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치 조건화
가치 조건화
  • 승인 2019.10.23 21: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김순호
사람향기 라이프디자인 연구소장
사람은 크게 두 가지 모습을 가진다. 하나는 개인 내에 존재하는 모습으로 그것은 개인의 은밀한, 어떻게 보면 남들은 잘 모르는 지극히 개인적인 욕구에 기반 하여 생긴, 있는 그대로 진짜 자기의 모습이고, 또 다른 하나는 바깥(타인)의 요구에 부응해 만들어져 보이는 모습이다. 여기서 개인 내에 존재하는 자기란 온전히 자기가 자기답게 살고 싶다는 말이다. 그것을 심리학자 로저스는 ‘실현화 경향성’이라 하였다. 그리고 바깥에 기대와 바람에 의해 만들어진 모습을 ‘가치 조건화’라고 얘기했다. 서로 상반되는 실현화 경향성과 가치 조건화. 오늘은 이 둘의 이야기를 한번 해보려 한다.

먼저 속의 진짜 자기 모습은 각자 개인이 자기로서 온전히 기능하고 싶은 욕구에서 시작된다. 생각해보면 사람들은 모두 자기를 실현 하고자 하는 마음을 가지고 살고 있다는 말에 나 역시 크게 공감을 한다. 자기를 실현한다는 것은 거창하게 생각할 것도 없이 그냥 진정한 자신이 되고자 하는 마음이라 생각하면 되겠다. 자기의 모습대로 살고 싶고, 원래 자기 자리로 돌아가고 싶은 마음이 우리에게 늘 있지 않은가. 그것이 실현화 경향성이다. 그에 반해서 ‘가치 조건화’란 사람이 태어나 자라면서 주 양육자인 부모의 기대와 바람에 맞춰져 살아가는 것을 이야기한다. 중요한 타인, 즉 부모로부터 긍정적 존중을 받기 위한 아이들의 생존 전략으로 이해하면 쉽겠다.

인간은 다른 동물과는 달리 너무나 약한 존재라서 늘 타인의 도움이 필요하다. 특히 어린아이 시절에는 더 그러해서, 누군가의 도움과 보호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그래서 부모의 기대와 맞는 태도와 삶을 살게 되면 부모의 사랑을 받고 보호를 받을 수 있다고 본능적으로 알고 있다. 부모의 바람과 반대되는 모습보다는 부모의 바람대로 사는 것이 훨씬 자신이 보호받는데 도움이 된다는 걸 이미 알고 있다. 하지만 이런 삶의 방식은 아이를 부모들의 틀 안에 가두는 결과를 초래한다. 부모는 아이들에게 주장한다. “이것이 옳은 일이야.” “이것이 네가 살아갈 삶이야”라며 기준을 제시해준다. 그렇다고 부모가 기준을 세워주는 것이 나쁘다는 소리는 아니다. 그 기준이 자칫 잘못하면 자녀의 ‘실현화 경향성’을 막아 버리는 결과를 만들 수 있기에 기준을 세우는 일은 신중하고 또 신중해야 한다.

이제 삶 속에서 아동은 ‘가치 조건화’와 ‘실현화 경향성’의 갈등을 경험하게 된다. 아동이 주관적으로 경험하고 추구하는 삶인 ‘실현화 경향성’을 ‘가치 조건화’는 왜곡하고 부정하기도 한다. 그 이유는 가치의 조건화가 아동이 하는 행동 중 주로 눈에 보이는 행동, 즉 외적 준거에 따라 아동을 평가하기 때문에 아동은 부모로 부터의 긍정적 존중을 받기위해 자신의 속에서 들리는 음성을 듣기보다는 겉으로 보이는 모습에 최선을 다하게 되는 것이다. 흔히 말하는 말 잘 듣는 아이, 착한 아이가 되기 위해 자신의 내적 경험을 무시하게 되는 것이다.

‘실현화 경향성’과 ‘가치 조건화’ 이 둘의 간격이 크면 클수록 아동은 괴로움을 느끼고 성인이 되어서 자기 정체성에 대한 혼란을 경험할 수가 있다. 그래서 그 간격을 줄이기 위해서 부모는 어릴 때부터 훌륭한 관찰자가 되어야 한다. 아이들이 어떤 생각을 갖고 있으며, 어떤 재능을 가지고 있는지 부모는 잘 관찰해야 된다. 그래서 아이가 자신을 실현할 수 있도록 먼저 앞서서 길잡이 역할을 해주어야 한다. 그것이 먼저 된 부모의 역할이다.

어느 잘 나가던 의사가 50세가 넘어서 병원을 그만두고 작은 카페를 차렸다고 한다. 사람들은 모두 그를 걱정했다. 하지만 그 의사는 사람들이 많이 찾아오지도 않는 그 작은 카페에서 음악을 들으며, 기타를 치며 몇 안 되는 손님들을 위해 노래를 부르는 그 시간이 너무나 행복하다고 얘기한다. 의사의 삶은 부모에 의해 만들어진 ‘가치 조건화’였다면 노래 부르는 작은 카페 사장의 삶은 ‘실현화 경향성’의 결과이기 때문이다. 50세가 될 동안 ‘가치 조건화’의 삶을 살던 그는 행복하지 않았지만 자신에게 딱 맞는 옷, 자신에게 맞는 신발을 신게 된 후 행복이 찾아왔다고 그는 행복한 모습으로 얘기한다. 그가 행복을 찾을 수 있었던 비결은 간단하다. 바로 자신의 속에서 들리는 ‘실현화 경향성’에 더 귀를 기울이고 그 소리에 응답했기 때문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대구광역시 동구 동부로94(신천 3동 283-8)
  • 대표전화 : 053-424-0004
  • 팩스 : 053-426-6644
  • 제호 : 대구신문
  • 등록번호 : 대구 가 00003호 (일간)
  • 등록일 : 1996-09-06
  • 발행·편집인 : 김상섭
  • 청소년보호책임자 : 배수경
  • 대구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19 대구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micbae@idaegu.co.kr
ND소프트
SNS에서도 대구신문의
뉴스를 받아보세요
많이 본 기사
동영상
최신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