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에는 밤이 없다
비 오고 어두워도 변소각시가 없다
꽃나무도 잠든 새벽 뒷간 길
누가 마당 반쪽만 하얗게 칠해놓았나
하늘에는 음력 25일 하현달
여기 하나 저기 하나 밤새우고 연달아 하품하는 별
자세히 보면 얼기설기 빨랫줄 그림자에
둥그런 내 머리, 그림자 놀이 하던 내 손가락
옆집 불이 그늘진 유리창에 기어오르고
달빛은 마당에 내려앉은 불빛을 쓰다듬는다
달빛이 쓰다듬는 고운 손을 보고 싶다
고운 사람 가슴에 달빛을 담아주고 싶다
달빛에 입맞춤 나가자고 집사람을 깨우니
잠이 안 오면 숫자나 세어라, 돌아눕는다
어두울수록 소곤소곤 가까이 오던 별
개골개골 첨벙 논둑길 따라오던 달
밤이 없어도 달이 있구나
세월이 흘러도 별이 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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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호: 솔숲 경북 경주시 출생, 자유문예 작가협회 부산경남지회장, (사)한국문인협회 부산지부 회원, 소로문학골 소로 동인, 소로문학 자문위원, (사)한국육필문인협회 회원, 청옥문학예술인회 회원, 시집: 내 발에 맞는 신이 없다
어린 시절 시골에서 자란 이력이 있는 사람만이 이해 할 수 있는 시다. 밤이 무섭고 커다란 단지 묻어서 만든, 문이라곤 가마니 한 장 달랑 매달아 놓은 변소가 두려웠다. 하지만 부드러운 달빛과 무수히 쏟아지던 별빛들, 공해에 찌든 도시인들에겐 더 이상 두려운 밤도 별들의 이야기도 없으며 일상에 지친 이들에겐 낭만도 사치다. 하지만 밤도 별도 그 어린 날의 뇌리에 아름다운 추억으로 각인이 되어버렸다.
- 해설: 김연창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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