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영옥이 만난 작가]지역 미대생 10인의 재기발랄함, 수성못을 빛내다
[서영옥이 만난 작가]지역 미대생 10인의 재기발랄함, 수성못을 빛내다
  • 황인옥
  • 승인 2019.12.09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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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성빛예술제 12월 20일 개막
대학생청년작가전 참가자 조명
도심 오아시스·행복한 일상…
행사장 주제로 설치작품 제작
지역 미술대에 활기 불어넣고
시민에 참신한 작품체험 기회
청년작가 전규송2
대학생 청년작가 박지훈 작품.
 
대학생 청년작가 전규송2
대학생 청년작가 전규송 작품.
 
대학생청년작가-전세주
대학생 청년 작가 전세주 작품 .

제1회 수성빛예술제 개막일이 열흘 앞으로 다가왔다. 오는 12월 20일~1월 12일 수성못 일대에서 열리는 수성빛예술제는 수성구(구청장 김대권)가 주최하는 빛예술제다. 다양한 프로그램들 중 대학생 청년작가 10인의 작품이 기대되는 것은 시민들에게 풋풋하고 참신한 예술체험의 기회를 제공할 것이기 때문이다. ‘대학생청년작가전’의 기획(전시감독 서영옥) 취지에는 참여의 폭 확대와 침체되어가는 지역미술대학에 활기를 불어넣자는 의도가 전제되었다. 개막일을 10일 앞둔 지금 대학생 청년작가 10인의 작업에도 가속도가 붙었다. 그들은 계명대학교, 영남대학교, 대구가톨릭대학교, 경북대학교에 재학 중인 김형섭, 박준석, 박지훈, 설혁준, 이수아, 임용진, 전규송, 전세주, 조신영, 최진아(가나다 순) 등 10인이며 현장에서는 다음과 같은 작품들이 제작되고 있었다.

대학생 청년작가 김형섭의 작품은 철판 2T로 만든 가로 2m 높이의 ‘큐브 트리(cube tree)’이다. 중심핵이 되는 하나의 큰 기둥에 짧거나 긴 가지가 불규칙하게 뻗어있고 사방으로 퍼진 가지에 크고 작은 큐브가 설치된다. 큐브의 한쪽 면에는 그림 또는 색이 채색되어 큐브 안쪽에서 새어나오는 불빛에 의해 은은한 윤곽을 드러낸다. 김형섭의 ‘큐브 트리’는 수성못을 찾는 사람들의 다양한 꿈을 상징하며 축제기간에 수성못을 찾은 꿈들이 ‘큐브 트리’처럼 저마다의 색으로 빛나길 바라는 마음이 반영됐다.

대학생 청년작가 박준석의 ‘구름’은 가로 200㎝ 세로 140㎝ 높이 300㎝의 나무로 제작한 설치물이다. ‘구름’의 모티브는 수성못의 물에서 착안했다. 연중 풍부한 수량을 자랑하는 수성못은 일제강점기에 농업용수용으로 조성된 인공 못이다. 현재는 산책로와 유람선 선착장 등이 구비되어 많은 사람들이 찾고 있는 수변휴식공간으로 변모했다. 도심 속 오아시스 같은 수성못이 수성구민과 대구시민들에게는 단비와 같은 곳이라는 것이 박준석의 견해이다. 구름 아래 내리는 비의 연출은 수성못의 물이 구름의 결과물일 것이라는 추측에서 비롯됐다. 발상과 표현이 공감을 넘어 감동과 연동되길 기대한다.

대학생 청년작가 박지훈의 작품은 안을 들여다볼 때 제작 의도를 헤아릴 수 있다. 작품의 제목이 ‘look inside(안을 들여다보다)’인 이유이다. 목재로 만든 2m x 2m x 2m 크기의 입방체 큐브 표면에 작은 구멍을 뚫고 관람객으로 하여금 빛이 흘러나오는 구멍 안을 들여다보게 한다. 입방체 내부에 설치된 비디오 영상에서는 ‘환경파괴’에 관한 스토리가 전개된다. 침묵으로 일관하며 줄곧 한 자리만 지키는 나무에게도 ‘기억’이라는 것이 있을까 라는 생각이 이번 작품제작의 출발점이다. 나무가 겪었을 아픈 경험을 애니메이션으로 가시화 한 것이다. 박지훈의 ‘look inside(안들 들여다보다)’는 밝은 빛 이면에 가려진 인간의 어두운 면모를 돌아보게 하는 작품이다.

대학생 청년작가 설혁준의 작품 제목은 ‘성간비행(星間飛行)’이다. 목재합판에 LED 전구를 단 이 작품은 우주를 향한 인간의 끝없는 진출과 무한한 발전가능성을 표현한 것이다. 키 180㎝ 가량의 네 사람이 양팔을 벌려 하나의 덩어리를 이룬다. 각각의 사람 형상에 채색된 오방색은 방위의 표시이면서도 음과 양이 조화로운 하나 된 지구(또는 우주)를 뜻한다. 인간 조형물의 몸에 새긴 별자리는 11월과 12월 사이 대한민국에서 볼 수 있는 별자리로 계절을 상징한다. 손을 마주잡은 인간에는 글로벌 시대에 요구되는 전 세계의 화합과 평화의 기원이 내재되어있다.

대학생 청년작가 이수아는 우리 곁의 행복이 일상과 결코 멀지 않은 ‘예술’일 것이라고 한다. 작품의 제목이 ‘내 곁의 행복’인 이유이다. 우리의 삶이 작품 속의 밝은 빛과 같길 바라는 이수아는 사진으로 된 입체 작 ‘내 곁의 행복’을 230×140×200㎝ 크기로 제작했다. 와이드컬러, LED전구, 나무, 스티로폼으로 만든 이 조형물의 7개 표면에 도심의 풍경과 자연, 수성못의 모습을 담았다. 시민들이 ‘내 곁의 행복’을 감상한 후 일상으로 돌아가서도 당시의 경험이 삶에 신선한 활력이 되었으면 하는 이수아의 바람이 담긴 작품이다.

대학생 청년작가 임용진의 ‘빛을 품은 사람’은 환봉으로 만든 250×220×150㎝의 조형물이다. 로뎅의 ‘생각하는 사람’에서 이미지를 차용한 ‘빛을 품은 사람’은 가까이서 보면 작은 면이 독립적으로 분리된다. 멀리서 보면 면들이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하나의 큰 덩어리를 이룬다. 그물망처럼 연결된 기하학적 패턴이 하나의 유기체를 이루는 임용진의 ‘빛을 품은 사람’은 세상의 모든 존재가 서로 연결되어 있음을 암시한다. 불교의 연기설을 상기하게 되는 ‘빛을 품은 사람’은 한 사람이 품은 빛이 주변으로 번질 때 세상은 더욱 밝게 빛날 것이라는 임용진 바람이다.

대학생 청년작가 전규송의 작품 제목은 ‘연결되다 이어지다(connect)’이다. 가로 160cm 세로 120cm 높이 2m 75cm인 이 작품의 주재료는 나무이며 사람이 핵심 키워드다. 서로 기댄 두 사람을 형상(形象)화했다는 사람인(人)자의 제자원리처럼 사람은 모름지기 서로를 의지하며 상생해야 한다는 것이 전규송의 생각이다. 나무의 무수한 가지를 사람의 혈관과 연결 짓고 자연과 인간을 하나로 묶는다. 이번 수성빛예술제에 설치할 작품 ‘연결되다 이어지다(connect)’는 서로 돕고 의지하며 살아가는 수성구민(또는 우리)의 모습을 재현한 것이다.

대학생 청년작가 전세주의 작품명은 ‘퀘렌시아의 집(Casa Querencia)’이다. 전세주는 ‘퀘렌시아의 집’이 스페인어로 애정, 애착, 안식처를 의미하는 단어 ‘퀘렌시아’와 집을 뜻하는 단어 ‘카사’를 더한 작은 온실이라고 했다. 244×366×360㎝의 이 작품은 구조목, 합판, 폴리카보네이트 복층판으로 제작했다. 전세주에게 수성못은 몸과 마음이 지쳤을 때 찾는 장소이다. 복잡한 도심 속에서 여유로움이 가득한 수성못의 풍경과 그곳을 산책하는 사람들을 관찰한 전세주는 여유로운 수성못이라는 공간에서 밝고 활기찬 감정을 느꼈고 그 감정을 온실 안에 소중하게 간직하고 싶었다고 한다.

대학생 청년작가 조신영은 120x100x300㎝ 크기의 손을 만들었다. 손에 쥔 민들레에서는 홑씨가 흩날린다. 허공으로 날아오른 민들레 홑씨가 희망의 불씨가 되어 수성구를 넘어 전 세계로 번져나갔으면 하는 것이 조신영의 바람이다. 빛처럼 반짝이는 홑씨가 더욱 밝은 빛을 발할 때 나눌 수 있는 희망도 늘어난다. 바로 작품의 제목이 ‘CARRY(나르다)’인 이유이다. FRP와 PIPE로 만든 손 모형에 LED를 단 조신영의 작품은 흙 작업 후 캐스팅을 하는 녹록하지 않은 과정을 거쳤다. 조신영의 ‘민들레 홑씨’가 고된 제작과정만큼 잔잔하면서도 전달력 강한 희망의 메신저가 될 것을 기대한다.

대학생 청년작가 최진아의 작품 제목은 ‘리프 테라리움(Leaf terrarium)’이다. 테라리움은 토양 및 식물을 포함하는 밀폐된 유리 용기를 일컫는다. 폴리카보네이트와 나무로 만든 최진아의 ‘리프 테라리움’은 높이 200cm 가로 120cm 세로 120cm 크기의 피라밋 형상 하우스이다. 테라리움 내부 중앙에 나무 한 그루를 심고 바닥에 반짝이는 나뭇잎을 설치했다. 겨울 어느 날 수성못 산책로를 걷다가 구상하게 된 ‘리프 테라리움’에는 수성못 산책로가 늘 싱그럽기를 바라는 최진아의 마음이 반영됐다. 전시기간 동안 이 나무가 수성못의 수호자가 되었으면 하는 것이 최진아의 바람이다.

비 내리는 찬 겨울 날 수성못 작품설치 현장에서 근심과 포부를 내비치던 대학생 청년작가들의 눈빛을 기억한다. 그들의 열정에 동참하여 길잡이가 되어준 청년작가 담당 이시영 작가와 10인의 수성빛예술제 참여 작가 10인의 노고도 생생하다. 제1회 수성빛예술제에 참여하는 대학생 청년작가들의 작품이 더욱 기대되는 이유이다. 주최기관과 시민들의 관심과 격려야말로 청년들의 앞날을 비추어 줄 밝은 빛이 아닐까 한다.

서영옥ㆍ미술학 박사 shunna95@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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