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서양 파도·절벽 해안·수백마리 펭귄…그림 같은 하루
대서양 파도·절벽 해안·수백마리 펭귄…그림 같은 하루
  • 박윤수
  • 승인 2019.10.10 21:2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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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아공 최고 드라이브 코스
산절벽 깎아 만든 ‘채프먼스’
바다 향해 있어 풍경 한눈에
자카스 펭귄 있는 볼더스 비치
산책로 걷거나 배 타고 관찰
높은 산봉우리 떠올렸는데
아파트 5층 높이의 희망봉
낮은데 희망 두라는 뜻일까
망설였던 7개국 여행, 피부색만 달랐지 이웃 같아
케이프-희망봉산책로
케이프-희망봉 산책로.

 

[박윤수의 길따라 세계로] 아프리카<22·끝> - 남아프리카공화국 6


어느덧 7일째 아침, 날씨는 맑음, 케이프타운 여행의 대미를 장식할 희망봉(Cape Of Good Hope)을 가는 날이다. 버스투어를 하지 않고 현지가이드로 활동하고 있는 양사장의 차를 이용한 개별투어를 하기로 했다. 숙소를 출발하여 도심을 거쳐 빅토리아로드를 따라 캠스베이(Camps Bay), 호ŸW베이(Hout Bay)를 지나, 세계적으로 유명한 드라이브 코스인 채프먼스 피크드라이브(Chapman’s Peak Drive), 자카스펭귄이 있는 시몬스타운의 볼더스비치를 거쳐 케이프포인트로 가기로 했다. 케이프반도 국립공원의 아름다운 풍광과 대서양 해안도로의 절경을 제대로 즐기려고 한다.

채프먼스피크드라이브1
자연의 창조물에 인간의 기술이 가미된 채프먼스 피크드라이브.


 


케이프타운 시내에서 희망봉까지는 약 55㎞, 그리 먼 거리는 아니지만, 가는 길 곳곳의 아름다운 풍경을 즐기며 사진을 찍느라 자주 멈추다 보니 시간이 많이 걸렸다. 숙소를 떠난 우리는 한시간여을 달려 채프먼스 피크드라이브에 들어선다. 호ŸW베이~희망봉으로 이동하는 11km 길이의 산 절벽을 깎아 만든 유료도로로, 위대한 자연의 창조물에 인간의 기술이 가미된 길이다. 바닷가로 향한 벽을 열어 놓은 굴을 만들고, 어떤 곳은 캔틸레버식으로 기둥없는 지붕구조로 아찔하고, 스릴 만점 해안 절경을 보여주는 남아프리카 공화국 최고의 드라이브코스로 알려져 있다. 특히 대형버스들은 다닐 수가 없는, 곡선이 심하고 도로폭이 좁아 소형차들도 교행에 조심해야 하는 곳도 있다. 전망대에 주차하여 멋진 풍광을 카메라에 담아 본다. 케이프반도의 산맥의 초록색깔 배경으로 짙은 코발트색 바다와 어우러져 호ŸW베이와 물개섬이 한눈에 들어오는 풍광은 한 폭의 그림같다.

채프먼스피크의 뷰 포인트에서 인증샷도 찍고 전망대도 올라가 본다. 아름다운 전망대 아래에서는 한 무리의 모델들이 작품사진을 찍고 있다.

 

펭귄비치

펭귄비치.

 



채프먼스피크드라이브를 지나 M65번 길을 따라 미스티클리프(Misty Cliffs)의 조용하고 수려한 해안선을 끼고 있는 별장지대의 전망대에 서서 해변 모래사장에 밀려드는 대서양의 하얀 파도포말을 지켜본다. M4번 길을 거쳐 케이프타운 중심에서 30km거리의 시몬스타운의 펭귄비치(Boulders Beach)로 향했다.

이곳에 사는 펭귄의 정식명칭은 아프리카(자카스)펭귄으로 오직 아프리카에서만 산다. 키 평균 50cm, 몸무게 3.3kg 가량으로 작은 축에 속하는 줄무늬 펭귄으로 볼더스비치에 약3천마리가 서식하며 아프리카 남서부 해안을 따라 나미비아 해안까지 살고 있다. 볼더스비치의 나무로 만든 데크길에 들어서자마자 환호성이 터졌다. 수백 마리의 아프리카 펭귄이 손을 뻗으면 닿을 거리에 둥지를 틀어, 솜틀이 보송보송한 새끼들을 보살피기도 하며 혹은 일광욕을 즐기고 있었다.

아프리카의 뜨거운 햇살 아래 바다에서 먹이 활동을 하는 놈부터 수영을 마치고 뒤뚱 뒤뚱 걸어 보금자리로 돌아오는 놈, 햇볕아래 몸을 말리느라 두팔을 펴고 가만히 서 있는 어미펭귄들과 솜털로 뒤덮힌 새끼펭귄들은 크기가 별차이 없이 귀엽다. 볼더스비치는 테이블마운틴 국립공원에 속한 화강암과 모래로 이루어져 있는 해변으로 아프리칸펭귄의 보호구역이기도 하다. 사람들의 수영은 금지되어 있고, 해변 위로 정리된 산책로로만 걸으며 펭귄을 볼 수 있으며, 배를 타고 펭귄들이 수영하는 바다에서 관찰할 수 있는 프로그램도 있다.

펭귄은 한 번 만난 배우자와 평생을 함께 하며 1년에 약 2차례 알을 1~2개정도 부화하며 수컷이 새끼를 돌보면 암컷이 고기를 잡아오고 다음날 교대하는 습성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부부애가 좋아 짝이 먼저 죽으면 남은 생은 홀로 보내다 죽는다고도 한다. 펭귄이 추운 나라에서만 서식한다는 고정관념을 완전히 깨버리는 볼더스 비치, 더운 기온에도 불구하고 놀랍도록 적응하며 살아가고 있는 자카스 펭귄은 10~20도 정도의 따뜻한 해류에서 서식하는 펭귄으로 남극의 펭귄과는 다른 종이다.

볼더스비치의 펭귄둥지를 나와 주차장옆 해변가에서 준비해간 점심을 먹었다. 해안의 바위사이로 펭귄부부가 수영도 하고 바위위로 올라와 해바라기를 하고 있다. 가까이 가도 신경을 안쓰고 눈을 감은 채 가만히 누워 있다. 특별하게 구역을 정하지 않고 사람들이 사는 인근 바다의 해변을 자유롭게 헤엄치며 노닐고 있다.

점심을 마치고 이제 오늘의 하이라이트인 희망봉으로 출발한다. 반도의 끝 인양 세찬바람의 영향으로 키가 큰 나무들은 볼 수 없고 얕은 나무들과 초원으로 이어진 길을 십여분 달리니 드디어 케이프포인트 국립공원입구의 두 갈래 길이 나타난다. 왼쪽 길은 케이프포인트(Cape Point)를 가는 길이고 오른쪽은 희망봉을 가는 길이다.

먼저 케이프포인트로 향했다. 케이프포인트 주차장에 주차를 하고 입장료를 내고 등대로 향한다. 올라가는 경사 급한 언덕길에는 후니쿨라 (Funicular:궤도케이블카)가 있다. 별도 요금을 주고 케이블카를 타고 케이프등대에 오른다. 케이프포인트 위치는 남위 35도 21분 24초, 동경 18도 29분 51초, 등대의 앞마당에 서있는 각 나라로의 이정표는 세계 주요 도시들과의 거리와 방향을 알려주어 여행자들에게 새로운 여행의 세계로 안내한다.

등대의 하얀 벽에는 이곳을 방문한 관광객들이 남긴 메모들로 가득하다. 이제는 운영 중단된 케이프등대를 지나 새로이 운영하는 등대 쪽으로 가본다. 낭떠러지 절벽 끝의 등대야 말로 이곳의 상징이고 현재 케이프반도를 오가는 배들의 길잡이를 해 준다.

다시 케이프등대로 돌아와 그곳에서 걸어서 희망봉까지 가기로 했다. 케이프 포인트에서 남서쪽 끝 희망봉 표지판까지 약 한 시간 정도의 잘 정리 되어 있는 산책로가 있다. 이곳을 걷는다는 가슴 벅찬 마음과 아름답고 경이로운 해안선과 절벽 그리고 대서양의 세찬 바람과 공기 등 꿈꾸어 오던 환상의 그림 속에 내가 풍경의 하나 됨을 느낄 수 있다. 말없이 이순간을 즐기면서 잘 정리된 산책로를 따라가다 뒤 돌아보면 케이프포인트의 등대 절벽해안의 숨막히는 절경도 볼 수 있다. 케이프포인트와 희망봉 사이에는 수영을 할 수 있는 붉은 모래의 디아스해변(Dias Beach)이 있고 걷는 길의 돌들은 옅은 붉은색을 띠고 있다. 천천히 걸어 서쪽으로 가면 드디어 희망봉이라는 표지가 보인다. 봉우리가 아닌 주차장 옆 해안평지에 입간판이 서있다.

희망봉 , 1488년 포르트갈 항해사 바르톨로뮤 디아즈가 인도를 찾아 나섰다가 최초로 이곳을 발견, 그후 바스코 다 가마가 인도 항로를 개척한 역사적인 장소이다. 사나운 바다와 곳곳에 산재한 암초 때문에 당초에는 폭풍의 곶(Cape of Storms)이라고 불렸으나 1497년 포르투갈국왕이 희망의 곶으로 이름을 바꾸었다고한다. 많은 사람들이 케이프포인트에서 걸어서, 혹은 차량으로 이곳에 와서 희망봉 표지판(최남서단)앞에 서서 기념촬영을 하기 바쁘다.

희망봉이란 이름 때문에 높은 산봉우리가 바다에 서 있을 것으로 생각했지만 그곳에서 본 것은 생각해 왔던 것과는 달랐다. 실제로는 봉우리가 아닌 20m쯤 됨직한, 아파트 5층 높이의 해안절벽(Cape Maclear)에서 서쪽으로 내려다 보이는 해수면의 무수한 암초들 일뿐이다. 왜 ‘봉(峰)’으로 이름 지어진 것 일까 궁금하다. ‘케이프(Cape)’라는 단어는 봉우리가 아니라 육지에서 바다로 비교적 뾰족한 모양으로 돌출된 땅을 가리키는 말이다.

우리나라에도 북한 황해도의 장연반도 말단부, 백령도 앞바다에 위치한 장산곶과 경상북도 포항시 구룡반도 끝에 있어 매년 첫 해맞이 행사를 하는 호미곶 등이 있다. 특히 포르투갈에 있는 대서양 연안의 곶(串)으로 “여기에서 땅이 끝나고 바다가 시작된다(Onde a terra se acaba e o mar comeca)”는 구절이 새겨져 있는 십자가가 있는 유라시아 대륙의 가장 서쪽 끝 지점으로 유명한 호카곶(Cape Roca, Cabo Da Roca)도 있다. 그 곳 또한 높은 대서양의 절벽에 있지만 호카봉으로는 부르지 않는다. 따라서 희망봉은 ‘희망곶’으로 번역하는 것이 옳다는 생각이지만 한자어로 옮기면서 원래 좋은 바램이란 누구나 바라볼 수 있는 높은 곳에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 이가 희망봉이라 지었을 수도 있었겠다는 생각이 든다. 희망봉의 돌 하나를 집어 들어 주머니에 넣었다.

희망봉을 돌아 숙소로 오는 길, 오후 햇빛을 받는 풍경이 아침보다 좋다고 하여 다시 채프먼스 피크드라이브를 들러서 가기로 했다. 돌아오는 길, 석양이 대서양의 거친바다로 떨어지는 순간의 붉게 물들어 가는 하늘을 보며 천천히 드라이빙을 한다. 어느덧 도심을 벗어나 숙소로 달린다. 가로등 불빛이 하나 둘 밝아올 즈음 숙소에 도착했다. 오늘은 랍스터로 저녁을 준비해 놓으셨다. 며칠 사이 매일 저녁을 같이하며 년배가 비슷한 부사장님과 사모님과의 대화는 살아온 이야기이며 살아갈 이야기들로 너무 즐겁다.

늦은 저녁 후 방으로 돌아와 귀국 짐 정리를 한다. 여행을 끝내며 가지고 간 옷가지들을 몇 벌 정리해서 현지인들에게 기증할 것은 따로 빼놓고 짐을 꾸렸다. 민박집 사모님께서 잘 갈무리해서 봉사단체를 통해 필요한 현지인들에게 나누어 준다고 한다. 귀국 비행기를 타는 아침, 일찍 눈을 떠서 집밖으로 나가 본다. 만감이 교차한다. 민박집에서 정성스럽게 준비해 준 아침을 먹고 느긋하게 공항으로 출발한다. 마침 케이프탐나 민박의 새로운 손님이 오셔서 픽업을 하러 가신다며 고맙게도 공항까지 센딩을 해 주셨다. 마지막까지 배려해 주심에 진심 감사하다.

한국으로 향하는 귀국편 에티오피아 항공에 체크인 후 공항 내의 Prioty lounge에서 간단하게 점심을 먹고 15시45분 ET846편으로 케이프타운 공항을 출발한다. 케이프타운~아디스아바바는 적도를 지나는 약6천km의 거리이다. 6시간30분이 걸려 현지시각 22시10분 아아디스아바바 도착했다. 1시간을 기다려 23시15분 ET672편을 타고 ADD를 출발 인천까지 약 1만km , 11시간30분을 비행하여 무사히 귀가했다.

조금은 두려움이 앞선 여행이었다. 미지의 세계, 왠지 우리가 사는 사회하고는 다르다는 생각에 망설여지는 길이었다. 여행을 마치고 귀국비행기에서 곰곰이 생각해본다. 피부색이 다르고, 문화가 다르고, 사는 방법이 조금 다를 뿐 평범한 우리들의 이웃들이 사는 곳이었다. 물론 빈부의 격차로 삶의 질이 차이를 보일 수도 있지만 생활의 만족감, 행복지수는 다를 바가 없는 듯 하다. 광활한 자연환경 무진장한 지하부존자원 그리고 지구상에서 보기 힘든 아프리카만의 관광자원 등 조금씩 정치적 안정을 찾아가며 더 나은 삶으로 나아가는 역동성을 기대해 본다.

채 40일이 안되는 여행기간으로 지구상의 제일 넓은 대륙을 종단하며 아프리카의54개국 중 7개 나라를 다녔다. 그마져저 제대로 가보지 못한 곳이 더 많으며 유명하다는 관광지도 못 들른 곳도 많았다. 한정된 시간의 제약 속에 많은 곳을 둘러보는 것 보다는 집중해서 보자는 생각으로 다녔지만 힘들게 찾아간 곳에서 여의치 않게 병을 얻어 문 앞까지는 갔지만 들어 가보지 못한 곳도 있었다. 그래서인지 아프리카대륙의 자유여행은 더욱 더 조심스럽다. 여행이라는 것이 선택이라고 생각된다. 거주하는 것이 아닌 이상 그곳의 생활상을 속속들이 알 수 없듯이 여행자들이 피부로 체감하는 여행지의 모습도 또한 그네들 힘든 삶의 한 부분일 것이다. 그러나 아프리카는 무지개 빛을 가진 희망의 대륙인 것만은 분명하다. 선진국의 국민들이 늙어 갈 때 아프리카는 청년들의 나라로 우뚝서리라고 생각된다.



[연재를 마치며]

자유여행의 흔적을 신문에 연재하기 시작한지 어느덧 14개월이 훌쩍 지나버렸다. 때로는 힘들고, 시간에 쫓겨 제대로 깔끔하게 된 내용으로 전달하지 못한 경우도 있었다. 이제 잠시 쉬어갈 때가 된 듯하다. 아직도 다 풀지 못한 보름 내외로 다녀온 동서양이 공존하는, 각종 영화의 배경으로 많이 나오는 터키와 가우디와 플라멘코, 축구의 나라 스페인의 자유여행, 그리고 18일간의 지구안의 또 다른 행성인 아이슬란드 캠핑여행, 뉴욕타임즈에서 죽기 전에 꼭 가봐야 할 나라 1위로 선정한 라오스의 25일 종단여행 등 자료가 정리되는데로 또 한번 지면으로 볼 날을 기다린다.

겨울의 끝자락에 출발해서 따뜻한 봄에 돌아오는 여정으로, 마야문명의 심장인 멕시코와 체게바라의 숨결이 살아 있고, 헤밍웨이가 사랑했던 쿠바, 파나마운하의 나라 파나마, 은퇴한 사람들이 살기 좋은 나라들인 코스타리카, 니카라과, 엘살바도르, 온두라스, 과테말라, 벨리즈를 아우르는 중미 9개국의 40일간 길따라 세계로의 자유여행 계획을 세워 본다.

또 다른 세계의 문 앞에 서서 지구상의 무수한 길을 따라 그들의 삶으로 떠나고자 한다.


<여행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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