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배, 생활의 중심이 되다
택배, 생활의 중심이 되다
  • 승인 2019.10.01 2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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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삼수
서울본부장
"미국 소비자들은 길 건너에 상점이 있어도 안 가요, 아마존에서 구매하죠" 교포 인터넷 쇼핑몰 운영자가 들려준 말이다. 서울 지하철에서도 여성 대부분이 휴대폰을 통해 의류, 화장품 쇼핑몰을 검색하는 모습을 흔히 볼 수 있다. 인터넷을 통해 '손품'을 팔면 필요한 물건을 싸게 살 곳이 넘쳐난다. 11번가, G마켓, 쿠팡 등 온라인 쇼핑몰과 개인이 쓰던 물건을 소비자간 직거래하는 장터 중고나라, 당근마켓 등을 통한 거래도 활발하다.

인터넷 쇼핑이 발달하다 보니 최근 젊은 소비자를 중심으로 백화점이나 쇼핑몰에서 상품을 구경하고 구매는 온라인 쇼핑몰을 이용하는 '발품족'이 늘어나자 인건비와 비싼 건물임대료를 부담하고 물건은 팔지 못하는 유통업체는 울상이다. 그리고 물건을 구매 후 변심해서 반품한 약간 흠이 있는 가전제품 등을 싸게 사려는 '리퍼브족'도 생겨나고 있다.

국내 온라인 쇼핑 시장은 작년 시장 규모가 100조원을 넘길 정도로 커졌다. 따라서 수십 년간 호황을 누려왔던 국내 대형할인점 3사(이마트·롯데마트·홈플러스)의 실적 전망은 모두 내리막길이다. 이마트는 지난 2분기 299억원 영업 손실로 창사 26년 이래 첫 적자를 기록했고 롯데마트도 339억원의 영업적자를 기록했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올 상반기 개인 신용카드의 전자상거래ㆍ통신판매 사용액이 일 평균 2464억원으로 마트와 편의점을 포함한 종합소매 부분 개인 카드 사용액 2203억원 보다 온라인 매출이 260억원 많았다.

미국도 100년 역사의 최고급 백화점 업체인 바니스 뉴욕이 파산을 검토하고 있다고 한다. 건물임대료 상승과 온라인 쇼핑을 선호하는 소비자들의 기호 변화가 원인이다. 바니스 뉴욕이 파산 절차에 돌입할 경우 최고급 백화점 가운데 전자상거래 시장의 성장에 따른 첫 희생양이 되는 셈이라고 로이터는 전했다.

쇼핑몰을 찾아 번거롭게 오가던 미국 소비자들도 시간이 절약되고 상품이 다양한 온라인 쇼핑몰을 이용하는데 그 중 압도적 1위 아마존의 아성에 월마트를 포함한 전통 유통업체들도 고전하고 있다. 유통업체의 몰락에 따라 임대업도 함께 붕괴하고 있다고 한다.

지난달 사상 첫 마이너스 물가를 기록한 국내 경제가 경기 둔화와 고령화로 전체적인 경제는 디플레이션 징후가 나타나고 있다. 1인 가구 증가, 늘어나는 고령층, 인터넷을 중심으로 상거래가 생활화되고 불경기를 겪게 되자 유통가는 '초저가' 상품 개발로 판로를 뚫고 있다. 4월 초 이마트가 9900원짜리 청바지를 내놓는 등 대형할인점도 '저가전'에 뛰어들어 살을 깎는 경쟁을 하고 있다.

경기 침체로 다른 물가는 주춤하고 있지만, 식자재는 끊임없이 오르면서 국민의 삶을 더 힘들게 하고 있다. 어제 마트에 갔더니 애호박 하나가 2천원이 넘는다. 두부 600g도 3천원대에서 4천원대로 오른지 오래다. 달걀 한 판도 세일기간이 아니면 5천원이 넘는다.

경기동행지수가 13개월 연속 하락하고 민간소비는 둔화하고 특히 젊은층의 일자리가 줄어들고 있다. 이렇듯 한국 경제는 복합적으로 매우 위험한 신호들이 1년 넘게 계속 나타나고 있다.

이러한 불경기에서도 어려움을 모르는 업종이 있다. 박스제조업체다. 라면·택배 상자 등을 만드는 태림포장은 온라인 쇼핑 등 전자상거래 증가로 포장재 수요가 늘면서 실적이 폭발적으로 성장했다. 태림포장의 지난해 매출은 6000억원으로 전년도와 비교해 61% 늘었다.

오늘 주문하면 내일 새벽 집 앞까지 배달로 알려진 신선식품 업계 1위 마켓컬리의 지난해 재무제표는 매출 1571억원에 영업 손실 336억원을 기록했다.

이중 회사 직원 급여는 74억원이었던 반면 배달로 인한 포장비 관련 지출은 급여의 2.4배인 177억원이었다. 마켓컬리는 최근 냉동 제품 포장에 사용하던 스티로폼 박스를 친환경 종이 상자로 변경했고 모든 포장재도 100% 재활용이 가능한 종이로 전환해 포장비 관련 지출이 더욱 증가할 전망이다.

갈수록 늘어나는 배달 물량으로 택배 업체도 호황이다. 국내 택배 업계 1위 CJ대한통운의 지난해 택배 시장 점유율은 48%. 올해 상반기 매출은 1조1842억원, 영업이익 232억이다. 여기에 로켓 배송으로 시간 단축, 감성 배송으로 만족도를 높인 쿠팡이 택배 시장의 차별화로 도전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향후 쿠팡의 점유율이 20%까지 성장하리라 전망한다. 지난해 국내 택배 물량은 1인당 51개, 총 25억4천300만개, 매출액은 5조6천673억원이다.

한 푼이라도 싼 곳을 찾아 이곳저곳 '발품'을 팔던 소비자들이 힘든 주차난과 무거운 쇼핑백과 장바구니를 던져 버리고 대신 '손품'을 팔아 온라인 쇼핑몰을 통해 쇼핑하고 있고 김장철이나 명절에는 주고받는 선물도 늘어나다 보니 집집이 택배 상자가 대문 앞에 가득하다. 그래도 택배 상자를 도난당하지 않는 것을 본 외국인은 신기해하며 한국인의 높은 도덕심에 놀랐다고 한다.

우체국 등 택배사 몇 곳이 우리 생필품 모두를 배달하고 있다. 만약 우리 생활의 중심에 들어와 있는 택배의 배달인이 파업한다면 지하철이나 버스 등 대중교통 파업 때보다 더 큰 피해를 줄 것이다. 생필품 공급은 중단되고 경제는 마비될 것이다. 배달인 대부분은 자영업자로 대체수단도 없다. 생각만 해도 끔찍한 일이다. 어쨌든 인터넷 쇼핑에 중독된 대한민국 가정은 오늘도 보물상자를 전달해주는 '택배'를 학의 목처럼 목을 길게 빼고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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