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나는 국민을 잡아라
떠나는 국민을 잡아라
  • 승인 2019.09.24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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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훈 국민정치경제포럼 대표
과거에는 투자이민 설명회가 열리면 50대 60대가 모여들었지만 지금은 30대에서 70대까지 다양한 연령의 사람들이 모여든다. 국내 경제는 물론 정치, 안보 등 상황들이 안정적이지 못하다 보니 다른 나라로 둥지를 옮기려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는 말이다. 그것도 나이에 상관없이 전 연령대가 관심을 보이고 있다. 투자이민전문회사는 두 달에 한번정도 열던 세미나를 2주마다 개최할 정도로 사람들의 호응이 뜨겁다는 말을 흘린다. 단적으로 최근 미국 투자이민으로 발급된 비자(EB-5) 건수를 보면 2017년 195건, 2018년 531건으로 대폭 증가했다. 11월부터 미국 투자 이민 규정이 달라져 투자금도 두배 가량 오르고 지역 선별 기준도 엄격해져 투자이민의 벽이 높아진다고 하니 이민을 생각하는 사람들은 마지막 기회를 최대한 이용하려고 할 것이다. 투자이민 설명회에 나온 사람들의 목소리는 한국에 사는게 무섭다고 한다. 새로운 사업기회를 찾기도 어렵고, 조세도 부담스럽고, 혼란스러운 정치에 불안한 안보가 큰 이유다. 그리고 이어진 말은 자녀교육이다. 대학을 나와도 구하기 어려운 일자리, 다양한 능력을 끌어내는 교육의 아쉬움이 이들의 발길을 해외로 돌리게 하고 있다.

말이 같고 문화가 같은 국내를 등지는 이유는 그만큼 조국이 삶을 어렵게 하기 때문이다. 사회생활을 시작하려고 하는 청년들은 우리나라의 상황을 비관적으로 보고 있다. 경기가 지금보다 나아질 것으로 보지 않고 과세측면도 더 높아질 것으로 전망하여 경기 전망이 좋은 나라에서 사회생활을 시작하고 싶어 이민을 결심했다. 반면 고령자들은 상속세, 증여세 등 평생을 모은 자산을 많은 세금으로 떼어내기 아깝고 보다 쾌적하게 남은 생을 보내기 위해 물설고 낯선 나라의 문을 두드리고 있다. 결국 나라가 국민에게 편안한 환경을 펼쳐주지 못해서 조국을 떠나는 것이다.

국민들이 이러한 생각을 가지고 있다면 해외 기업들은 어떻게 생각하겠는가. 국민들의 탈 코리아는 물론 기업들의 탈 코리아가 이어지고 있다. 조세가 부담스럽고 규제가 부담스럽고 근로자 고용이 버거워서 나가는 그들을 보고 우리나라에 들어와 기업을 운영하고 싶어 할 기업이 있을 것이라 생각하는가. 정부가 보아야 할 국면이다. 투자이민을 시도하는 사람들은 6억이 넘는 돈을 쓰면서까지 이 나라를 떠나간다. 우리는 그들이 보유한 돈과 능력을 빼앗기고 미국은 자산을 가진 능력있는 국민을 그냥 얻게 되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사상 최저의 출산율과 유래 없이 빠른 고령화로 생산인구의 부족을 걱정하는 단계에 이르렀다. 2025년에는 국민 5명중 1명이 노인이 되는 초고령 국가가 된다. 자금이나 능력이 출중한 국민들이 나라를 버리고 떠나는 상황이 지속되면 남은 국민은 더 많은 부담을 등에 지게 된다. 정부는 떠나가는 국민들의 불편한 점을 다시 보아야 한다. 왜 떠나는지 이유를 낱낱이 알아내어 환경을 바꿔야 한다. 국민들이 저마다 최고의 능력을 발휘하고 기업이 투자를 거듭하는 환경이라면 해외에서도 국내로 들어오고자 노력할 것이다. 그러나 문제가 되는 환경을 바꾸지 않는다면 남아있는 국민들도 더 살기 좋은 나라를 찾아 떠나려고 할 것이다. 특정 연령층이 아닌 전 연령층의 흔들림은 그 만큼 우리의 환경이 전 계층의 국민들을 압박하고 있다는 증거다. 작년 말부터 심화되는 수출 부진과 떨어지는 생산력이 음울한 내수를 펼치고 외부에서 눌러대는 무역 압박에 기업들의 스트레스가 최고조를 이루고 있다. 정부가 할 일은 이들의 투자심리를 이끌어 내는 것이다. 굳어진 경기로 더 얼어붙는 것이 아닌 정부가 깔아준 환경에 힘입어 한발 더 내딛고자 하는 의지를 만들어 주는 일이다.

기업도 국민도 경직된 환경에 침체된 경기를 보니 미래의 전망을 기약할 수 없어 나라를 떠나는 것이다. 정부가 한결같은 의지로 이들의 울타리가 되어 줄 수 있다는 믿음이 있어야 달릴 수 있는 희망이 생긴다. 30대 40대의 한창 활동할 인구가 나라를 떠나는 일은 매우 심각한 일이다. 주 에너지를 발휘할 동력이 빠져나가면 나머지 동력이 아무리 힘을 써도 그들을 대체하기 어렵다. 경제활동인구가 줄어든다고 입으로만 걱정할 것이 아니라 떠나는 국민을 잡아야 한다. 6억 이상의 자산을 동원할 수 있는 그들은 남보다 뛰어난 열정과 능력이 있는 사람들이다. 한시적 단기간 일자리 숫자에 집착할 것이 아니라 기업이 뿌리를 내릴 수 있도록 하는 정책이 기반이 되어야 한다. 정권마다 바뀌는 것이 아닌 적어도 펼쳐진 계획이 수정은 있을지언정 없어지지는 말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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