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운 겨울, 노인에겐 더 춥다
추운 겨울, 노인에겐 더 춥다
  • 승인 2019.12.17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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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성아
이학박사
전 대구시의원
아무리 이번 겨울은 겨울 같지 않다고 하지만 겨울은 겨울이다. 동장군이 아직 기승을 부리지 않았지만 지난 달부터 찬바람이 본격적으로 불면서 경상감영공원 인근에 삼삼오오 모여 있던 노인들의 숫자가 현격히 줄었다. 날이 추우니 나오지 않는 것이고 그들은 그럼 어디로 가는 것일까 하는 의문이 든다. 동시에 보이지 않는 곳에서 홀로 추위와 가난 그리고 여러 질병들로부터 고통받고 있을 독거노인들의 난방과 건강이 염려되기 시작한다.
예전엔 환갑잔치를 거하게 했는데 요즘은 칠순도 그냥저냥 넘기는 경우가 많을 만큼 60세를 노인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하지만 국민연금 등 정부의 규정은 거의 60세 이상이면 노인이고 육체노동 가동연한은 법적으로 65세로 두어 실생활과 좀 괴리가 있다. 이어 정부에서는 연령 기준을 높이려고 하고 있고 일자리나 연금수급 등 시끄러운 부분은 또 탄력적으로 적용하는 것을 검토 중이다. 연령 기준을 올리고자 하는 이유는 노인관련 국가 소요비용이 단시간에 엄청나게 커졌고 이에 대한 대비를 마련하는 속도가 지출의 속도를 못 따라가고 있기 때문이다. 앞으로 5년 후면 전체 인구의 20%가 65세를 넘길 것으로 예상되는데 생산가능인구는 급격히 줄어들고 있고 노인인구는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어 노인복지 관련 비용은 국가적으로 매년 더 큰 부담이 되고 있다. 그리고 현 정부의 노인복지정책은 현금복지정책이 하나 둘 더해져 진정 노인을 위한 정책은 없고 '다음 노인 세대'를 위한 돈만 계속 까먹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유독 정권들이 노인복지와 관련하여 공을 들인 것은 물론 행복한 국민을 만들고자 하는 좋은 뜻도 있겠지만 10에 9은 아마 '표' 때문일 것이다. 노인층의 비율이 갈수록 커지고 그들의 투표율은 다른 세대를 압도할 만큼 높기에 노인층을 위한 선심성 정책이 불가피했을 것이다. 현 정부는 이에 더해 앞으로의 장기적인 표심잡기를 목표로 청년자금부터해서 2030세대에게도 현금성정책을 펼치고 있다 보니 재정은 갈수록 궁핍해지고 있다. 또 일자리 관련해서는 단발성 정책이 쏟아져 진정한 양질의 일자리 대책은 갈수록 요원하다. 공돈만큼 달콤한 건 없고 한번 이런 현금복지에 익숙해지면 이를 줄이거나 없앨 때에는 그 원성이 어마어마하기에 결국 악순환은 계속되고 국가의 재정부담은 눈덩이처럼 커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소득주도성장과 주52시간 근로를 외치며 현 상황을 반성하거나 개선하려는 움직임을 보이지 않을 뿐 아니라 조국 사태 등 잘못된 인사논란에도 바로잡으려는 움직임 또한 전혀 없다.
일괄적인 노인연령 기준 상향의 움직임보다 필자는 경제적 계층 구별을 확실히 하여 노인 빈곤층에 그 혜택이 필요하다고 본다. 부자 노인도 많다. 하지만 불은 라면 하나로 하루를 보내는 극빈곤의 노인층은 훨씬 더 많다. 우리나라 노인 빈곤율은 46.5%로 OECD 가입국의 평균치인 12.5%에 비하면 무려 3.7배에 해당할 정도로 높다. 단순히 노인연령 상향으로 복지제도의 사각지대에 놓이는 백만명이 넘는 노인 빈곤층에 대한 대책이 먼저 마련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즉 저소득 노인의 소득 공백을 보완할 대책이 반드시 나와야 하고 혜택별로 수급 기준을 다시 정비하는 것이 필요하다. 무엇보다 노인연령 상향을 위해서는 그 연령이 될 때까지 일할 수 있는 환경, 즉 일회성 공공근로가 아닌 생계를 보장할 수 있는 일자리 환경이 조성되어야 한다.
또 우리보다 더욱 빠르게 고령화사회를 대비한 해외 사례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국가가 노인과 관련한 여러 사업정책을 특화산업화하여 별도의 기구를 개설하여 다양한 노인정책과 더불어 민간에서도 실버 서비스 기반을 구축할 수 있도록 인력과 예산을 투자한 것과 같은 사례는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우리나라도 고령화가 더는 특정 지역의 문제가 아니라 전국가적인 차원의 문제임을 감안한다면 정부 주도 하의 관련 산업 육성의 필요성은 당연한 것이다. 노인인구, 세대구조 변화에 따라 실버산업 수요 전망과 연도별 고령화 추이에 대한 보다 정확한 데이터 산출은 민간 사업자들이 앞다퉈 실버산업 시장에 진입할 물꼬를 트게 될 것이다. 민간이 활발하게 노인이 중심이 되는 실버산업을 육성할 수 있도록 이를 저해하는 각종 행정 규제부터 완화하는 것도 중요하다.
일자리 문제가 경제를 넘어 온 국민의 화두가 되자 일회성 일자리 정책을 남발하여 고용지표의 수치를 교묘하게 바꾸는 현정부가 이번에는 노인연령 기준 상향으로 또 한번 수치놀이를 할 지도 모르겠다. 노인을 위한 나라가 없는 것을 넘어, 미래가 없는 나라가 될 것 같아 불안한 것은 비단 필자뿐만이 아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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