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려라
울다가 웃는 것이 기도고
웃다가 우는 것도 기도다
감각 없는 시간 울림 없는 공간일지라도
하늘이든 땅이든 뭐든 울려라
울릴 수 없다면 너라도 울어라
무엇이든 울릴 수 있어야 기도고
함께 우는 누군가 있어야 기도다
어떤 이는 어제를 지우려 기도하고
또 어떤 이는 다시 올 어제를 위해 기도한다
누군가는 들을 이를 위해 기도하고
또 몇은 기도를 위해 기도한다
누구나 하는 것이 기도고
누구나 할 수 있는 것이 기도지만
닿을 듯 말 듯 하는 것이 기도다
이루어지지 않는 기도라도
이루어질 수 없는 기도라도
해야 기도다
우리 삶 또한 그렇지 아니한가
◇권순학= 대전에서 태어나 서울대학교 제어계측공학과 및 동 대학원을 졸업하고 일본 동경공업대학에서 시스템과학 전공으로 박사학위를 취득하였다. 2012년 『시와시학』으로 등단하였으며 시집으로 『바탕화면』, 『오래된 오늘』과 『그들의 집』이 있고 저서로 『수치해석기초』가 있다. 현재 영남대학교 기계IT대학 전기공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고 한국시인협회 및 한국지능시스템학회 회원이다.
<해설> 사람들은 기도를 한다. 누구는 자신을 위하여 기도하고 누구는 타인을 위하여 기도한다. 그중에는 돌아오는 메아리 없어도 그것이라도 하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아 하는 사람도 있다. 누구에게 하는 기도일까? 화자는 자문한다. 과연 그 많은 기도를 들어주는 누군가는 있는 것일까? 있다면 누군가를 위해 그의 기도 하나쯤 들어주어야 하지 않을까 하는 화자의 애틋한 마음이 아름답다.
암튼 기도는 간절히 바라는 마음, 그 마음이 자신을 일으켜 세우게 하는 것이 아닐까? 의존이 아니라 나 자신이 바로 그 누군가가 아닐는지…. -제왕국(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