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커’ 삐뚤어진 세상이 만들어낸 괴물
‘조커’ 삐뚤어진 세상이 만들어낸 괴물
  • 배수경
  • 승인 2019.10.03 21:2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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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아킨 피닉스 주연
악당 ‘조커’ 탄생 서사 포커스
행복한 적 없는 외로운 광대
그를 조롱하는 부도덕한 사회
코믹스영화 최초 황금사자상
조커-1
 



시도 때도 없이 웃는 병을 앓고 있는 아서. 그의 웃음은 웃음이 아니다. 입을 앙다물고 팔로 필사적으로 막아도 자꾸만 터져나오는 웃음은 어쩌면 울음과 같은 의미일지도 모른다. 엄마는 아들이 늘 행복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그를 ‘해피’라 부른다. 그렇지만 아서는 웃는 얼굴과는 달리 한 번도 행복해 본 적이 없는 인물이다. 그런 그가 배트맨의 숙적, 조커와 같은 인물이라니... 그에게 무슨 일이 벌어진 걸까? 악당 조커의 탄생 서사를 다룬 영화 ‘조커’가 2일 개봉했다.

병든 노모를 모시고 살며 코미디언을 꿈꾸는 광대 아서. 그렇지만 세상은 그의 꿈을 철저하게 짓밟고 조롱한다. 그러던 어느날, 얼떨결에 저지른 살인 이후, 존재감 없던 그가 주목을 받기 시작한다. 광대 얼굴이라는 익명성 뒤에 숨어 사람들 역시 자신들의 분노를 폭발시킨다.

“내 인생이 비극이라고 생각했어. 하지만 생각해보니 코미디야”

그의 광기어린 눈빛과 웃음소리는 전율을 불러 일으키며 관객을 스크린에서 눈을 떼지 못하도록 몰입시킨다. 음악도 한몫 거든다. 호아킨 피닉스는 이 영화를 위해 무려 23kg를 감량했다고 전해진다. 영화 ‘그녀’의 테오도르와 같은 사람이라는 것이 믿기지 않을 정도다. 뼈만 남은 앙상한 그의 몸은 그 자체로 아서 혹은 조커의 감정을 전달하는 도구가 된다.

아서가 힘겹게 오르는 까마득한 계단은 마치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을 연상시킨다. 어느 날, 우아한 춤사위를 선보이며 날듯이 계단을 뛰어내려오는 장면은 명장면으로 꼽을 만하다. 그는 영화 속에서 종종 느린 춤사위를 선보인다. 살인을 저지른 후 뛰어든 화장실에서 보여준 그의 몸짓은 마치 내면에 숨어있는 조커를 불러내는 듯하다. 얼핏 보기에는 맥락없어 보이지만 가슴 저릿해지는 처연함이 전해진다.

고담시, 아캄 병원, 웨인 일가 등이 배트맨 시리즈와의 연결고리가 있음을 알려줄 뿐 ‘조커’는 히어로 영화라기 보다는 조커라는 인물의 탄생에 포커스를 두고 있다. 원작만화의 내용에는 없는 새로운 조커의 기원이다. 그간 우리에게 조커는 히스 레저와 거의 동의어로 여겨졌다면 이제는 조커 옆에 호아킨 파닉스라는 이름을 함께 올려놔도 좋을 듯하다.

폭력과 범죄의 정당화라는 논란은 영화의 작품성과는 별개의 문제다. 총기소지가 비교적 자유로운 미국에서는 모방범죄를 우려해서 극장 앞 순찰을 강화한다는 뉴스도 들린다.

조커는 어쩌면 인간에 대한 존중과 예의가 사라진 사회가 만들어낸 괴물인지도 모른다. 지금도 어딘가에서 또 다른 조커가 탄생하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두려움도 지나친 비약은 아닐터.

그의 웃음 뒤에 가리워진 상처를 보듬어 주고 그의 이야기에 귀 기울여주는 누군가가 있었다면 조커는 우리 곁에 나타나지 않았을 지도 모른다는 안타까움 역시 마음 속을 맴돈다.

영화 ‘조커’는 DC와 마블을 통틀어 코믹스 영화 사상 최초의 베니스국제영화제 경쟁부문 초청작이면서 동시에 황금사자상 수상의 영예까지 거머쥔 작품이라 개봉 전부터 기대를 불러일으켰다. 개봉 첫날 예매율이 무려 60%에 이르렀던 ‘조커’는 관람객들의 호평이 이어지며 당분간은 독주를 할 것으로 보인다.

골든글로브, 베니스, 칸 등 세계 유수의 영화제에서 남우주연상을 수상했던 호아킨 피닉스에게 ‘조커’가 아카데미 남우주연상을 안겨줄 거라는 기대감 역시 커지고 있다.

배수경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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