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의 가치는 지역의 이해로부터
지역의 가치는 지역의 이해로부터
  • 승인 2019.09.03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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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노광
대구경북소비자연맹 정책실장
경제학 박사
최근 문화 관광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이를 통해 지역간 문화 격차를 해소하고 그 지역의 고유 자원을 활용한 특화된 문화 관광산업 육성을 통해 침체된 지역 경제에 활력을 높이고자 한다. 그동안 문화 관광 측면에서 우리 지역을 이야기할 때 먹거리와 볼거리가 부족하다는 볼멘 소리가 많이 들렸다. 한편으로는 맞는 말 같고, 다른 한편으로는 타당하지 않을 수도 있다. 왜냐하면 지역 주민들이 일상 생활에서 자주 접촉하면서도 관광 자원으로서의 가치를 잊고 지내는 경우가 허다하기 때문이 아닐까.

사실 어느 지역이나 관광 브랜드로 육성할 고유의 자연자원과 역사 및 문화 자원을 갖고 있다. 지역마다 많은 관광 상품 브랜드를 가지고 있지만, 대중화된 유명한 관광 브랜드는 극히 제한되어 있어서 대부분은 브랜드로서 역할을 못하는 경우가 많다. 우선 지역의 관광 상품이나 관광 자원이 널리 알려지는 것도 중요하지만, 지역 관광 브랜드는 경쟁지역과의 차별성이 전제되어야 한다. 이러한 차별성을 위해서는 고도의 전략이 필요한 경우도 있지만 의외로 소소함이 관광 상품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을 아래 사례를 통해 알 수 있다.

봉산문화거리에 젊은 청년이 경영하는 작은 카페가 있다. 이 카페는 인스타그램을 본 젊은층들이 즐겨 찾는다. 과거 우리나라에서 인기리에 방영되었던 '페밀리가 떳다'를 모방한 홍콩의 유명한 예능 프로그램이 이곳을 방문해 촬영했다. 또한 현재 방영되고 있는 '동상이몽'도 이곳에서 녹화한 적이 있으며, BTS 펜클럽 사은행사도 개최했다. 이 작은 카페가 핫 플레이스가 된 이유가 뭘까? 그 카페의 젊은 사장의 얘기로는 사진을 촬영해 인스타그램에 올리기 쉽게 공간을 꾸미고, 다양한 메뉴를 개발해 제공한 것이 가장 큰 이유라고 한다.

흔히 장소마케팅이라 하면 지역의 주민과 기업인 그리고 행정 기관 등이 관광객 등에게 특정 장소를 매력적인 곳이 되도록 하기 위해 독특한 이미지를 만들고 이를 통해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다양한 방식의 전략을 말한다. 그동안 관광지라고 하면 경치가 좋거나 역사·문화적으로 의미 있는 장소를 의미했지만, 이제는 사진 찍기 좋은 곳이나 맛집 골목 등이 입소문을 타고 새로운 관광지로 뜨고 있다. 따라서 젊은층의 명소로 뜬 공간과 장소는 소셜미디어 등을 통해 외국인 관광객들에게도 순식간에 알려지면서 가보고 싶은 장소가 된다.

미래학자 롤프 옌센은 정보화시대가 지나면 소비자에게 꿈과 감성을 제공하는 것이 차별화의 핵심이 되는 드림 소사어티(dream society)가 도래할 것이라고 했다. 미래에는 이야기와 꿈이 부가가치를 만들며, 이를 통해 새로운 시장이 형성된다는 것이다. 그로부터 20년 후 우리는 그가 쓴 시나리오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삶을 살아가고 있고, 그가 예측한 드림 소사이어티가 본격화되었다

향토사 연구에 남다른 열정을 가지고 있는 김종욱 선생이 쓴 <잊혀지고 묻혀 버린 대구 이야기>를 보면 오랫동안 대구에 살면서도 모르고 지난 곳이 참 많다는 것을 깨달았다. 대학시절 친구들을 만나기 위해 동성로에 자주 가면서도 정작 동성로 지명에 대한 유래나 의미를 궁금하게 생각해 본 적은 없다. 근대골목 투어에 관심을 갖게 되면서 대구 읍성이 있었고, 일제 강점기에 식민도시화되면서 대구읍성이 해체되면서 동성로, 북성로, 서성로가 생겼다는 것을 알았다.

진골목도 마찬가지다. 진골목은 달성 서씨의 집성촌이었다고 한다. 진골목에서 가장 부유했던 서병국의 집터는 지금의 화교협회와 화교소학교가 들어서 있으며, 1937년에 지어진 서양식 벽돌조 2층인 서병기의 저택은 동생 서병직을 거쳐 정소아과 정필수 원장이 매입하여 정소아과로 사용되었다. 또한 코오롱 창업자 이원만 회장과 2세 경영자인 이동찬 회장, 금복주 창업자 김홍식 회장, 그리고 평화클라치 창업자 김상영 회장과 같은 부자들이 진골목에서 살았던 곳이라고 한다.

안타까운 것은 대부분 관광 자원이 과거에 얽매여 있다. 이러한 자원이 미래지향적이 되기 위해서는 내가 살고 있는 지역에 대한 이해를 높이고, 이를 통해 건축적인 면에서 가치가 높은 정소아과와 대기업으로 우뚝 선 코오롱 이동찬 전회장의 주택을 관광 자원화 하는 것을 조심스럽게 건의해 본다. 이미 이병철 회장 탄생 100주년을 맞이하여 지역상공인이 중심이 되어 기념공원 조성사업을 추진했다. 이러한 작은 움직임이 기업가 정신을 고취하여 도시의 역동성을 회복할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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