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명 중 장애인 근로자 22명
고용부 ‘표준사업장’에 선정
편의시설 등 구축에도 노력
비장애인 직원 선입견도 해소
다양한 제품 개발로 사회 도움
장애인 고용 모범업체를 찾아서, 건강누리의료기
“장애인 근로자들은 항상 업무시간 5~10분 전 자리에 앉아 일할 준비를 합니다. 이들의 꾸준함과 성실함은 일반 근로자들보다 훨씬 뛰어나다고 평가할 수 있습니다.”
김호용(59) 건강누리의료기 대표는 “대구·경북지역 기업인들로부터 장애인 근로자에 대한 편견이 사라지길 바란다”며 장애인 근로자의 근무태도와 관련, 이렇게 칭찬했다.
경북 칠곡군 동명면(금암동석1길 18)에 있는 건강누리의료기는 1986년 설립된 후 현재 건강기기 16종, 의료용품 80여 종을 개발 및 생산하고 있다. 1997년 외환위기를 맞아 어려움을 겪기도 했으나, 재기에 성공한 지역 업체 중 하나다. 대표 제품으로는 첨단 소재(PVC연질)로 물 위를 걸어도 미끄러지지 않는 ‘칼라 캐스트슈즈(COLOR CASTSHOES)’, 국내 최초 의료용 위생장갑 ‘폴리글러브’ 등이 있다. 현재 상시근로자 27명 중 장애인근로자가 22명에 달하는 장애인 우수고용업체다. 2011년에는 고용노동부지정 ‘장애인 표준사업장’으로 선정돼 생산설비, 편의시설 구축 등을 시행해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하는 회사가 될 수 있도록 노력 중이다.
장애인 표준사업장은 장애인 10명 이상, 상시근로자 중 장애인을 30%이상 고용하고 관련 편의시설을 갖춘 업체로, 장애인 근로자에게 최저임금액 이상의 임금을 지급해야 한다. 대구지역본부는 이를 대상으로 출퇴근 편의를 위한 승합자동차 구입, 작업시설, 부대시설, 편의시설 설치, 구입, 수리 등으로 활용할 수 있는 지원금을 부담하고 있다.
건강누리의료기에서 근무 중인 조순덕(여·59·중증장애인) 과장은 결혼 전 봉재업체에 근무한 경력을 살려 이 곳에 입사한 뒤 9년째 근속 중이다. 장기근속을 통해 성실함을 인정받아 직급을 얻었고, 슬하에 있던 아들과 딸 모두 결혼도 시켰다.
조 과장은 “TV등 영상매체에서 내가 만든 제품을 발견할 때 가장 보람을 느낀다”며 “또 회사에 적응하는 장애인 근로자들이 늘면서 가족처럼 의지하며 지낼 동료들이 많아져서 기쁘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뇌성마비 장애인 자녀를 둔 사촌 처제가 자녀양육 및 취업에 어려움을 겪는 모습을 보면서 장애인 고용에 처음으로 관심을 갖게 됐다고 밝혔다. 이에 단순반복직에 투입할 장애인 근로자 1~2명을 채용한 뒤, 2011년부터는 장애인고용공단의 지원을 받아 본격적으로 장애인 근로자 구인 활동을 이어갔다.
채용 과정에서 기존 비장애인 직원이 장애인에 대한 선입견과 편견을 극복하지 못하고 퇴사하는 등 사례가 발생하면서 속앓이를 한 적도 있었지만, 9년 뒤인 지금은 서로 동료로서 인정하는 분위기가 정착됐다고 그는 설명했다. 또 장애인 근로자 채용 시행 후 장애유형별로 업무를 분담하면서, 장애인 근로자들을 격려할 직무지도직을 신규 채용해 업무환경이 매우 개선됐다고 평가했다.
김 대표는 “시간이 지날수록 기존 근로자들이 장애인 직원을 이해하고 도와주려는 분위기가 조성됐다”며 “앞으로도 더욱 다양한 의료용품 및 건강기기를 개발해 이들의 사회활동을 돕고 환자들의 불편을 해소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이아람기자 aram@idaeg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