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 숲 그리고 자연이야기] ‘디스트레스’ 날리고 싶다면…숲에 안겨보세요
[나무, 숲 그리고 자연이야기] ‘디스트레스’ 날리고 싶다면…숲에 안겨보세요
  • 임종택
  • 승인 2019.10.20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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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의 원초적 고향
나뭇잎의 끊임없는 몸짓과
파란하늘 아래 바람의 속삭임
졸졸 흐르는 계곡 물소리 등
어머니 같은 평화 느껴져
피톤치드로 면역력 강화도
‘치유의 숲’서 진정한 치유를
전국 23개 운영·30개 신규조성
비슬산산림치유모습
이제 숲은 치유와 체험 그리고 교육의 산실이 되고 있다. 비슬산산림치유 모습.
 
백두대간수목원다스림
숲은 치유와 체험 그리고 교육의 산실이 되고 있다. 풍성한 숲으로 뒤덮힌 숲속을 거니는 것만으로도 위안이 된다. 사진은 백두대간수목원 국립산림치유원 다스림의 모습.

 

나무, 숲 그리고 자연이야기 - (12) 숲은 생명이자 치유의 어머니

현대인은 다양한 관계와 관계 속에서 온갖 스트레스에 직면하면서 살아간다.

‘스트레스’는 원래 생물학적 용어로 쓰였다고 한다. 생명체가 스트레스를 받을 때 생리적으로 반응하는 생존수단이라는 것이다. 자신의 신체를 방어하기 위한 생물학적 몸의 기작(반응)이라는 말이다. 그래서 스트레스라고 모두 나쁜 것은 아니며 자신의 방어수단으로 사용되고 갑작스런 위협을 받거나 위험한 순간에 처하게 되면 순간적으로 자신을 방어하여 생명을 보존하는 정신 신체적 반응으로 볼 수 있다.

그래서 좋은 스트레스를 ‘유스트레스(eustress)’, 나쁜 스트레스를 ‘디스트레스(distress)’라고 부른다. 좋은 스트레스의 경우는 다양하다. 결혼식 행진을 앞둔 신랑 신부의 두근거리는 마음은 좋은 스트레스로 작용한다. 또 미술작품 응모에 당선되어 기쁨에 차 쿵쾅거리는 마음도 좋은 스트레스에 해당된다. 하지만 현대인의 스트레스는 사회활동 속의 인간관계에서 오는 경우가 많고 매우 크다고 볼 수 있다.

예를 들면 직장에서의 음모나 따돌림, 편가르기 등 알면서도 당해야 하는 괴로움은 말 그대로 디스트레스로 자신의 몸과 마음 속에 쌓이게 된다. 한 두 번의 경험으로는 큰 문제가 없지만 지속적인 괴롭힘으로 회복할 수 없는 지경에까지 이르면 심각한 신체적 정신적 질병을 유발할 수 있는게 또한 스트레스의 본질이다. 스트레스는 만병의 근원이라는 말이 있다. 일면 맞는 말이지만 스트레스를 잘 관리하면 나쁜 의미의 스트레스도 좋은 의미의 스트레스로 전환할 수 있다. 하지만 다원적인 현대 사회 속에서 나쁜 스트레스를 쉽게 좋은 방향으로 전환한다는 것은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인간은 사회 생활을 하는 동안에는 어떠한 형태로든 스트레스를 알게 모르게 받게 되어있다. 이렇게 피할 수 없는 디스트레스를 완화하고 극복해 내는 방법은 무엇일까. 상황에 따라 다르겠지만 숲은 그 하나의 답이다. 특히 숲은 우리 인류의 원초적인 고향인지라 그곳으로 회귀하고 싶은 본능을 누구나 가지고 있다.

바이오필리아(biophilia)는 그것을 잘 말해준다. 본질적이고 인류가 본래부터 가지고 있는 유전적 소양이라는 점에서 우리는 숲에게 자신을 맡길 필요가 있다. 산림치유라는 새로운 언어로 숲은 병들고 고뇌에 찬 현대인을 불러들인다.

숲은 생명이다. 숲이 건네는 말은 모두 위안이자 진정한 우정이다. 아우성처럼 주말 아침이면 너도나도 신발끈을 조여메고 무작정 숲으로 향한다. 숲은 공생의 교과서다. 생명 하나도 남김없이 서로 손과 손을 맞잡고 있다. 숲을 이루고 있는 나무에 대해 프랑스의 식물학자인 ‘자크 타상’은 이렇게 말한다. “나무의 놀라운 성공은 우리에게 유익한 영감을 줄 수 있다. 우리를 자멸로 이끄는 방향으로 계속 나아간다면 우리의 여정은 매우 불확실하고 함정에 빠지기 쉬우며 난관에 처하다가 조만간 벼랑 끝에 이르게 될 것이다”라고.

그동안 잊고 있었던 숲과 나무의 소중함을 일깨워 주는 성찰의 목소리다. 이어서 자크 타상은 “매우 안전한 길을 따르기 위해서는 눈을 치켜뜨고 나무의 무성한 나뭇잎을 다시 발견하며 오랫동안 이어진 나무와 인간의 감성적 유대를 다시 맺고 나무에게 매우 깊은 영감을 다시 얻으면 된다”라고 하였다.

미래와 연결된 숲, 그 속에는 무엇이 있을까. 나뭇잎들의 끊임없는 구애의 몸짓과 파란 하늘 조각이 부르는 바람의 속삭임, 덩굴 숲 아래로 흐르는 산 계곡 물소리, 그리고 방선균에 의해 잘 발효된 낙엽 냄새는 고향집 어머니 냄새와 같은 평화로움을 느끼게 해준다. 어디 그뿐이랴 숲의 생명은 저마다 피톤치드라는 휘발성 물질을 내어 자신을 방어하지만 인간에게는 스트레스 호르몬의 감소와 심폐기능의 강화로 높아진 면역력은 심신이 안정되는 효과를 가져다 준다.

산림치유는 이러한 숲 속의 다양한 인자를 이용하여 산림치유지도사가 고요하지만 때로는 잔잔한 흥(興)을 실어 마법처럼 스트레스를 풀어내는 곳이다. 가만히 비를 맞듯 숲은 맞이하는 사람에게는 전부를 내어준다. 날카롭고 빠르게 흐르는 도심의 전쟁터에서 숲은 피난처다. 이곳에서 만나는 나무들이 때로는 인간의 수명보다 훨씬 길고 오래 살고 있다는 것을 알게되면 우리네 삶이 덧없음을 느끼게해주는 곳이기도 하다.

“내가 숲 속으로 들어간 것은 내 인생을 오로지 내 뜻대로 살아보기 위해서였다”라고 헨리 데이빗 소로우는 말한다. 온전히 자연에 맡기는 것만이 내 생명력을 소생시키는 방법이다. 하늘의 이야기를 나무를 통해 들을 수 있듯 숲의 이야기는 산림치유지도사의 치유프로그램 속에서 들으면 되지 않을까.

숲을 이용하는 사람들을 상대로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치유의 숲은 전국에 23개가 있다. 신규로 조성 중에 있는 곳도 30개로 지자체마다 서로 경쟁적으로 유치를 하고 있는 셈이다. 치유를 극대화하기 위한 방편이지만 숲은 언제나 그 자리에 있었고 도심 속에서 잃어버린 진짜 숲을 이제서야 찾은 것인지도 모른다.

얼마 전 국립백두대간수목원 다스림에서 산림치유박람회를 개최한 적이 있어 방문한 적이 있다. 국립수목원의 ‘다스림’은 말 그대로 치유의 숲이다. 하지만 가끔씩 숲해설이나 치유와 관련성이 적은 행사와 강연을 하곤해서 아쉬웠다. 산림치유와 치유의 숲은 산림문화 휴양에 관한 법률에 의하고, 숲 해설은 산림교육 활성화에 관한 법률에 의해 숲 해설사가 진행한다. 건강한 사람을 대상으로 하는 숲 해설은 숲 체험이나 해설을 듣는 교육적 측면이 강하고 준 환자의 경우도 숲 해설과 체험을 통해 건강증진을 도모할 수 있는 반면 일부 환자나 준 환자의 요양과 휴양을 원하는 사람은 산림치유지도사의 프로그램을 따르면 된다. 유료로 운영중인 치유센터중 일부에서 해설과 치유의 모호함을 이야기 하는 사람도 있다고 한다.

다양한 스트레스에 노출된 현대인의 마음을 다스려 줄 수 있는 진정한 치유를 기대해 본다. 다스림의 운영에 관해 느낀 소회지만 산림의 종합적인 복지를 지향한다면 다스림의 명칭을 가칭 ‘산림종합복지센타 다스림’으로 하는 것이 맞지 않을까. 산은 누구에게나 열려있고 나무 뿌리가 땅속에 굳건히 박혀있듯 인간과의 깊은 유대의 역사가 있다.

대구에는 유일하게 달성 비슬산에 산림치유센터가 있다. 이곳에서는 산림인자뿐만 아니라 물을 이용한 수치유, 인체의 각종 측정 장비를 활용한 치유 등 프로그램 전·후를 즉석에서 비교, 그 결과를 알아볼 수 있도록 한 것은 현대적 니즈에 걸맞는 알찬 프로그램임에 틀림이 없다.

이제 숲은 치유와 체험 그리고 교육의 산실이 되고 있다. 도심 속에서도 숲은 있다. 접근성이 뛰어난 도시숲의 치유도 생각해볼 필요가 있는 시점이다. 서울 경기 일부 도시숲에서 숲 치유 활동이 있다는 사실은 매우 고무적인 일이다. 도시의 공원, 학교숲, 아파트의 생활숲, 그리고 마을숲과 가로숲 등은 그 좋은 예다. 풍성한 숲으로 뒤덮힌 도심속의 숲속을 거니는 것만으로도 위안이 된다. 특히 학교숲은 학생들의 숲 활동인 숲 가꾸기, 숲 명상체험 등을 통해 올바른 정서의 함양과 나무처럼 곧고 예의 바른 인간성 풍부한 사람으로 성장시킬 수 있는 소생의 밑거름이다.

울창한 올리브나무 숲에서 플라톤의 아카데미아가 탄생했 듯 원래부터 숲은 심신을 배양하는 최고 선(善)의 출발점이었다. 숲으로 가자. 그곳에 맑은 생명의 샘이 있고, 미래를 올바르게 연결시켜줄 수 있는 인류의 희망이 있다.

 

임종택 (나무치료사·대구한의대 환경조경학 박사과정
임종택 (나무치료사·대구한의대 환경조경학 박사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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