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통
고통
  • 승인 2019.10.08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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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를 저어 강을 거슬러 오르라

붉은 장미와 넝쿨이 불타는 향기에 순응하여 문을 열고



노를 저어 오르면 천개의 손들이 어루만지는 장미의 가시

물결을 열고 닫으려는 팔뚝은

문을 열고 닫는 규칙을 안으로만 가두려는 몸통의 습관

푸른 골판지를 접었다가 펼쳐 놓으면 일렁거리는 물결



그러나 낮과 밤은 서로 다른 출구

바다는 두 개의 본질을 담아내는 그릇

넝쿨 아래는 선혈이 괴고



발목이 빠져 드는 갯벌의 속성에

이제 나는

더듬이가 눈이나 귀보다 더 발달한 나이

어젯밤에도

노를 놓친 몸통이 급류에 휘말렸다





◇홍성은= 1963년 강원 태백출생. 한국방송통신대학교 국어국문학 전공, 대구,경북지역대학 반월문학상 대상 수상(10)


<해설> 배가 순항만 하면 얼마나 좋을까? 가다가 길도 잃고, 심한 파도에 춤도 추고, 암초에도 부딪히며 나아가는 게 다반사인 것. 나의 의지와 다르게 벌어지는 일들도, 몸에 밴 행동으로 쉽게 해결하고 싶은 마음, 그러나 뜻대로 되지 않아 몸과 마음의 골은 깊어진다. 하지만 그 고통 속에서 선혈의 꽃이 피어나도 여태껏 잘 버텨온 지혜로움이 있기에 놓친 노를 다시 잡을 수 있을 것이다.

-김인강(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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