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의 생각 읽기
대통령의 생각 읽기
  • 승인 2019.10.09 2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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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복 영진전문대학교 명예교수 지방자치연구소장
김진복 영진전문대학교 명예교수 지방자치연구소장
“서울 안가십니까” 같은 라인 옆집에 사는 아주머니가 말을 건넨다. 초등학교 교사로 퇴직한 분이다. 10월 3일 시국집회에 안가느냐고 묻는 말인데 예사로 들리지 않고 전에 없이 괜히 미안한 생각이 든다. 그 하루 전에도 사우나에서 자주 만나는 점잖은 분이 흘러가듯 같은 말을 했다. 지방에서도 상경하는 사람들이 꽤 많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태풍에 호우가 온다고 해서 ‘광화문 집회’에 김이 빠져서는 안 된다는 생각이 퍼뜩 들었다. 진보성향 사람들은 비가 와 주기를 바랐을지도 모른다. 크리스천들은 나라가 어려울 때마다 기도한다. 광화문 집회는 실제로 한기총회장 전광훈 목사가 주도했지만 여러 단체, 일부 정치집단들과 뒤섞여 주최 측의 이름이 잘 드러나지 않았다. 개천절 날 보수집회는 그 며칠 전 서초동의 진보집회 때 보다 많이 모였다고 한다. 이에 질세라 진보측은 10월5일 많은 사람들을 모이게 했다. 어제 한글날에는 또 보수 측이 대대적 집회를 열었다. 2백만이다, 3백만이다 하면서 모인 사람의 숫자를 놓고 양 편은 힘을 과시하고 있다. 사람들을 동원했다느니 아니다 라고 하면서 여당과 제1야당은 제 편 인양 실랑이를 벌인다.

정치에서 숫자놀음은 어리석은 짓이다. 겉으로 보수는 조국퇴진, 진보는 검찰개혁을 주장하고 있지만 그 실상 깊숙이 정치적 이념이 있다. 대통령은 이 사태를 국론분열이 아니고 민주주의 국가에서 있을 수 있는 일이라면서 검찰개혁에 대한 국민의 열망이라고 포장한다.

대통령의 깊은 속셈은 무엇일까. 대통령이 조국장관을 임명하지 않았다면 나라가 이렇게 두 동강 나고 국민갈등이 심화되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는 왜 국민들이 원하지 않는 길을 가고 있을까. 조장관이 아니면 검찰개혁을 할 수 없다는 단순 생각 외에 우리들이 모르는 다른 무엇이 있지 않을까 의아심을 갖게 한다. 대통령은 자기인기도와 여당에 대한 지지도에 아주 민감하다. 큰 변화 없이 계속 적정선을 유지해 왔지만 조국 사태이후 그 지지도는 조금씩 하향성을 보이고 있다.

최근 문대통령에 대한 국정운영 여론조사에서 ‘잘하고 있다 32.4%, 잘못하고 있다 49.3%, 모르겠다 18.3%’로 나타났다. 취임 후 국정운영지지율이 최저다. 민주당의 지지도 역시 40% 이하로 하강이다. 대통령은 국가의 원수이자 행정권의 수반이다. 검찰에 대한 지시는 행정부의 수반 입장에서 하는 것이지만 삼권분립 체제에서 대통령은 국가원수의 위치에 있으므로 지나치게 행정권에만 집착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국가 원수로서 대통령은 통치력을 국민통합에 맞춰야 한다.

하지만 문대통령은 작심한 듯 국민 편 가르기를 하고 있다. 대통령과 측근들은 국민들의 40%는 고정적으로 그들 편이라고 생각하고 있는 것 같다. 그 안에는 20대가 다수 포함되어 있다. 젊은이들은 사회변혁을 추구하지만 국가이념 등 정치에 관해서는 무관심하고 무지한 편이다. 중·고교에서 민주주의와 그 상반되는 이념과 가치 교육을 잘 받지 못한 것이 원인이다. 따라서 국가경영에 대한 비전과 사리 판단이 어둡고 개혁을 앞세우는 직업 정치꾼이나 이념단체의 달콤한 유혹에 쉽게 끌린다. 문 대통령의 정치적 겉모습을 보면 나름의 북한과의 관계유지, 빈번한 외국방문, 기존 외교관계의 변화, 자유자본주의의 점진적 개편, 총선 승리와 정권의 지속적 연장 등 보통사람들의 생각과 동떨어진 이념정치에 몰두하고 있다. 깨어 있는 국민들은 대통령의 궁극적 정치철학이 무엇인지 지레 짐작한다.

대통령은 취임 때부터 지금까지 언행이 일치하지 않는 일을 예사로 하고 있다. 다시 말하지만 진보·보수의 숫자 싸움은 실익이 없는 낭비적 정치적 쇼다. 어느 숫자에든 허수가 있는데 이 같은 군중의 수는 더더욱 심하다. 숫자가 문제가 아니라 그 많은 국민들이 지방에서 어렵게 올라와 목청을 높이는 이유가 뭔지 생각해 봐야 한다. 대통령은 검찰개혁의 외침이라고 얼버무리고 있지만 대통령 하야라는 뼈 있는 말들이 이곳저곳에서 불거나오는 것을 상기해야 한다.

조국문제가 절차대로 해결되기를 바란다고 하는 것은 그를 끝까지 지키겠다는 말이란 것을 국민들은 다 안다. 어떤 유명기자는 광화문 보수모임에서 참석자 연령대가 낮아졌고 특히 주부가 눈에 띄게 많았다고 했다. 문 대통령이 귀담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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