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의 경쟁력, 누가 만드나
지역의 경쟁력, 누가 만드나
  • 승인 2019.09.04 2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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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희 지방분권운동 대구경북본부 공동대표
마을이 꿈틀거리고 있다.

주민들이 스스로 의견을 모으고 결정하고 집행하고 모니터링 하는 일들이 많아지고 있다.

관에서 주도하던 각종 사업에 주민 의견이 보태지니 보다 필요한 곳에 적절한 예산이 투입되고 더 많은 사람이 결과를 누리게 된다.

지난 2일 주민참여예산 우수사업경진대회가 열린 시청 대회의실은 시민만 아니라 각 동에서 온 주민들로 열기가 후끈하였다. 다른 구에 사는 지인을 만나 반가운 인사도 나누며 지역 활동 사례를 접하는 시간을 가졌다.

어린이보호구역 내 노란 신호등 설치, 한강공원 부키 도서관, 교동시장 경관조명, 수창공원 그늘막, 고산골 입구 계단 개선, 봉산문화 거리 아트로드, 폭염대비 쿨링쉼터, 청년공감 공간 등 주민참여예산 공모사업 제목들만 들어도 정겹다.

특히 지역회의 사업을 발표하는 주민들을 보며 “이 분들이 지역활동의 리더들이구나” 라는 생각을 하였다. 감삼동의 마을게시판, 관문동의 크린그린 골목사업, 대명3동의 자라등 마을축제, 비산2·3동의 정원관리 및 어르신 일자리 창출, 신암4동 방역활동, 고성동 벚꽃축제, 이천동 보이는 소화기, 평리3동 주차배려 알림판 등 사업설명을 듣자니 한편으로는 마을살이 희노애락이 느껴졌다.

시간 맞춰 모여서 토론하고, 현장 가서 확인하고, 총회를 통해 주민들과 공유하면서 서로 친한 이웃사촌이 되었겠지만 그 과정에서 즐거운 일만 있지는 않았을 것이다.

1차로 선정된 각 구의 공모사업 8건과 동별로 실시된 지역회의 사업 8건에 대한 설명을 들으며 국가의 경쟁력은 지역이 만들며, 지역의 기반인 마을의 경쟁력은 주민이 만든다는 것을 확신했다.

한편, 현재 동 차원에서 진행 중인 주민자치회 시범사업 현장의 열기 또한 대단하다. 각 동의 주민자치활동을 보장하고 강화하기 위한 과정으로 대구의 주민자치 역사에 남을 중요한 현장이다. 각 구별 한 개 동을 기준으로 하는 사업이지만 남구의 경우 적극적으로 준비하여 2개 동에서 진행하고 있다. 이미 동 차원의 홍보와 주민 학습 과정이 끝난 곳도 있고 시작하는 지역도 있으니 연말에 시범마을의 주민자치회가 출범하게 될 것이다.

이러한 일련의 혁신과정을 보면서 지역의 경쟁력은 누가 만드는지 생각하게 된다.

먼저 의지를 가진 자치단체장이다. 자치단체 행정이 추구해야 할 가치, 지역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하는 리더의 역량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특히 단체장은 지역을 위해 쓴소리하는 주민을 두루 만나고, 그들의 의견을 수렴하는 리더가 되어야 한다.

둘째, 소임을 다하는 담당 공무원이다. 담당 공무원의 역할이 얼마나 중요한지는 조금만 행정과 연관되어본 사람이라면 잘 안다. 주민이 원한다면 없는 것을 만드는 것도 가능하다. 법과 조례를 살피고 행정의 범위 내에서 가능한 방법을 같이 강구하는 공무원이 많을수록 지역은 새롭게 변한다.

물론 행정이 제대로 기능할 수 있도록 힘을 주는 사람도, 적당히 넘어가도록 만드는 사람도 주민이다. 그런 점에서 행정은 주민활동을 위한 기본적인 역량강화를 지원해야 한다. 다양한 교육 기회를 제공하고 그 결과물이 마을에서 꽃피울 수 있도록 지원한다면 이후는 주민들이 스스로 학습체를 만들어 지역문제 해결을 위한 논의를 시작하게 될 것이다.

마지막으로 공공성에 기반한 참여자로서 주민이다.

많은 주민들이 봉사활동을 통해 지역의 윤활유 역할을 하고 있지만 이를 넘어서는 의제활동이 요구된다. 의제란 문제를 해결하는 공식적인 방법, 즉 정책이다.

주민참여예산제도로서 지역회의의 경우에도 주민역량강화를 위한 의제를 만들어야 한다. 초기엔 주민의 참여 자체가 의미 있지만 이제는 보다 공공성이 강한 활동으로 이어져야 한다.

우리는 시민이면서 주민이다.

‘주민’이 지역에 거주하는 거주자라는 의미가 강하다면 ‘시민’이라는 말 속에는 단순히 어느 도시에 거주한다는 개념보다 역사적으로 민주 사회를 이루는 과정을 통해 형성된 ‘주인의식과 참여의식이 있는 국민’이라는 의미가 크다.

시민이지만 지역의 문제에 소홀했던 많은 활동가와 전문직업인들이 주민으로서 지역사회에 관심 가지길 바란다. 주민활동을 통해 마을로부터의 민주사회 만들기를 함께 한다면 보다 민주적인 국가공동체가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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