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이 본받아서 깨닫지 못한 것을 본받아서 깨달아라(學不學)
사람들이 본받아서 깨닫지 못한 것을 본받아서 깨달아라(學不學)
  • 승인 2019.12.19 2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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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동규
대경예임회장
전 대구중리초등 교장
2020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이 끝났다. 김해 외고에 다니는 송영준 군이 만점을 받았다. 그는 ‘고교 3년을 이를 악물고 보냈다.’고 했다. 고등학교에 입학하고 첫 시험에서 전교생 127명중 126등이었다. 식당 아르바이트를 하는 홀어머니 생각에 ‘외고 포기하고 공고로 전학할까?’하는 생각을 하고는 울었다. 송영준 군은 기숙사 생활을 하면서 1시간 일찍 일어나고 1시간 늦게 잤다. 좌우명을 ‘고통 없이는 얻는 것도 없다.’로 정하고 하루 4시간만 잤다. 집안이 가난하여 중학교 입학 때 고모가 사준 책가방을 6년 내내 들고 다니면서 부적처럼 생각했다. 학원은 다녀본 적이 없고 혼자 학교 기숙사에서 공부했다. 어머니 강은주 씨는 영준이가 사회에 필요한 사람이 되도록 항상 격려했다. 영준이도 최고 고마운 사람으로 어머니를 꼽았다. 관심을 갖고 지도해준 선생님의 고마움도 물론 잊지 않았다.

2019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에서는 선덕고 김지명 군이 만점을 받았다. 김지명 군은 열두 살에 백혈병을 앓고 중학교 3년 내내 병과 싸웠다. 학교 가는 날보다 병원 가는 날이 많았고 머리카락도 빠졌다. 병실에서 책을 보는 시간이 많았다. 고등학교 3월에 완치 판정을 받고, 하루 15시간을 학교에서 보냈다. ‘공부는 혼자 하는 게 편하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학원을 다녀본 적이 없었다. 김지명 군의 어머니는 추어탕가게를 하면서 정성으로 자식의 간병뿐만 아니라 학교생활도 뒷바라지했다. 그의 어머니는 “성공하면 베풀고 네가 받은 것처럼 남을 도우라.”고 일렀다. 담임 최정호 교사는 “지명이는 모르는 것은 해결하려 노력한다. 특히 순진한 성격이 원동력이다.”고 인성을 꼽았다.

‘학(學)’이란 ‘본받아서 깨닫는 것이다.’ 즉 양손에 책을 들고 가르침을 본받아 깨닫는 것이다. 두 사람에게는 많은 공통점들이 있었다. 어머니의 생각을 본받았고, 스승에게서는 가르침을 본받아서 깨달았다. 그리고 때때로 익혔다. 두 사람은 ‘학이시습(學而時習)’했다. 열심히 학습(學習)하였다.

노자의 도덕경에 ‘학불학(學不學)’이라는 말이 있다. ‘사람들이 본받아서 깨닫지 못한 것을 본받아서 깨달으라.’는 뜻이다. 아름드리 큰 나무도 터럭만한 작은 싹이 자라서 되고, 구층 높이의 대(臺)도 한 줌의 흙덩이를 여러 번 쌓는데서 시작하여 이루어진다. 사람들이 하는 일들은 거의 완성단계에서 실패하는 경우도 많다. ‘시작할 때의 마음가짐으로 끝맺음을 맺을 때가지 신중해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 실패할 일이 거의 없으리라.

소학의 제자직에도 “스승이 베풀어서 가르치면 제자는 이것을 본받아서 부드럽고 공손한 몸가짐으로 받아들여야 한다. 그리고 스스로 더욱 몸가짐을 겸허하게 하여 배운 것을 지극하게 하도록 해야 한다. 착한 것을 보면 무조건 따르고, 의로움을 들르면 실천하여야 한다. 항상 온화유순하게 부모에게 효도하며, 어른을 공경하고, 자신의 능력을 믿고 교만하지 않아야 한다. 또한 거짓과 사사로운 욕심이 없어야 하며, 행동은 반드시 바르고 곧아야 한다. 노는 곳과 거처가 안온한 곳이어야 하며 반드시 덕이 있는 사람을 찾아야 한다. 누구나 낯빛이 바르면 마음도 따라 바르게 된다. 아침에 일어나 밤에 잠들 때까지 옷차림을 단정하게 하여야 한다. 그리고 아침에 배우고 저녁에 익히되 겸손하고 조심하여야 한다. 언제나 그렇게 해서 게을리 하지 않는 것을 일컬어서 ‘배우는 방법(學則)’이라고 한다.”고 했다.

두 사람은 부모에게 효도하였다. 스스로에게도 교만하지 않았다. 모두 ‘순둥이’라 불릴 정도로 착한 학생이었다. 끊임없이 노력하였다. 그렇지만 두 사람에게도 많은 갈등은 있었다. 갈등은 예방이 최선이다. 그래도 작은 틈이 생기면 미리 막아야 한다. 귀곡자(鬼谷子)는 이것을 ‘저희’라 했다. 저희란 작은 빈틈과 약점을 보완해 목적을 이루는 것을 의미한다.

빈틈이 나의 마음 안에서 생기면 봉합하여야 한다. 빈틈이 외부로부터 생기면 막아야 한다. 빈틈이 자꾸 퍼져나가려고 할 때는 그 싹을 없애야 한다. 빈틈이 뾰족이 솟아나면 주변까지 도려내야 한다. 그리고 작은 빈틈이 너무 벌어졌을 때는 대체하든지 제거해야 한다.

두 사람의 이야기에는 갈등으로 인한 빈틈이 없어 보인다. 그것은 다른 사람들이 본받아서 깨닫지 못한 것을 두 사람은 본받아서 깨달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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