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효수 경제칼럼] 합계 출산율 0.88명의 공포
[이효수 경제칼럼] 합계 출산율 0.88명의 공포
  • 승인 2019.12.01 2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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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3분기 합계 출산율이 0.88명으로 나타났다. 합계 출산율은 가임 여성(15~49세) 1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기대되는 총 출생아 수이다. 지난해 합계 출산율이 사상 처음으로 0.977명으로 충격을 주었다. 현재 인구 수준을 유지시켜 줄 수 있는 대체출산율이 2.1명이므로, 합계 출산율이 1명 이하로 낮아졌다는 것은 인구가 급격하게 줄어드는 인구 반감기에 진입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런데 지난 27일 통계청이 발표한 ‘2019년 9월 인구동향’에 따르면 올해 3분기(7~9월) 전국 출생아 수는 7만 3천793명으로 작년 동기보다 6천687명(8.3%)이나 줄었고, 합계 출산율은 0.88명으로 불과 몇 개월 사이에 지난해에 비해 더 떨어졌다. 이는 1981년 관련 통계 집계를 시작한 이래 3분기 기준 최소 기록이고, 세계에서 가장 낮은 출산율이다.

우리나라 인구문제가 매우 심각한 것은 저출산-고령화가 동시에 진행되면서 앞으로 30년 내에 역 피라미드형의 인구구조가 형성된다는 것이다. 출산율은 세계에서 가장 낮은 수준으로 떨어졌는데, 고령화는 세계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있다. 현재 추세로 인구구조가 변동되면, 앞으로 어떤 일이 일어날까? 우선 노년 부양비가 급격하게 증가할 것이다. 이효수 블로그의 [이효수 경세제민 (64)]에 의하면, “현재(2019년)는 전체 인구의 72.7%가 생산 가능인구(15~64세)이고, 65세 이상 인구는 14.9%이다. 그런데 불과 30년 후인 2050년에 생산 가능인구는 51.3% 즉 전체 인구의 반으로 줄어들고, 65세 이상 인구는 40%에 육박한다.” 생산 가능인구는 20% 이상이 줄어드는데, 65세 이상 인구는 무려 2배 이상 증가한다는 것이다. 이런 인구구조 변동으로, 2010년에는 생산 가능인구 7명이 노인 1명을 부양했지만, 2020년 현재에는 5명이 1명을 부양하고, 2067년에는 생산 가능인구 1명이 고령자 1명을 부양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하게 된다.

생산 가능인구가 급격하게 감소하면 자연히 경제활동인구도 국가의 잠재 경제성장 능력도 크게 감소하게 된다. 경제활동인구가 크게 감소하면 세금을 내는 사람이 줄어들어 세수는 감소하고, 연금불입자수도 감소하고, 건강보험, 고용보험 등 사회보험 불입자도 감소하게 된다. 그런데 고령자는 급격하게 증가하므로 사회보장비, 연금 지불액, 건강보험 지출비 등은 크게 늘어나게 된다. 청장년층은 세금이나 연금 및 건강보험 등 사회보장비를 현재보다 몇 배로 부담해야 하는데, 이것이 가능하겠는가? 만약 그렇지 않으면, 연금이나 건강보험 등 사회보장 수준이 크게 낮아질 수밖에 없다. 문제는 현재에도 사회보장 수준이나 사회안전망이 취약하여 고령자 및 실직자의 삶의 질이 문제인데, 현재 수준도 지원하기 어렵게 되면 고령자의 삶의 질은 어떻게 되겠는가? 청장년층, 고령자를 포함한 국민 전체의 삶의 질이 크게 하락할 위험성이 매우 높은 것이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고령화보다는 저출산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문제를 해결하려면 병인을 바르게 진단해야 한다. 한국 저출산 문제의 근본 원인은 한국 노동시장의 단층성에 기인한다. 한국 노동시장은 상위단층, 중위단층, 하위단층으로 형성된 일종의 신분사회이다. 단층별로 승진 기회, 보상 시스템이 다르다. 상위단층 진입을 위해서는 대학 졸업장이 필수적이다. 그 결과 고졸자의 70~80%가 대학에 진학하면서, 노동시장의 수요 구조는 삼각형인데 공급구조는 역삼각형이 되어 상위 단층은 만성적 과잉공급 구조를 갖게 되었다. 상위단층 진입에 실패한 대졸자들이 하위단층 비정규직 노동시장으로 떨어지면서 비정규직 노동시장의 34%가 대졸 이상 학력을 가진 사람들이다.

그리고 1980년대까지는 동일 단층에서는 대기업과 중소기업 사이에 임금 격차가 별로 없었다. 그런데 대기업 중소기업 원·하청구조가 강화되고, 노동자 대투쟁 이후에 대기업 노조와 중소기업 노조의 교섭력 격차가 커지면서, 중소기업의 상위단층 임금수준이 대기업의 중위단층 임금수준으로 떨어지게 되었다. 이로 인해 대졸자들이 중소기업을 기피하면서 대졸자들이 진출하고자 하는 상위단층은 대기업으로 한정되면서 노동시장의 미스 메치는 한층 심화되었다.

이런 단층구조가 노동시장에 과도한 수요 공급 불균형 즉 미스 메치를 심화시켜 청년실업률이 높을 뿐만 아니라, 취업을 한 청년들의 다수가 저임금에 집중되어 있다. 2019년 청년층의 신규 취업자 가운데 월급이 300만 원 이상 받는 사람은 3.7%에 불과하고, 79.4%가 200만 원 미만을 받는다. 심지어 45.3%는 150만 원 미만을 받는다. 청년들은 이 봉급 수준으로 결혼을 하여 자녀를 양육하기 어렵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결혼 연령이 늦어지고, 결혼한 부부도 아이를 갖지 않는 가정이 늘어나게 되었는데, 이런 현상이 점차 심화되어 이제 하나의 문화로 자리 잡으면서 심지어 경제력이 있는 젊은 층도 이런 문화에 젖어드는 경향마저 나타나고 있다. 이것이 바로 합계 출산율 0.88의 비밀이다. 따라서 국가적 재앙이 될 비정상적 저출산율 문제를 해결하려면 단층노동시장을 능력과 노력에 상응하는 보상이 이루어지는 건강한 노동시장으로 개혁해야 한다. 그리고 노동시장 개혁과 더불어 교육시장도 개혁하여 고비용 저효율 구조를 개선하고, 간판 사회가 아닌 능력사회로 전환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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