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금강산 시설 철거’… 대북 환상 접어야
북한 ‘금강산 시설 철거’… 대북 환상 접어야
  • 승인 2019.10.24 2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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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선대의 대남 의존정책을 비판하며 금강산 남측시설 철거를 지시했다. 김정은의 돌출성 발언은 지난해 남북정상이 합의한 금강산관광 재개가 이행되지 않는 데 대한 강한 불만으로 읽힌다. 하지만 북미협상이 교착하고 대북제재가 견고한 상황에서는 남북교류가 쉽지 않다는 것을 잘 알면서도 상징성이 큰 금강산 시설을 철거하겠다니 어이가 없다. 북한의 진의를 면밀히 파악하기 위해 동분서주하는 정부가 딱하다.

북한 관영매체들은 23일 김 위원장이 해금강호텔, 옥류관 등 남측이 건설한 금강산관광시설을 둘러본 뒤 “남측과 합의해 너절한 남측시설들을 싹 들어내고 현대적인 봉사시설들을 우리 식으로 새로 건설해야 한다”고 보도했다. 김 위원장은 “금강산이 북과 남의 공유물처럼 돼 있고 북남관계가 발전하지 않으면 금강산관광도 못 하는 것으로 돼 있는데 이는 잘못된 인식”이라며 “국력이 여릴 적에 남에게 의존하려 했던 선임자들의 정책이 매우 잘못됐다”며 부친 김정일을 비판했으니 패륜이나 다름없다.

김정은의 발언은 그야말로 적반하장이다. 98년 고 정주영 현대그룹명예회장의 소 떼 방북으로 성사된 금강산관광은 2008년 7월 관광객 박왕자 씨 피살사건으로 중단될 때까지 북한의 젖줄구실을 했다. 2010년 3월 북한의 천안함 폭침도발로 5·24대북제재가 시작되면서 금강산관광은 더 어려워졌다. 더욱 지금은 북한핵 문제가 가로막고 있다. 그런데도 금강산관광이 재개되지 못한 책임을 우리 측에 돌리다니 적반하장의 북한 속성을 여실히 드러내고 있다.

김정은의 지시는 대북제재가 유지되는 상황에서 남한이 금강산관광을 재개하기는 어렵다는 판단에서 나온 것이지만 정상간의 합의도 헌신짝처럼 폐기한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지난해 문재인 대통령과 합의한 4·27판문점선언, 9·19평양선언 정신에 역행한다. 더욱 정부는 22일 시정연설에서 문 대통령이 평화경제에 북한의 호응을 촉구한 데 대한 모욕적 반응에 침묵해서는 안 된다.

그럼에도 정부대응은 한심한 수준이다. 청와대는 여전히 ‘남북대화가 열릴 가능성이 있다’며 매달린다. 통일부장관은 “금강산 우리시설이 많이 낡은 것이 사실”이라며 김정은에게 동조하는 발언까지 했다. 우리국민의 재산권이 통째로 날아갈 판인데 북을 비판하는 공직자 하나 없다. 정부는 남북관계 개선이 북의 비핵화를 견인할 것이라는 이상론에서 벗어나 냉철하고 객관적인 시각으로 북핵문제를 풀어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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