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인동 가스폭발, 중앙로역 참사에도...대구는 안전불감증
상인동 가스폭발, 중앙로역 참사에도...대구는 안전불감증
  • 이대영
  • 승인 2019.11.21 0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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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시기에는 다양한 조치가 나와야 한다. 그림 이대영.
위기시기에는 다양한 조치가 나와야 한다. 그림 이대영.

 

이대영의 신대구택리지  (45) '유비무환' 자세로 위기 대비를 

1931년 미국의 여행자보험회사(Travelers Insurance Company) 안전관리기사로 있었던 허버트 하인리히(Herbert William Heinrich,1886~1962)가 '산업재해예방에 관한 학문적 접근(Industrial Accident Prevention, A Academic Approach)'이란 보고서에서 직장에서 심각한 부상을 초래하는 사건 1건이 일어나기까지 29건의 경미한 부상사건이 일어나는 것을 알아내었다. 여기에는 300건 가량의 사소한 문제가 있었다. 즉 1:29:300의 비율이 하인리히의 법칙이다. 뿐만 아니라 사고의 95%가 안전 불감증 행동(unsafe acts)에, 88% 이상이 '사람에 기인한 실패(man-failure)'에서 발생한다. 또한 88%는 직접적인 원인, 10%는 환경적이고 신체적인 위험상태다. 그래서 예방이 가능하며, 단지 2%만 예방이 불가능하다. 

1986년 독일의 사회학자 울리히 벡(Ulrich Beck, 1944~2015)이 쓴 '위험사회(Risk Society)' 책이 위기관리에 관심을 받았다. 그런데 대구지역사회는 이상한 나라(wonderland)로 위기관리와 무관한 모양이다. 실정은 그렇게 무관심할 수 없는데. 즉 1995년 상인동 가스폭발사고, 2003년 2월 18일 중앙역참사가 발생했는데도 위기관리는 남의 일이다. 특히 경제적 불확실성과 각종 리스크(risk)에 대해서 위기관리는 더욱 강 건너 불이다. 우리가 우상처럼 모시는 전문가!, 그들은 전문가의 저주(curse of the expert)로 위기를 자초한다. 하버드대학(Harvard University) 스티븐 핑커(Steven Pinker, 1954년생) 교수는 '전문가의 저주'에 발생하는 요인으로 i) 현실과 무관한 추상적인 말, ii) 관련주제와 불투명한 전환, iii) 부적절한 외부자료 활용과 해석, iv) 모호하고 진부한 표현, v) 사전에도 정의되지 않는 좀비언어를 만들어 사용, vi) 다소, 비교적, 어느 정도 등의 불필요한 수식어 사용 등이라고 규명했다. 

사실, 매운 맛을 내는 위기(real crisis)는 정신도 못 차리게 동시다발적이고 연쇄적으로 이어진다. 영국의 문호 셰익스피어(William Shakespeare)가 말한'햄릿(Hamlet)'에 나오는 "불행(슬픔)은 단 한 사람의 염탐꾼으로 오지 않고, 떼거리로 밀어 닥친다(When sorrows come, they come not single spies. But in battalions)."고 했다. 4자성어로 '불행은 혼자서 오지 않는다(禍不單行).' 
구체적 실례를 들면, 날씨가 화창해서 우산도 없이 정장(正裝)을 차려입고 외출을 나셨다(A). 그런데 갑작스럽게 소낙비가 쏟아져 황급하게 도로변에 있는 가정집 처마 밑으로 들어갔는데(B), 집을 지키고 있던 황소만한 개(Bulldog)가 놀라서 짖지도 않고 물려고 달려들었다(C). 정신도 없이 뛰어나오는 바람에 나들이 갔다가 화급하게 들어오는 할머니와 부딪쳐 길바닥에 할머니와 신사 둘이 다 쓰려졌다(D). 할머니가 "유모차, 손자가 타고 있어요, 살려주세요." 외치기에 정신을 차리고 일어나 보니(E), 유모차에 탄 젖먹이 어린아이는 죽는다고 울어대고 있다(F). 내리막으로 쏜살같이 내려가는 유모차는 어떤 제동장치도 없고(G), 설마 급제동을 한다고 해도 유모차에 탄 어린아이는 죽을 수도 있다(H)...이렇게 밑도 끝도 없이 이어지는 게 위기의 특징이다. 

유비무환(有備無患)이 위기관리의 알파이고 오메가 

선인들은 "앞서 위험에 대비해 놓으면 걱정할 필요가 없다(有備無患)."고 했다. 춘추좌씨전(春秋左氏傳)에 "매사를 철두철미하게 생각한 뒤에 행동하고, 행동에 있어서는 골든타임(gold time)을 놓치지 않아야 한다. 전문가라고 자만했다가는 기회마저 잃게 된다. 매사에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사전에 다 갖춰놓아야 근심이 없게 된다(處善以動,動有厥時.矜其能,喪厥功.惟事事,及其有備,有備無患)." BC 600년경에 위기관리의 정석이었다. 주역(周易)에서도 "평화스러울 때에 전쟁을 생각해서 대비하고, 위험을 인식했다면 대응책을 마련해라. 사전대비가 되어있다면 무엇이 걱정이겠나(居安思危,思危則有備,有備則無患)"고 했다. 우리나라가 유비무환을 슬로건으로 자주국방을 외쳤던 때는 제3공화국 1970년대였다. 이를 위해 법제적 시스템으로 주민등록제, 향토예비군제, 민방위제 등을 완비했으며, 핵개발을 위해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프로젝트까지 추진했다. 오늘날까지 유치원 어린아이들이 숨바꼭질(hide-and-seek game)할 때에 하나~둘...열까지 헤아리기를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로 대신하고 있다. 1970년 후반 당시 핵무기 감추고 찾기 세태흐름을 지혜로운 유치원 아이들이 게임으로 만들었다. 

특히 동양유교(儒敎)에서는 위기관리에만 철두철미했다. 제왕서인 '대학연의(大學衍義)'에서는 평시위기관리에 중점을 두었다. 신라시대 AD 860년경 최치원(崔致遠)의 저서 '경학대장(經學隊仗)'에서 평시위기관리의 절차를 : i) 찰미(察微), ii) 통민정(通民情), iii) 청간(聽諫), iv) 정백관(正百官), v) 응변(應變), vi) 개과(改過), vii) 수상(守常) 등 7단계를 제시했다. 설명하면 i) 평소에 문제발견의식을 갖고 위험의 신호, 문제의 요인, 재난의 기미 등을 수시로 살펴보는 찰미(察微), ii) 한편으로 민심(民心), 민정(民情)을 보살펴 끊임없는 소통을 하며(通民情), iii) 측근의 보고사항, 전문가의 자문(諮問) 혹은 반대파의 의견까지 빠짐없이 들어야 한다(聽諫). iv) 문제가 있다면 관리들의 부정부패를 바로잡아야 한다(正百官). v) 동시에 예상되는 급변이나 재난을 대비해 응변조치를 한다(應變). vi) 제도나 관행 등에 민원이 발생한다면 '손톱 밑 가시'라도 고쳐야(改過)한다. vii) 빠른 시일 내 민심(民心), 사회 및 국가가 안정하게 정상화를 되찾도록 조치해야(守常)한다. 

 

조조와 제갈공명의 위기국한조치


일전 연애전문가에게 절교비법(絶交秘法)을 요청했더니, 미국과 일본이 주로 쓰는 '키스하고 발로 차버려라(kiss and kick, KNK)'라는 기법을 설명했다. 2010년부터 2016년까지 언론보도 자료를 통해서 애절(愛絶)과 같은 위기관리의 국한조치기법(limitation technique)을 정리해 보면 : i) 청와대에서 전가의 보도처럼 사용했던 '비틀고 프레임 덮씌우기(twist and cover)', ii) 각 정당에서 습관적으로 사용하는 '이슈를 새로운 이슈로 다시 덮기(cover and recover)'와 iii) 말 폭탄을 가격했다가 조용해지기를 기다림(bomb and reflex), iv) 최근 한국과 일본 사이 경제전쟁으로 활용하고 있는 블랙리스트와 화이트 리스트(black list and white list)로, v) 우리나라에서 가장 많이 이용하는 '물 타기와 색깔 입히기(dilute and color)' 혹은 '어두운 색깔로 덧칠하기(color and recolor)'다. vi) 구닥다리에 속하는 치고 빠지기(hit and run), vii) 의도적 모호성(deliberate ambiguity) 등이었다. 이들은 일시적 모면효과 밖에 없는데도 많이 이용하고 있다. 마치 중국 삼국지 주인공에 비유하면 조조(曹操) 장군이 애용했던 잔머리다.

그러나 제갈공명(諸葛孔明)의 국한조치(局限措置)는 달랐다. 간략하게 요약하면, i) 나중에 받더라도 먼저 주기(give and take), ii) 사전준비로 공격을 받으면 치명타가 되도록 선제타격(prepared and  preemptive strike), iii) 선물을 먼저 제공해 신뢰를 쌓아 재협상(present and restart), iv) 작은 것부터 시작해서 큰 것까지(from small to big), iv) 사과하고 받아들이기(apologize and accept), v) 위험의 확대를 사전분리하고 방화선 긋기(divide and line-drawing), vi) 원인 제거와 치유하기(cause-removing and remedy), vii) 때로는 시간 벌기 위한 전략적 모호성(strategic ambiguity)을 견지하고, viii) 평시위기관리로는 매뉴얼 대응과 시나리오대응(manual to scenario measure) 등 다양한 방안으로 피해를 최소화하고 있다. 상황에 따라 신출귀몰한 조조의 목갑지계(木甲之計)나 제갈공명의 금낭묘계(錦囊妙計)와 같이 상대방의 빈틈을 찔려서 판 뒤집기도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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