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美문화원 폭파사건 36년 만에 무죄
대구 美문화원 폭파사건 36년 만에 무죄
  • 정은빈
  • 승인 2019.10.02 2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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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피고인 5명 재심 청구
집회·시위 법률 위반 면소 선고
법원 “불법 감금·고문에 의한
자백 진술서 증거 될 수 없어”
대구 미국 문화원(이하 미문화원) 폭파사건 범인으로 몰려 징역을 산 피고인 5명이 재심에서 ‘무죄’ 선고를 받았다. 미문화원 폭파사건이 발생한 지 36년 만이다.

대구지법 형사2단독 이지민 부장판사는 지난 1일 대구 미문화원 폭파사건에 관련돼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 등으로 기소된 박종덕(60)씨 등 피고인 5명에 대한 재심에서 무죄를 선고했다.

통상 형사 재판과 달리 이날 재판은 결심 공판과 선고 공판이 한꺼번에 진행됐다. 검찰은 피고인들의 국가보안법, 반공법 위반 혐의를 무죄로 판단했고,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에 대해서는 면소 처분했다.

이 부장판사도 “불법 감금이나 연행, 고문에 의한 자백 진술서 등은 증거가 되지 못한다”며 검찰과 같은 판결을 했다.

대구 중구 삼덕동 미문화원(현 경북대병원 건너편) 폭파사건은 지난 1983년 9월 22일 오후 9시 30분께 발생했다. 미문화원 앞에 놓인 가방에서 폭발물이 터지면서 1명이 숨지고 4명이 다쳤다. 당시 합동수사본부는 경북대 학생이던 5명을 용의자로 지목하고 국가보안법 위반 등 혐의로 구속했고 이듬해(1984년) 검찰은 이들을 기소했다. 법원은 4명에 징역 1년6월, 1명에 징역 3년을 선고했다.

하지만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는 지난 2010년 이 사건 수사 과정에 고문과 조작이 있었다는 조사 결과를 발표하며 재심이 필요하다고 권고했다. 이들 5명은 지난 2013년 “당시 자백을 강요당하는 등 인권을 침해받았다”며 재심을 청구하기도 했다.

이어 법원은 박씨 등을 심문한 뒤 지난 2016년 3월 재심 개시를 확정했으나 검찰이 항고하고 법원이 기각하는 과정을 거치면서 미뤄졌다. 재심 첫 재판은 사건 발생 35년 만인 지난해 10월 열리게 됐다.

한편 대구지역 인권단체는 법원의 무죄 선고에 환영의 뜻을 밝혔다. 인권운동연대(이하 단체)는 2일 성명을 내고 “재판부가 지난 1일 억울한 옥살이를 한 5명에게 늦었지만 법정에서 사과했다”면서 “법원의 무죄·면소 선고를 환영한다”고 밝혔다.

이어 단체는 “법원의 무죄선고는 5명 피해자가 35여년간 겪은 고통과 아픔에 대한 근본적인 위로가 될 수는 없을 것”이라며 “법원의 무죄·면소선고는 어떠한 이름의 국가폭력도 용납할 수 없다는 교훈으로 남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단체는 또 “당시 정권과 공권력이 1년간 74만여명을 수사하는 과정에 고문과 불법 구금, 자백 강요 등을 일삼은 대표적 인권침해 사건”이라고 평가하고 “74만여명 시민에게 가해진 국가 폭력에 대한 진상 규명과 피해자 치유, 재발 방지라는 과제가 남아 있다”며 정부에 후속 조치를 촉구했다.

김종현·정은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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