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모지 개간 ‘최고 경관마을’ 우뚝
불모지 개간 ‘최고 경관마을’ 우뚝
  • 김병태
  • 승인 2019.09.17 2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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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위 고로면 화산마을 농식품부 ‘행복마을만들기’ 金賞
60년간 맨손으로 터전 일궈
아직도 점심·저녁 공동급식
귀촌 늘고 방문객 3배 급증
마을규약 ‘화산다움 지키기’
군위화산마을-금상수상
농식품부가 주관하는 제6회 행복마을만들기 콘테스트에서 경관·환경부문 금상을 수상한 화산마을.

구멍가게 하나 없는 마을, 택배도 오지 않는 마을, 꼬불꼬불 7.6km에 이르는 산길을 지칠대로 올라야만 도착할 수 있는 그야말로 자연의 품 안에 위치한 하늘 아래 첫 동네. 경북 군위군 고로면 화산마을이다.

“누가 화산에 밭을 일구려 하는가. 신선의 근본은 여기서 시작되었는데. 여보게, 구름사다리를 빌려주구려. 옥정에 가을바람 불면 푸른 연꽃 따리로다.”

일찍이 선조들은 화산의 가치를 미리 알아보신 듯하다. 서애 류성룡이 화산의 자연경관에 반해 지었다는 칠언절구는 마치 선견지명과 같이 바위에 남겨져 있다.

◇불모지에 첫발을 내딛다

화산에 마을이 생긴 역사는 오래되지 않았다.

1960년대 정부의 산지개간정책에 따라 180가구가 집단 이주하면서 마을 이름도 없이 A, B, C, D... 4개의 지구로 불리던 개간촌이었다.

초기 정착민들은 가난하거나 사회적으로 소외된 사람들이 대부분이었다.

노인을 지게에 지고, 아이를 등에 업고, 보따리를 머리에 이고 이틀 꼬박 산길을 걸어 도착한 마을은 길도, 전기도, 수도도 없는 척박한 불모지였다.

초기 정착민들은 이웃만이 버팀목이자 ‘비빌 언덕’이었다. 주민들은 지난날 배고픔을 기억하며 지금도 매일 점심, 저녁을 마을 공동급식으로 해결한다.

긴 세월 서로를 의지하며 오직 협동과 단결 정신 속에 맨손으로 일궈온 삶의 터전은 화산마을 60년의 산 역사가 됐다. 그만큼 주민들은 마을로 향하는 길에 대한 애착도 깊다.

7.6km의 꼬불꼬불한 산길은 주민의 힘으로 개척한 세상과 마을을 잇는 유일한 통로였다.

주민들은 구역을 나눠 제초작업을 하고, 동절기엔 제설작업도 공동으로 한다.

오랜 세월 생계를 이어주던 눈물로 얼룩진 삶터는 드넓은 자연 속에 녹아들어 이제 화산마을만이 지닌 아름다운 경관이 됐다.

◇농촌미학, 자연치유 마을로 성장

화산마을은 과거 군부대 이전, 초등학교 폐교 등 소멸위기를 겪으면서 20여가구밖에 남지 않았지만 최근 5년간 인구수는 41%, 귀촌은 58% 증가해 현재 57가구 92명이 거주하고 있다.

방문객 수 역시 3배 이상 급증하는 등 변화를 이끌고 있다.

정착민의 노하우와 귀촌인의 아이디어가 더해지면서 시너지 효과를 내고 있다.

올해는 황무지로 방치됐던 마을부지 3천평에 해바라기 밭을 조성했다. 지난 7월, 주민과 출향인, 방문객이 함께하는 ‘바람언덕 해바라기 잔치 한마당’을 개최하는 등 화산마을의 변화는 농촌의 새로운 희망이 되고 있다.

지난 8월 28일 농식품부가 주관하는 제6회 행복마을만들기 콘테스트에서 경관·환경부문 금상을 수상했다.

개척민의 의지를 본받고 이를 농업유산으로 보전하기 위해 노력하는 주민들의 모습을 성과발표와 퍼포먼스로 녹여내 호평을 받았다.

앞서 지난 7월 경북도 주최 행복마을만들기 콘테스트에서 경관·환경 분야 대상을 수상하는 등 대한민국이 인정하는 경관마을로 우뚝 섰다.

◇주민 소명은 화산다움을 지키는 일

화산마을 주민들은 스스로 하는 약속이 있다. ‘우리 마을은 우리가 지키자’다.

마을경관규약을 제정해 ‘지킴의 가치’를 실현하고, 자발적으로 화산경관 지킴이단을 구성해 주민 스스로가 경관활동가가 되고 있다.

이종은 화산마을 이장은 “무분별한 개발과 급변하는 환경 속에서 개발이라는 명분하에 마을이 훼손되거나 파괴되지 않도록 미래를 위한 약속을 반드시 실천하고 ‘화산다움’이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진정한 농촌미학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며 강조한다.

군위=김병태기자 btkim@idaeg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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