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양 두메송하마을] 붉은 고추밭 따라 장파천 ‘졸졸’…익숙한 농촌, 그래서 더 편안
[영양 두메송하마을] 붉은 고추밭 따라 장파천 ‘졸졸’…익숙한 농촌, 그래서 더 편안
  • 김광재
  • 승인 2019.09.26 21:2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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빽빽한 옥수숫대·황금빛 들판
파란 하늘 붓질한 옅은 구름
처음 왔지만 고향같은 느낌
2005년 농촌테마마을 선정
마을 공동체 펜션 ‘송하연가’
휴가철 되면 관광객들 ‘북적’
물고기 잡기·별자리 체험 등
 
영양군 수비면 두메송하마을 송하연가 펜션과 해달뫼 문화예술체험장이 사진 가운데에 보인다. 오른쪽 기암절벽이 매봉산이고 그 아래로 장파천 송하계곡이 흐르고 있다.전영호기자
영양군 수비면 두메송하마을 송하연가 펜션과 해달뫼 문화예술체험장이 사진 가운데에 보인다. 오른쪽 기암절벽이 매봉산이고 그 아래로 장파천 송하계곡이 흐르고 있다.전영호기자

 

2019 경상북도 마을이야기 - 영양 두메송하마을


동청송·영양IC에서 내려 31번 국도(영양로)를 따라 태백 방면으로 가다 덕봉교를 건너 우회전한다. 장파천을 거슬러 올라가면 일월면 가천리를 지나 수비면 송하리가 나온다. 두메송하 체험휴양마을 찾아가는 길, 왜 이름에 ‘두메’를 붙였는지 절로 이해가 된다.

한적한 도로 옆으로 옥수숫대가 빽빽이 서서 말라가고 있고, 누렇게 익어가는 벼 이삭이 일렁이고 있고, 진녹색 무성한 잎 사이로 거짓말처럼 새빨간 고추가 적나라하다. 그러고 보니 이곳은 고추의 고장 영양군. 우리나라에서 매운 고추의 대명사가 된 청양고추도 청송과 영양 두 지역의 이름에서 한 글자씩 따 지은 이름이 아니던가.

좌우로 봉우리와 기암절벽이 이어지고, 그 사이로 맑은 물이 흐르고, 그 시내를 따라 논밭과 마을이 자리 잡고 있다. 두메송하마을에 도착했다. 길 오른편에 송하리 농산물판매장, 송하연가 펜션, 마을회관이 연이어 들어서 있다. 건너편에는 옛 송하초등학교를 리모델링한 해달뫼 문화예술체험장이 있다. 송하초등학교는 1939년 간이학교로 시작해 1944년 정식으로 개교했다. 주민들이 십시일반 뜻을 모아 부지를 제공한 이 학교는 1994년 제45회 졸업생 6명을 끝으로 모두 1천99명의 졸업생을 배출하고 폐교됐다.

 
매봉산과논
매봉산과 송하마을의 논.



농산물판매장 옆 논에서는 농부가 지난 주말 태풍에 쓰러진 벼 포기를 세우고 있었다. 파란 하늘에는 붓질한 듯 옅은 구름이 묻어있고, 매봉산 절벽은 묵묵히 마을을 내려다보고 있다. 매봉산 뒤로 투구봉이 고개를 빼꼼 내밀고 있다. 산 아래로는 맑은 물에 사는 민물고기들과 다슬기가 지천인 장파천이 흐른다.

처음 와보는 곳인데도 고향 같다. 실제 고향을 닮아서가 아니라, 고향이라는 말이 불러일으키는 정서가 이 마을에서 느끼게 되는 것과 비슷하기 때문이다. 오지 마을이라고 해서 다 그런 것은 아니다. 깨끗한 자연, 아름다운 풍경을 가진 마을도 답답하거나 경직된 기운이 느껴지기도 하는데, 송하마을은 편안하고 여유롭다.

송하마을로 들어오는 삼거리에는 ‘농촌전통테마마을 두메송하마을 6km’라는 표지판과 ‘두메송하 체험휴양마을 5.5km’라는 표지판 두 개가 있다. 송하마을 두메송하마을은 지난 2005년에 농진청 농촌전통테마마을로 지정받아 2006년부터 체험객들을 맞이했다. 장승깎기, 물고기 잡기, 고추따기, 반딧불이, 별자리 체험 등으로 전국의 테마마을 중에서도 인기가 높았다. 2010년에는 농촌체험휴양마을로 지정받아 펜션과 체험프로그램을 이어왔다.


 
송하계곡의물놀이
송하계곡의 물놀이.


KBS1 TV의 ‘6시 내 고향’에 송하리가 소개되면서, 마을에 필요한 시설을 지어주는 ‘백년가약’ 프로젝트에 따라 2006년에는 송하마을 공동체 펜션 ‘송하연가(松下緣家)’가 문을 열었다. ‘송하마을과 인연을 맺는 집’은 한울, 미쁨, 그린내, 꽃무리, 두메, 다들(황토) 등 4명에서 15명까지 묵을 수 있는 펜션 룸 6개를 갖추고 있다. 식당 겸 회의실과 마을회관도 단체 숙박객을 맞을 수 있다.

지금도 여름 휴가철과 봄가을 주말에는 송하연가 펜션에 손님이 많다. 한 번 와보고 반해서 자꾸 찾아오는 단골들이 많다고 한다. 마을을 굽이쳐 흐르는 송하계곡은 물이 깨끗하면서도 깊지 않아 물놀이할 곳이 많다. 송하마을 펜션에서 계곡으로 바로 연결되는 데크길도 있다.

지금 두메송하마을에서 운영되고 있는 체험프로그램은 △마을에서 구할 수 있는 식물로 손수건, 사각스카프 염색하기 △제철, 송하에서 나는 꽃으로 꽃차 만들어 가져가기 △꽃음료(코디얼) 만들어 가져가기 △시골길 산책하며 다들바위에 올라가서 소원빌기 △다슬기, 물고기 잡기 생태체험 △손바느질로 컵받침 만들기 △플라스틱 종이를 이용한 열쇠고리 만들기 △고목에 난초나 분재 등을 붙여 자라게 만든 목부작 만들기 △고추따기 체험 등이 있다.

지난 2011년 영양댐 건설예정지로 지정되면서, 댐 건설을 놓고 송하마을 사람들도 각자 생각과 상황에 따라 찬반이 갈렸다. 2016년 댐 건설 계획이 백지화되면서 멸종위기 생물들을 품고 있는 계곡과 마을은 수장을 면했다.

 
펜션
두메송하마을 농산물판매장, 펜션 송하연가, 마을회관이 매봉산 아래 자리하고 있다.
농산물전시장
주민들이 직접 생산한 제품들.

 


마을에서 매봉산 산길로 10여분 올라가면 제단이 갖춰진 바위가 있다. 동학의 2대 교주 해월 최시형이 1865년에 영양으로 이사왔을 때, 꿈에 계시를 받고 발견한 바위로 49일간 기도를 드렸다고 전해진다. 소원을 다 들어주는 바위라고 해서 ‘다들바위’라고 불리는데, 사람의 얼굴을 닮아 ‘송하 자연미륵불’로도 불린다. 매봉산에는 불이 자주 나서 소금단지를 묻은 곳이 있다고 한다. 매봉산 등산로는 짧지만 비경들을 간직하고 있어 트래킹코스로 적당한데 지금은 숲이 우거져 정비가 필요한 상황이다.


자연·생태적 자원 이외에 장승, 돌탑, 서낭당 등 문화적 테마들도 많다. 특히 민요 ‘북수골 처녀’는 솔직하면서도 해학이 넘치는 가사가 재미있다. “날 오라네 날 오라 하네 북수골 처녀가 날 오란다/소주 약주 받아놓고 단둘이 먹자고 날 오라네/낮에 갈라니 눈 무섭고 밤에 갈라니 개 무섭고/품에 안고 잠들라니 닭이 꼬끼요 울었구나/원수로다 원수로다 개와 닭이 원수로다”

두메송하마을은 송정, 북수, 삼거리, 판사 등 4개 마을로 이뤄져 있다. 북수골 사는 처녀가 다른 마을 총각과 정분이 났는데, 총각은 소문이 날까 봐 겁이 나서 너무 늦게 찾아갔나 보다. 개와 닭이 원수라고 한숨 쉬는 총각의 모습이 요즘 말로 ‘웃프다’. 술 받아놓고 연인을 초대한 당당한 처녀는 소심한 총각이 한심하다고 생각했을까, 아니면 더 사랑스러워 보였을까.

이재춘·김광재기자

 

“송하연가 펜션, 이제 인터넷 예약 됩니다”, 이옥용 체험휴양마을 위원장

두메송하마을-이옥용위원장
 




“그동안 공석으로 있었던 사무장을 올해 새로 영입했습니다. 전화로만 송하연가 펜션 예약을 받아오던 것을 인터넷 예약도 가능하도록 시스템을 갖췄어요. 앞으로 방앗간 체험, 조청 만들기 체험 등 우리 마을에서 생산된 농산물을 이용한 프로그램들도 확충할 계획입니다.”

이옥용 위원장은 앞으로 체험휴양마을 사업이 다시 활성화될 것이라는 기대를 갖고 있다. 하지만 그리 쉽게 풀려갈 일은 아니라는 것도 잘 알고 있다. 전통테마마을 사업을 할 때는 농업기술센터의 지원을 비롯해 여러 가지 외부의 도움이 있었지만, 체험휴양마을은 거의 주민들의 힘으로만 꾸려나가야 하기 때문이다.

매봉산 등산로 정비 등 마을에 산재해 있는 자원들을 잘 가꾸기만 하면 될 것 같은데 그게 어렵다. 100호가 넘었던 마을은 이제 겨우 40여 가구 80여명의 주민이 모여 산다. 그나마 대부분 고령이어서, 정부나 지자체의 지원 프로그램을 신청하려 해도 자부담 재원을 마련하기가 힘들다.

“한두 번 추렴을 해서 작은 사업을 하기도 했지만, 어르신들께 죄송해서 더 일을 벌이기 어려운 형편이에요. 하지만 우리 두메송하마을이 좀 더 알려지고 많은 사람들이 찾아오다 보면 어떤 계기가 마련될 수도 있겠지요. 우리가 할 수 있는 것들을 하나하나 해나가야면서 여건을 만들어 가겠습니다. 주민들이 마을을 사랑하는 마음이 크고 참여도도 높아서 즐겁게 일하고 있어요.”


가볼만한 곳
 

 

서석지
서석지.


◇전통 정원 영양 서석지

영양군 입암면 연당마을에 있는 조선시대의 대표적인 민간 정원이다. 광해군 때의 학자 석문 정영방(1577~1650)이 지은 별서다. 서석지는 연못 안에 상서로운 느낌을 주는 60여 개의 돌이 있어 붙여진 이름이다. 석문 정영방 선생은 이 상서로운 돌 중 19개에 이름을 붙이고 시를 읊었다.

연못을 중심으로 경정, 주일재, 수직사, 남문 등의 건물들이 있다. 경정은 대청과 방 2개로 된 정자이며, 주일재는 ‘운서헌’ 현판이 걸려있는 서재다. 주일재 앞에는 연못쪽으로 돌출한 석단인 사우단을 만들고 소나무·대나무·매화·국화를 심었다.

연못은 사우단을 감싸는 U자형의 모양을 하고 있다. 연못의 동북쪽 귀퉁이에는 산에서 물을 끌어들이는 도랑을 만들었고, 반대편의 서남쪽 귀퉁이에는 물이 흘러나가는 도랑을 만들었다. 들어오는 도랑을 읍청거라 하고, 나가는 도랑을 토예거라 이름 지었다. 즉 깨끗함을 받아들이는 도랑과 더러움을 뱉어내는 도랑이라는 뜻인데, 그 사이에 군자의 꽃인 연꽃이 가득 핀 연못이 있다. 석문 정영방 선생이 서석지를 조성한 뜻은 아름다운 원림을 완성한다는 의미를 넘어 성리학적 이상을 정원에 담으려는 의도를 읽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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