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선가 마주친 것 같은 상상 속 인물
어디선가 마주친 것 같은 상상 속 인물
  • 황인옥
  • 승인 2019.10.10 21: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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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원화랑 장경국 ‘온스테이지’展
과거·미래 사이 존재할 법한
부조리한 현실 속 인간 군상
몽상화로 모호하게 담아내
장경국-낙타의등
장경국 작 ‘낙타의 등’.
 
장경국-화가의방-2
장경국 작 ‘화가의 방’.
 
장경국-몽상(소년과새)
장경국 작 ‘몽상(소년과새)’.




작가 장경국의 작품을 마주하면 혼돈에 빠진다. 신체성과 관념성 둘 중 어느 쪽인지 헷갈리기 때문이다. 일단 살아 꿈틀대는 붓 터치, 코끝을 파고드는 물감의 물성, 평면 특유의 질감 등에서 오는 첫인상은 ‘신체성’이다. 정신에서 삶의 가치를 찾기보다 신체로부터 배어나오는 노동에서 존재의 본질을 발견하려는 시도가 읽힌다. 하지만 해부학적인 비상적인 비율과 일그러진 포즈에까지 눈길이 머물면 고개가 갸웃해진다. 작가의 내면에서 소용돌이치는 ‘치열한 그 무엇’을 감지하기 때문. 신체성에 기대었던 첫인상에 대한 믿음에 균열이 가는 시점이다. 그때 작가가 의중을 드러냈다. “저는 관념 속 이미지를 그리고 있어요.”

장경국이 최근 동원화랑에서 개인전을 시작했지만 동료 작가들에게 조차 그는 희미한 존재다. 작가가 2007년 대구문화예술회관 ‘올해의 청년작가’ 선정과 개인전 개최 이후 전시장에서 종적을 감췄기 때문이다. 동원화랑 전시는 첫 개인전 이후 13년 만이다. 지금까지 여섯 번의 그룹전과 단 한 번의 개인전을 개최 한 것이 그의 이력의 전부다. 작업 기간이 25년인 점을 감안하면 언뜻 이해되지 않는 기록이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은둔형 작가라는 수식어가 붙어 다닐만 하다. 하지만 그는 은둔이라는 단어에 억울하다는 늬앙스의 이야기를 했다.

“작품을 옆에 두고 보면 만족스럽지 않았어요. 다시 그리면 더 잘 것 같았죠. 그런 상황이 계속 반복된 겁니다.”


 1990년대부터 2017년까지 제작된 작품 중에서 현재 남아있는 것은 단 10점 뿐이다. 작품이 마음에 들지 않을 경우 가차없이 파기하는 작가의 완벽주의의 결과다. 그는 "작업이 부질없어" 파기했다고 하지만 누가 봐도 완벽주의적 태도의 발로로 보인다. 완벽주의자는 상대방에게조차 완벽함을 강요할 수 있어서 기피대상일 수 있다. 

그런데 작가 장경국에게는 좀 다른 잣대를 적용하고 싶어졌다. 작품성을 논외로 하더라도 작품성을 향한 그의 고집 만큼은 인정해야 할 것 같았다. 완벽함에 대한 믿음이 강할수록 그에 비례해 작품성이 좋아질 개연성도 높아지기 때문이다.  “전시 행위 자체도 부질없고 스스로 만족하지 못하는 작품을 전시장에 내놓는 행위도 용납이 되지 않아 남아있는 작품이 몇 점 없어요.”

그림 속 대상은 주로 인간이다. 이번 전시에 소개하는 20여 점도 인물화가 주를 이룬다. 수많은 대상 중에 인물인 것에 사족을 달 이유는 없다. 수많은 작가들이 인물을 그려왔기 때문. 하지만 비현실적인 포즈나 비율이 맞지 않는 구도 등은 장경국 인물의 특수 형질에 해당된다. 작가가 “상상 속 인물”이라는 설명을 덧붙이자 조금은 고개가 끄덕여졌다. “몽상으로 만들어진 제3의 인물이에요. 일종의 ‘몽상화(夢想畵)’죠.”

어린시절부터 인간과 세상에 대한 관심이 남달랐다. 그 배경이 딱 꼬집어 ‘이거’라고 확정짓지 않았지만 작가가 힌트 하나는 던졌다. 만성투통 이야기기였다. 작가가 초등학교 입학 전인 6살 때부터 두통이 시작됐다. 지금까지도 두통은 그를 괴롭히고 있다. 당시 어린 장경국은 “고통은 누구와 나눌 수 없는 것”임을 일찍 깨달았고, 그때부터 ‘나’와 ‘너’, ‘우리’에 대한 사유가 시작됐다. “초등학교 때가 혼자 생각에 빠져 있던 때라면, 중학교 시기는 구체적으로 철학책을 섭렵하며 세상에 대한 공부를 하게 됐어요. 그런 태도는 지금도 계속되고 있죠.”

작품 속 인물에서 그가 풀어내는 세상이 아름답지만은 않음을 짐작한다. 화폭 속에 불편한 감정선들이 요소요소에서 툭툭 튀어 오른다. 부조리한 현실에 대한 작가적 성찰이 인물화에 오롯이 반영된 까닭이다. 이러한 태도는 거의 모든 작품들에서 드러난다.

 

상체와 하체 사이에 교묘하게 손과 방망이를 위치시켜 모호하게 표현한 작품명 ‘무용수(만년 엑스트라)’와 바닥에 벗어놓은 토슈즈가 쇼파에 웅크리고 있는 무용수의 발보다 한참 적어 보이는 작품 ‘무용수(만년 엑스트라)’에는 불완전한 삶에 갇힌 인간에 대한 연민이 배어있다.  또 덩치 큰 딸을 어깨 위로 떠받치고 있는 굽어진 허리를 한 아버지의 손에서 피가 흐르는 작품 ‘가족’과 남자가 등 위에 마치 부처처럼 보이는 사람을 업고 있는 ‘낙타의 등’에서는 결코 포기하지 못하는 인간의 가족이나 종교에 대한 관념이 스민다.

“비록 허구의 인물이지만 완전한 허구는 존재할 수 없겠죠. 과거와 미래 그 사이 어느 지점에 분명 존재할 법하죠. 관객들 역시 제가 만들어 놓은 상상 속 인물을 통해 실존적 인물을 만나기를 바래요.” 최근 1~2년 사이에 제작한 작품 20여점을 소개하는 장경국 동원화랑 ‘온스테이지(Onstage)’전은 25일까지. 053- 423-1300.




황인옥기자 hio@idaeg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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