1
영주시 부석면 한밤실 농촌체험휴양마을. 도로를 따라 왼쪽으로 올라가면 소백산 마구령이 나오고, 오른쪽으로 가면 콩세계박물관이 있다.

 

2019 경상북도 마을이야기 - 영주 한밤실마을

영주시 부곡면 임곡2리 한밤실마을, 이름대로 옛날에는 동네가 온통 밤나무였다고 한다. 마을이 언제 생겼는지 기록은 없지만, 비문들로 추측해 보면 임진왜란 때에는 마을이 있었을 것으로 여겨진다. 안씨, 강씨, 정씨, 금씨 등 여러 집안사람들이 모여 살았다고 한다.

소백산이 태백산을 향해 동쪽으로 치닫는 백두대간 마구령 남쪽 비탈에 들어선 마을이다. 동쪽으로는 부석사와 봉황산이 자리 잡고 있다. 논은 많지 않았고 돌밭을 일궈 조, 보리, 콩 등 잡곡을 심었다. 60년대 중반까지도 중학교 진학하는 아이가 드물 정도로 먹고살기 빠듯한 마을이었다.


밤나무들이 사라진 것은 70년대 들어서다. 일은 고되어도 돈을 만질 수 있었던 담배 농사를 짓기 시작하면서였다. 곡식이 자라던 논밭을 담배가 차지했고, 밭두렁에 있던 밤나무도 하나둘 베어졌다. 밤나무는 잎담배를 건조하기 위한 땔감으로 사용됐다. 80년대쯤 한밤마을에는 밤나무가 거의 사라졌다.

펜션황토방
한밤실 농촌체험휴향마을의 펜션, 황토방과 머린이 물놀이장.


그 무렵 마을 사람들은 사과나무를 심기 시작했다. 90년대에는 너도나도 사과 농사를 지었다. 지금도 90%가 사과 농사다. 잡곡에서 담배를 거쳐 사과로 넘어온 것이다. 그 과정에서 밤나무도 마을의 이름으로만 남아있게 됐다.

사과는 과거 대구가 주산지였으나, 기후 변화로 점점 북상해 영주를 비롯한 경북 북부지방까지 올라온 것이다. 사과 재배지는 이제 백두대간을 넘어 강원도 고랭지, 휴전선 인근 마을까지 확장됐고, 재배 면적도 크게 늘었다. 경북의 사과 농가들은 당분간은 높은 경쟁력을 유지하겠지만, 미래에 대해서는 장담할 수 없는 형편이다.

한밤실마을은 2010년 녹색농촌체험마을로 선정됐다. 10~14평의 펜션, 황토방 5실과 회의실, 식당을 갖추고 있다. 사과 따기 체험, 고구마 캐기 체험, 두부 만들기 체험, 청국장·된장 만들기 체험 등 다양한 체험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벚꽃터널
한밤실 벚꽃터널.


해마다 4월이면 한밤실 벚꽃 터널로 사람들이 몰려들고, 벚꽃길 걷기 및 면민안녕기원제도 열린다. 한창 사과 농사가 바쁠 철이어서 마을의 소득으로 이어지지는 않지만, 아름다운 한밤실마을을 알리는 데에는 효과가 크다.

마을 입구에는 벚꽃길 조성비가 서 있다. 1999년 4월 7일 청년들이 자력으로 마련한 회비 480만 원으로 800그루를 심었다.“태백의 신령함, 소백의 풍요로움의 정기를 이어받아 아늘하고 살기좋은 터전 내 고향 한밤실! …… 길손에겐 보고 즐기는 명소가 되길 염원하며 이 비를 세우노라”라고 새겨져 있다. 도로공사로 일부 잘려나가긴 했지만, 한밤실 벚꽃터널이 널리 알려졌으니 그 뜻은 이뤄진 셈이다.

가을이면 단풍도 곱게 물든다. 전국의 이름난 단풍 관광지로 사람들이 몰려갈 때, 소박하게 단풍을 즐길 사람들에게는 적당한 곳이다. 그러나 산책로가 조성돼 있지 않아서 관광객들이 일부러 찾아오지는 않는다. 마을 뒷산이 거의 국립공원 지역으로 돼있어서 산책로 조성도 어렵다.

 
식당
한밤실마을 식당, 체험장.



한밤실 농촌체험휴양마을 김중한 위원장은 마을이 활력을 찾으려면 관광자원을 보완할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잘 보전된 자연은 갖추고 있으나 사람들과 만날 수 있는 접점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마구령을 넘어가면 부석면 남대리인데, 거기서 강원도 영월과 충북 단양으로 이어진다. 터널이 개통되면 왕래하는 관광객들이 크게 늘어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김 위원장은 한밤실마을에 전해 내려오는 재미있는 이야기들도 들려주었다.

마구령 아래에는 도둑바위가 있는데, 산적들이 그 바위 아래 숨어있다가 지나가는 행인들의 주머니를 털었던 곳이라 한다. 과거에 부석장은 상당히 큰 규모로 열려, 영월과 단양 사람들까지 마구령 고래를 넘어 부석장을 보러왔다고 한다. 마구령의 도둑은 해방직후까지 활동을 했던 모양인데, 그때까지 도둑 노릇을 했던 사람이 이 마을에 살아서 사람들이 뒤에서 수근대기도 했다고 한다.

또 봉바위라 불리는 바위는 원래 범바위였는데, 호랑이가 마을에 자주 출몰을 해서 이름을 바꾼 것이라 한다. 그리고 봉바위 건너편 산에 고갯길을 내고 이름을 ‘범아구’로 지었더니 호랑이가 더는 마을로 내려오지 않았다는 이야기도 전해진다.

마을 뒷산 가메솔은 명나라 장수 이여송이 백두대간 지맥을 보고는 한밤실마을에 8현 8장수가 날 것을 두려워해 혈맥을 끊은 곳이라고 한다. 그 때문에 부석사 쪽으로 흘러가야 할 물이 이 마을로 넘어오게 됐고, 이 마을에는 8현 8장수 대신 ‘8문둥이 8째보’가 났다고 하는 설화도 전승되고 있다. 이름난 풍수들도 멀리서 보고 길지가 틀림없다며 답사를 왔다가, 그만 지맥이 끊긴 것을 보고는 한숨을 쉬며 돌아갔다고 한다.

한밤실마을은 6.25전쟁의 아픔도 간직하고 있다. 인천상륙작전 이후 겨 올라가던 인민군 척후병들이 마을 근처로 내려왔다가 세 명이 사살당했다. 그 다음날 국군이 마을로 들어와 뒷산 능성을 따라 포를 줄지어 설치하고는 백두대간을 따라 후퇴하는 인민군을 향해 포탄을 쏟아부었다고 한다. 대포 소리가 얼마나 컸던지 업은 아이를 놓친 마을 사람도 있었다고. 이듬해 봄에 나물을 캐러 산에 간 사람들은 참혹한 주검들을 많이 목격했다고 한다. 그리고 얼마나 많은 포탄을 쏘았던지 마을 사람들은 빳빳한 종이로 만들어진 포탄 탄피를 주어와 쌓아두고 땔감으로 썼다.

마을 사람의 안내를 받아. 가메솔로 가는 마을 뒷산 입구까지는 가보았으나 잡초가 우거져 초행인 사람이 찾아갈 수는 없는 상황이었다. 사과 익어가고 부석태 잎이 무성한 한밤실마을에는 발길이 닿지 않는 곳에 숨어서 익어가는 이야기들도 많았다.

김교윤·김광재기자

 

"깨끗한 자연환경... 휴식, 치유의 장소", 김중한 한밤실 농촌체험휴양마을 위원장

김중한위원장
 



“벚꽃길은 예전에 제가 청년회장을 할 때 조성한 겁니다. 해마다 풀을 베고 거름을 주며 가꿨더니 잘 자라서 이젠 제법 볼만한 벚꽃 터널이 만들어졌습니다. 그런데 마구령 터널 공사로 도로가 확장되면서 일부 벚나무가 베어졌어요. 벚나무를 다 지켜낼 수도 있었을 텐데 그러지를 못해 아쉽습니다. 그동안 들인 정성과 시간이 아깝지요.”

이 마을에서 나고 자란 김중한(사진) 한밤실농촌체험휴양마을 위원장은 마을의 소중한 자원인 벚꽃길이 도로공사로 일부 훼손된 것을 안타까워했다. 하지만 그보다 터널이 개통된 뒤, 마을 앞길로 관광객들의 왕래가 늘어날 때를 미리 준비하는 일이 신경이 더 쓰인다. 단양의 천태종 본산 구인사에서 상원원각 대조사이 최초 설법지인 부석면 성화사로 오는 교통도 편리해진다. 한밤실마을은 대단한 관광자원을 가진 것은 아니지만, 깨끗한 자연환경에 벚꽃과 단풍이 아름다운 산골마을이다. 지금 운영하고 있는 펜션, 식당 등 시설과 사과 따기 체험, 부석태 청국장 만들기 체험프로그램에, 특색 있는 몇 가지를 더한다면 관광객들의 발길을 붙들기에 충분해 보인다. 부석사, 소수서원, 선비촌 등 영주의 대표적인 관광지를 찾는 전국의 관광객들에게 산골마을의 정겨움을 전해주는 휴식과 치유의 장소로 기억될 수도 있을 것이다.

김 위원장은 대로변에 카페와 식당을 지어 마을다운 마을 풍경을 보면서 잠시 쉬어갈 수 있도록 하고, 마을에 전해 내려오는 설화와 6.25 당시의 기억들을 테마로 마을 뒷산에 둘레길, 산책로를 조성하면 좋겠다는 생각이다.

하지만 마을 사람들은 나이가 들었고 젊은 사람들은 자기 일에 다들 바쁘다 보니 일을 벌이기가 쉽지 않다. 당장 간벌허가를 받아놓은 마을 뒷산에 산나물 단지를 조성하는 일부터 걱정이다. 올가을부터는 잡목을 벌채하고 산나물 씨를 뿌려야 하는데, 일손을 구하기도 만만치 않다.

“산골 마을이 살아보려고 발버둥을 쳐보는 거지요. 쉽지는 않겠지만 고향을 생각하는 마음을 조금씩 더 실천으로 옮긴다면 잘 될 수도 있지 않겠습니까. 희망을 가져야죠.”




가볼만한 곳

콩세계과학관
 


◇콩세계과학관

부석사로 가다 한밤실마을 방향으로 좌회전을 하면 콩세계과학관이 있다. 콩세계과학관은 세계 최초로 콩을 테마로 건립된 과학관이다.

콩은 한반도와 남만주가 원산지로 선사시대부터 재배돼왔다. 고구려 사람들의 발효기술이 뛰어나다는 중국 사서의 기록이 있고, 삼국사기에는 신문왕이 왕비를 맞으면서 메주와 장류를 폐백으로 보냈다는 기록이 있다. 고려와 조선을 거치면서 메주와 장류는 우리의 삶과 뗄 수 없는 식품이 됐으며, 이제는 세계인의 건강 먹거리로 자리잡고 있다. 또한 환경문제 해결과 석유자원 대체 산업재료로 기대되는 등 콩의 가능성은 무궁무진하다.

콩세계과학관은 이러한 토종자산으로서 우리 콩의 뿌리를 계승 발전시키고자 토종 콩의 명맥을 이어온 ‘부석태’의 고장인 영주시 부석면에 2015년 건립됐다. 2001년 한국콩박물관 건립추진위원회가 발족한 이후 15년의 노력 끝에 맺은 결실이다.

콩세계과학관은 콩에 관한 모든 것을 망라했다고 할 만큼 알찬 정보로 가득하다. 역사와 문화, 콩의 생육과 생태환경, 콩의 변신, 사람을 살리는 콩, 미래를 밝히는 콩 등 짜임새 있는 전시 구성이 돋보인다. 아이들뿐만 아니라 어른들도 시간을 갖고 찬찬히 둘러보면 배울 것이 많다. 그밖에 콩체험관, 피크닉 잔디광장, 어울림마당, 어린이 미끄럼틀 등 다야한 부대시설이 있으며, 영주사과홍보관도 인근에 있다.

콩세계과학관의 체험프로그램으로는 부석태와 함께하는 두부만들기, 메주만들기와 생태미술 체험프로그램이 운영되고 있으며, 콩문화페스티벌도 개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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