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가 사회에 미치는 힘
전문가가 사회에 미치는 힘
  • 승인 2019.08.27 2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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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훈 국민정치경제포럼 대표
사람들은 대체로 스스로 결정하지 못하는 문제에 닥치면 이를 해결할 수 있는 사람을 찾는다. 우선은 주변의 혈연과 친분을 찾을 것이고 여기서 해결이 안 되면 수소문해서 해당 분야의 전문가를 찾게 된다. 전문가란 무엇인가. 오랫동안 해당분야를 경험하면서 관련 지식의 연구를 하는 사람들이다. 이들에게 기대할 수 있는 것은 과거와 현재를 통틀어 문제의 핵심을 짚어내고 그것을 풀 수 있는 열쇠를 만날 수 있다는 사실이다. 그들은 그렇게 문제의 핵심을 뽑아주고 이를 해결할 수 있는 1, 2, 3의 대안을 제시한다. 그 대안의 친절한 설명과 더불어 의뢰자의 상황에 적합한 솔루션까지 펼쳐주는 전문가는 단순한 지식인의 전문가가 아닌 그 인품과 지식의 존경심을 갖게 만든다.

이들은 굳이 현실적인 타이틀이 보여주는 전문가라는 수식어가 없어도 그들의 삶 자체가 전문가이다. 오랜 동안 해당 지식을 연구했고 다양한 부분의 개연성과 문제들을 풀어내었기에 생각이 해당 분야의 지식과 솔루션이 체화되어 있다. 이러한 생활이 누적되어 만들어지는 인재들은 분명 우리 사회를 더 빛나게 하는 존재들이다. 그러한 존재들이 많을수록 해당 분야의 탄탄한 에너지로 발전을 거듭하게 된다. 그러나 이러한 전문가들에게 인간성, 배려, 매너 등의 본이 되는 품성을 만나는 것은 쉽지 않다.

한 길을 달려온 사람들의 대부분은 자신의 길에는 정통하고 논리적이지만 그 외의 부분에 있어서는 변수가 존재한다. 특히 전문가라는 이름의 사람들은 연구 분야만 집중 탐구하여 기타의 분야에 접하는 경우나 시간들이 매우 부족하기 때문에 사회의 폭넓은 이해나 개인적인 품성까지 완벽을 기대하기 어렵다. 때문에 유난히 젊은 전문가들에게 이러한 면이 부족한 경우가 많다.

전문가들에게 해당 지식의 보유는 너무도 당연한 일이다. 해당 분야의 뛰어난 지식과 연구실적을 가진 전문가들은 나이고하를 떠나 해당 분야의 특별한 성과가 학계나 사회의 인정을 받게 된다. 이러한 인정은 해당분야의 연구기관이나 정부기관의 특채의 길도 열어준다. 이들이 보유한 능력을 인정하고 이를 활용하기 위해서이다. 그러나 이들에게 다른 분야도 특별할 것을 기대할 수는 없다. 특정분야의 전문가일 뿐 다른 분야는 경험해보지 못했기 때문이다. 다만 이들도 해당성과를 만들어내기까지 그 분야의 조직과 사회의 규율과 문화 속에서 생활했기에 보통사람들의 생활능력과 수준을 기대해 볼 수 있다. 그들이 속한 분야에서 전문가임은 틀림이 없으나 그 이외의 분야에서는 그들도 보통사람이라는 말이다.

그런데 때때로 이들이 가지고 있는 능력이 과대평가되어 의외의 자리에 기용하는 경우가 있다. 물론 그들이 가진 전문가의 지식과 경험이 기반이 되는 자리이다. 해당 자리가 그들의 전문적 기능을 확대하고 개발해 나아가는 자리가 아닌 그 분야 전체의 조직의 운용 또는 정부조직과 정책을 관장해야 하는 자리이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포지션의 제의가 왔을 때 어떠한 생각을 할 수 있을까.

해당 직책이 높을수록 많은 권한이 주어질수록 갈등의 진폭이 클 것이라 생각할 것이다. 그러나 이것은 일반인들의 생각이다. 진정한 전문가라면 자신의 자리를 너무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내가 지금까지 관심을 갖고 연구한 분야의 모두를 꿰고 있는 그들은 자신도 잘 알고 있다. 따라서 해당 자리에 내가 적합한지를 먼저 따지기 전에 지금 내가하는 일을 멈춰도 될지를 먼저 생각할 것이다. 또한 해당 자리가 요구하는 능력과 책임에 대한 생각도 할 것이고 해당자리가 만드는 파급효과 역시 짚어볼 것이다. 내가 가진 지식이 활용되는 자리라고 해도 지금 가고 있는 길이 최적이면 움직이지 않을 것이다. 지금의 자리보다 나의 지식과 능력을 활용하여 더 나은 길을 후배들에게 만들어주고 조직과 사회에 정의 효과를 만들어낼 수 있다는 판단이 되면 제의받은 자리를 수락할 것이다.

학자들은 평생을 학문 속에 산다. 그들은 그 속에서 숨을 쉬고 새로운 발견과 연구 성과가 삶의 희열이다. 그런데 어느 날 갑자기 들어온 직무 제의에 자신이 걸어온 길을 모두 드러내고 상식의 판단으로도 아닌 것을 맞다고 하며 올인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갑자기 엄청난 사명감이 생겼을 이유도 만무하고 해당 직위가 평생을 유지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특히 후학을 가르치는 일을 가진 사람이라면 한시적 일자리에 전문가로 살아온 모두를 걸며 지금껏 살아온 삶을 부정해서는 안 된다. 법조문에 명확히 규정된 사항이 아니어서 법을 위반하지 않았다는 말로, 논란이 되는 서류에 해당 조항이 없었다는 말로 정당함을 말하기 이전에 자신을 먼저 돌아봐야 한다. 말을 하기 전에 그래야 하는 이유를 먼저 바라보아야 한다. 누구의 판단보다 자신을 제일 잘 알고 있는 전문가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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