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시민 여러분, 진정한 주인정신 가져본 적 있습니까
대구시민 여러분, 진정한 주인정신 가져본 적 있습니까
  • 이대영
  • 승인 2019.12.04 2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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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 정치인 대부분 ‘감탄고토’
감투 떨어지면 곧바로 대구 떠나
시민들이 주권행사 잘못한 과오
대구 GRDP 26년째 전국 꼴찌
정치 지도자들 잘못도 크지만
대부분 책임은 대구시민의 몫
무작정 탓하고 비난하기 보다
문제해결에 작은 힘이라도 보태야
신택리지-다윗과골리앗
다윗과 골리앗의 결투에 비상기획이 있다. 그림 이대영

 

이대영의 신대구 택리지 - (47) 대구 주인으로 글로벌 시민정신을 갖자

2019년 일본이 경제보복을 선언함으로 삼성반도체에 비상이 걸렸다. 삼성그룹 이재용 부회장은 일본 공장현지 출장 후 삼성그룹 사장들에게 비상기획(경영)을 주문했다. 2019년 8월 대법원 판결에서 이재용 사건이 서울고등법원으로 파기·환송되었다. 삼성은 불확실에 대한 비상경영체제로 돌입한다고 언론에 보도했다.

사실, 비상기획(非常企劃)이란, i) 사전대비가 최선이고, 비상사태가 발생하지 않는 게 최선이다. ii) 발생하더라도 피해를 최소화해야 한다. iii) 예상한 사태에 신속하게 대응해서 가장 빠른 시간 내 평시상태로 되돌아와야 한다. iv) 초동단계에서 극한조치(limitation measure)를 취해 연쇄적 혹은 동시다발을 없애야 한다. v) 최악사태가 되더라도 최적기(gold time)를 놓치지 않고, 더 이상 확대 혹은 재발을 막아야 한다. 당했다고 해도 피해면적, 규모, 손실액 등을 최소화해야 한다. 최단 시일 정상 복귀를 도모해야 한다. 최악이 두려운 건 최악에 대한 공포(fear for the worst) 그 자체다. 공포에 사로잡히면 복잡한 선택이나 결정에 터널시야(洞窟視野)로 결정마비증후군(Hamlet syndrome)에 빠진다. 의사소통에서 불협화음으로 내분과 사건의 확대 재생산만 반복한다. 합리적인 사고보다 감정적 대립으로 치킨게임(chicken game)을 자초한다.

대구가 벤치마킹해야 할 비상기획으로는 i) 불가능해 보였던 골리앗과 사생결단을 했던 다윗의 필살기획(必殺企劃, Killing Planning), ii) 조조가 이끄는 40만 대군을 물리쳤던 제갈공명의 적벽대전 필생작전(赤壁大戰必生作戰), 그리고 iii) 뉴욕세계무역센터 폭발테러 두목 오사바 빈 라덴을 뒤쫓던 인간사냥. 처음에는 힘들어 보였지만 결국 54세 빈 라덴(bin Laden)을 사살해 넣은 시신가방(body bag)을 오바마 대통령 눈앞에 가져가 확인시켰다.

골리앗과 다윗의 결투를 보자. 다윗은 골리앗을 반드시 죽여야 한다는 비상기획으로 i) 2.9m의 신장, 백전노장의 전투경험, 비늘갑옷과 무기는 물론, ii) 말단비대증(acromegaly)으로 신체기능에 어딘가 취약점이 있다는 확신을 갖고 1주일 밤낮으로 일거수 일투족을 살핀 결과, 그가 전투할 때에 호위무사를 반드시 앞세우는 사실을 보고, 30m 밖의 물체를 인식할 수 없는 근시안을 갖고 있음을 찾아냈다. iii) 이 약점을 이용하는 필살비책은 30m 밖에서 치명적 일격을 가하는 것이었다. iv) 자신의 강점을 살리는 신무기개발에 들어갔다. 양몰이 하는 목동으로 늑대를 쫓을 때에 사용했던 돌팔매 주특기를 살려서, 30m 밖에서 골리앗을 일격해 즉살시킬 수 있는 타격력 ‘30m/sec’를 내기 위해 가죽 끈 물맷돌(slingshot) 신무기를 개발했다. 일격필살을 위해 40만 번 이상 주야로 연습을 거듭했다. 나중엔 눈을 감고 던져도 표적에 명중되었다. 전투현장 공포를 없애기 위해 몇 번이고 아군진영에서 유사전투장면을 리허설했다. v) 생사결전의 날이었다. 단단한 막대기 1개와 돌멩이 5개를 챙겨 앞 30m까지 다가가자 뜻하지 않게도 골리앗은 천둥 같은 목소리로 “막대기를 들고 개를 쫓으려 왔느냐?”고 기선을 제압했다. 예상했던 바였기에 보다 침착하게 다윗은 골리앗이 흥분해서 날뛰는 틈을 타 필살의 슬링 샷(slingshot)을 날렸다. 슬링 샷의 돌멩이는 골리앗의 이마에 명중되었고, 코끼리 같은 그를 철썩~ 땅바닥에 내려앉혔다.

◇ 주인정신(owner spirit)은 눈에 보인다

155마일 휴전선(line of truce)을 광복 당시 38도선(38th parallel line)과 비교하면, 동부전선은 38도선을 넘어서 북한쪽으로 쑥 들어갔으나, 서부전선은 쑥 내려왔다. 왜냐하면 동부전선은 백골부대 등의 한국군이 맡았고, 서부전선은 유엔군이 작전했다. 한국군은 휴전 중에도 전우의 시체를 넘고 넘어 간밤에 먼저 간 전우의 진혼을 위해서 ‘백두산까지 앞으로’ 나아가며 백마고지 탈환에 나섰고 또다시 수많은 전우의 목숨과 맞바꿨다. 이에 반해 유엔군은 이역만리(異域萬里) 한국 땅에서 귀신이 되기보다 귀국하겠다는 일념으로 불리하면 곧 바로 후퇴를 했다. 한 마디로 주인정신이란 이런 것이다. 끝까지 책임을 지며, 목숨까지 바쳐 지키는 것.

34년 동안 일본에서 생활했던 김소운(金素雲, 1907~1981)이 1952년 대구지역 영웅출판사에서 발간해 대학교재로도 사용했던 ‘목근통신(木槿通信)’에 ‘그릇가게 주인’ 서간수필이 게재되어 있다. 기억을 더듬어 요약하면, 그릇 가격이 비싸다고 주인을 불려달라고 하자, 자신이 주인이라고 했다. 그릇 가격을 물으니 전과 같은 가격을 다시 불렀다. 주인이 아니기에 가격을 못 깎는다고 하자. 주인임을 입증하고자 접시 한 개를 집어 들고 땅에다가 던져 깨뜨렸다. 다시 아니다 하니 더 큰 그릇을 들고 깨뜨렸다...마치 도산(島山) 안창호(安昌浩)의 ‘그 민족 사회에 대하여 스스로 책임감이 있는 이는 주인이요. 책임감이 없는 이는 뜨내기(객)입니다.’라는 연설문이 생각났다.

AD 860년경 당나라 하남성(河南省)에서 수도하고 계시던 임제의현(臨濟義玄, ~867) 일명 임제선사(臨濟禪師)께서 “당신이 어디에 가든지 주인처럼 책임지고 일하세요, 그렇다면 당신이 하시는 건 진실이 될 것입니다(隨處作主, 立處皆眞).”. 즉 주인의 마음으로 살면 주인이 되고 뜨내기 마음으로 하면 뜨내기가 된다. 주인마음은 모든 일에 앞장서고, 불평보다 개선을, 일꾼을 챙기며, 끝까지 책임지고 성취한다. 이와 같은 내용은 독일 철학자 프리드리히 니체(Friedrich Nietzsche, 1844~1900)의 ‘선악의 저편(Beyond Good and Evil)’에서 “주인의 도덕성은 열린 마음, 용기, 진실성, 신뢰 및 자신의 가치에 대한 정확한 의미다.”고 주인정신을 풀이하고 있다.

◇ 대구에서 주인정신은 헌신짝 취급을 받고 있는데!

‘이상한 나라’ 대구에서는 정치지도자는 철새이든 텃새이든 묻지도 따지지도 않는다. 토박이냐 뜨내기냐는 중요하지 않다. 문제는 주인정신이 헌신짝처럼 내팽개쳐 있다는 것이다. 때로는 굴려온 돌이 박힌 돌을 뺀다. 빠진 돌보다 더 잘하면 문제가 안 된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대부분은 감탄고토(甘呑苦吐)다. 감투가 떨어지면 곧 바로 대구를 떠나거나 손을 땐다.

성경(요한복음10:11~12)에서는 “양치기라면 양을 위해서 목숨을 버리거니와 뜨내기 품팔이(삯꾼)는 양떼가 자기 소유가 아니기에 늑대가 오는 걸 보면 양떼를 버리고 달아난다. 양을 늑대가 물어가든 해치든 달아나는 것이다.” 이런 기준에서 본다면 대구는 많은 삯꾼 지도자를 양성했다. 끝까지 대구지역에서 살면서 책임을 지는 주인정신을 가진 정치지도자가 없다.

대구경제가 26년째 GRDP 전국 꼴지를 하고 있는데 그런 지도자들에게 일말의 책임이 없지 않지만 대부분의 책임은 대구시민의 몫이다. 주인답게 주권행사를 잘 못한 과오다. 정치지도자를 탓하기에 앞서 대구주민의 한 사람으로 주인의 책임감, 열린 마음, 용기, 진실성 및 신뢰를 갖췄느냐를 한번쯤은 생각해보고 소중한 권리행사를 해야 할 때가 되었다.

주인이란 1) 집에 불이 났다면 목숨을 걸고라도 가족을 구하고, 가구를 불 밖으로 들어내며, 타는 불에다가 물이라도 부어서 불을 끈다. 2) 가정문제라면 며칠이라도 고민해서 백방으로 뛰어서 해결의 실마리를 마련한다. 3) 가족우환이라면 동분서주하면서 약방과 병원을 찾아서 처방을 받아 치료한다. 4) 자식학업이라면 돈 된다는 소도 전답도 팔아서 대학까지 시켰다. 이렇게 끝까지 책임지는 주인정신이 지금 대구에 필요하다.

정치지도자의 리더십을 평가하거나 비난하기보다 같이 참여해 문제해결에 작은 힘이라도 보태야 한다. BC 300년경 맹자(孟子)는 “정치란 태산을 옆구리에 끼고 북해바다를 뛰어넘는 거대한 일(挾太山以超北海)이 아니라, 노인을 위해 지팡이를 하시도록 나뭇가지 하나를 꺾어드리는(爲長者折枝) 작은 수고다.”고 했다.

오늘날도 대구를 위해서 자신의 역량에서 할 수 있는 일을 하는 사람이 주인이다. 걸출한 정치지도라도 역량에 맞은 일을 하지 않으면, 대구시민의 입장에서는 뜨내기다. 지식인이라면 ‘침묵의 카르텔’에 참여하기보다 대구경제의 활성화를 위한 연구프로젝트 혹은 학회라도 결성해서 정책개발과 정책건의를 할 수 있다. 정치인이라면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에 대구실정에 적합한 각종시책을 건의하고, 지역예산배정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

평범한 시민은 자신의 처지와 능력에서 할 수 있는 i) 같은 값이면 지역토산품을 사용하고, ii) 주인정신이 투철한 지도자를 선출하도록 주권행사를 바르게 하자. iii) 불편사항이나 애로사항은 행정기관에 시정을 건의하자. iv) 후손을 위해서, 주인정신이 없는 사람은 낙선운동에, 반대로 철저한 책임감이 있는 분이라면 후원회에 캠페인에 참여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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